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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등판’한 약사법 개정안, 제약업계 부담 커지나
‘재등판’한 약사법 개정안, 제약업계 부담 커지나
  • 신용수 기자
  • 승인 2020.06.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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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NDMA 사태 발생하면, 단순 재처방·재진료도 피해구제급여 지급
제약업계 “고의성 없고 예측 불가능한 사고 책임 100% 떠안는 건 불합리하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약사법 개정안이 20대 국회에 이어 21회 국회에도 다시 등판했다. 발사르탄이나 라니티딘, 메트포르민처럼 불순물 등이 검출된 위해 의약품으로 피해가 발생할 경우 구제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기존 의약품과 달리 부작용뿐만 아니라 단순 재처방·재조제도 피해범위에 포함하고 있어, 제약업계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은 3일 위해의약품에 대한 피해구제책을 새롭게 규정하는 약사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발의가 이뤄졌지만, 복지상임위원회의 문을 넘기지 못하고 결국 폐기된 바 있다.

개정안은 약사법 제86조에 대한 것으로, 약사법 제86조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주관하는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사업에 관한 조항을 담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약품의 불순물 검출 등으로 인한 위해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를 의약품 부작용 사고와 같이 피해구제사업을 통해 보상한다.

이번 개정안 발의는 의약품에서 불순물이 검출되는 사례가 최근 3년 연속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2018년 발사르탄을 시작으로 지난해 라니티딘, 5월 메트포르민 등 3개 의약품에서 발암물질인 NDMA가 검출돼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이 의원 측은 의안 취지에 대해 “현행 피해구제사업은 의약품 부작용 피해자에 한해 피해구제급여를 지급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며 “현행 제도 확대개편을 통해 의약품 위해사고 발생을 대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조계는 개정안에 대해 개정안의 주요 내용과 세부항목이 상충하는 부분이 있어 확인이 필요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는 “개정안을 살펴보면 주요 내용에는 위해 의약품 사용으로 부작용이 발생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재처방·재조제에 대해 피해구제급여를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며 “하지만 법률안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부작용 여부와 관계없이 위해의약품을 처방받은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피해구제급여 지급을 확대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 측은 개정안의 피해구제 범위에 관한 팜뉴스 취재진의 질문에 “발의한 개정안은 위해의약품을 처방받은 환자들에게 부작용 여부와 관계없이 재처방·재조제를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맞다”고 답했다. 결과적으로 위해의약품 처방을 받기만 했다면,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아도 재처방·재조제에 대한 진료비·조제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되는 것.

의약업계는 개정안에 대해 피해구제기금 재원 마련에 대한 업계 부담이 너무 커질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의약품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구제를 제약업체들이 부담하고 있다”며 “최근 불거졌던 NDMA 검출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듯, 불순물 혼입 등 의약품 관련 사고는 고의성도 예측가능성도 없다. 이런 종류의 사고에 대한 책임도 제약업체가 모두 짊어져야 한다면 업계의 부담이 과도하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의약품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구제사업의 재원은 100% 제약업체가 부담하고 있다. 피해구제사업을 담당하는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측은 “현재 피해구제사업은 모두 제약업체로부터 부과·징수하는 피해구제 부담금으로부터 나온다”며 “제약업체가 납부한 부담금을 의약품안전관리원에서 운용해 피해사례가 발생할 때 피해자에게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2018년 발사르탄 사태의 경우 제약업체가 수입한 중국산 원료의약품에서 NDMA가 검출돼 회수·판매금지가 이뤄졌다. 당시 제약업체들은 정부가 허가한 수입 원료의약품으로 완제의약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해당 사건으로 인한 재처방·재조제에도 피해구제기금이 투입된다. 제약사들의 입장에서는 정부가 허가한 원료의약품을 수입해 생산했을 뿐인데, 졸지에 피해구제 부담금이 늘어날 위험성을 떠안은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업계 관계자는 “물론 의약품 부작용뿐만 아니라 위해성으로 인한 피해까지 보상 대장을 확대하는 것은 국민보건을 증진한다는 점에 있어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 모든 부담을 제약사에게 지우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식약처 등 정부 부처도 의약품 안전관리 책임이 있기 때문에 일정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법조계는 개정안이 통과된다는 전제 하에, 제약업체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기는 어렵다고 예측했다. 앞서의 정 변호사는 “정부가 책임을 진다는 것은 결국 국가의 세금으로 배상을 한다는 뜻인데, 헌법에 따르면 공무원은 공무상 실수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며 “고의적인 혹은 중대한 과실이 발생하지 않는 국가배상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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