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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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보톡스 ‘메디톡신’이 시장에서 퇴출된 가운데 식약처가 해당 제품을 투여한 환자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식약처가 발표한 조치에서도 ‘환자 매뉴얼’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는 측면에서 전문가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형국이다.

일부 성형외과 의료진들 사이에서는 식약처의 의료기관 안내 부족으로 환자 대응에 혼란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식약처가 중앙약사심의위원회 결정을 비공개로 일관한 점이 향후 환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들리고 있다. 식약처발 ‘환자 패싱 논란’이 달아오르고 있는 분위기다.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메디톡신 3개 제품의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확정하고 오는 25일부터 허가를 취소한다고 전했다. 메디톡스가 메디톡신주 생산과정에서 허가 내용과 다른 원액을 사용했는데도 마치 허가된 원액으로 생산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원액 및 제품의 역가 시험 결과가 기준을 벗어나는 경우에도 적합한 것으로 허위기재한 것은 물론, 조작된 자료를 식약처에 제출해 국가출하승인을 받고 해당 의약품을 시중에 판매했다는 게 식약처 발표의 골자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가짜약’을 제조했다는 뜻이다.

다만, 식약처는 메디톡신주 자체의 안전성 우려는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중앙약사심의위원회 검토 결과 메디톡신주의 사용현황과 보툴리눔 제제에 대한 국내외 임상논문, 일정 기간 효과를 나타낸 후 체내에서 분해되는 특성 등을 종합해, 안전성 우려는 적다는 것.

문제는 식약처의 발표 내용에서 ‘가짜약’을 투여받은 ‘환자’ 관련 대책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식약처 대책을 살펴보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며 “환자들의 대응방법이 없다. 식약처 주장에 의하면, 메디톡신은 조작된 자료에 의해 만들어진 의약품이다. 환자들은 메디톡신과 관련된 이상 사례가 조작된 자료에 의한 부작용인지, 완제품에 의한 부작용인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실제로 식약처는 이날 서류 조작 관련 무관용·엄단 조치 등 재발방지 대책만 쏟아냈을 뿐 보톡스 투여 환자 관련 매뉴얼은 밝히지 않았다.

앞서의 약사는 “자신이 맞은 제품이 메디톡신인지도 모를 수 있다”며 “하지만 식약처 발표에는 구체적인 환자 매뉴얼이 없다. 아무리 미용목적의 보톡스 투여라도 환자가 잘못된 제품을 몸에 투여했다면 국가기관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환자중심적 사고가 부족한 식약처의 태도가 상당히 실망스럽다”이라고 덧붙였다.

식약처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바이오생약국 관계자는 “메디톡신이 치료 목적보다는 미용목적이기 때문에 세세하게 환자 관련 대책을 명시하지 않았다”며 “다만, 대한의사 협회 등 각 기관에 안전성 서한을 보내 환자 대응 지침을 마련했다. 향후에도 환자 후속 조치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팜뉴스 취재 결과, 다수의 의료 단체에 보낸 안전성 서한에서도 환자 대책은 단 한 줄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는 안전성 서한을 통해 “해당 의약품을 투여받고 있는 경우 적절한 대체 품목에 대하여 의사와 상의하시기 바란다”며 “조치대상 의약품으로 인해 발생한 부작용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 신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추가적인 내용은 전무하다.

더구나 안전성 서한이 일선 성형외과 의료진들에게 도달하지 못해 일선 성형외과 등 의료기관에서도 성토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강남 성형외과 전문의는 “식약처가 혼란스러운 상황을 초래했다”며 “개별 의사들과 소통을 했어야 하는데 공문 한 장 받은 일도 없다. 메디톡신 품목 허가를 취소를 하겠다는 것인데 전후 사정에 대한 설명도 없고 회수 명분, 목적, 시기도 불명확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존에 투여받은 사람들에게 어떤 위험성이 있는지조차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며 “안전성에 우려가 없다는 한 줄 뿐이다. 환자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식약처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제조된 메디톡신을 투여한 환자 현황조차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식약처 관계자는 “품목 허가가 취소된 메디톡신을 투여받은 환자 파악이 어려웠다”며 “특히 2012년~15년까지 연도별 환자 파악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비급여 제품으로 많이 사용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까닭이다. 다른 약사는 “이번 품목 허가 취소 조치는 메디톡신 투여 환자가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에 이를 수도 있는 중대한 사건”이라며 “환자들은 의료진을 신뢰하기 때문에 정보가 없으면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 환자 현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은 책임 있는 국가기관의 태도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도 식약처가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록을 비공개 결정한 대목이 환자들에게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식약처는 중앙약심 검토 결과 메디톡신에 대한 안전성 우려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효과성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식약처가 중앙약심 내용 중 효과성 문제에 대해 함구한 점은 대단히 아쉬운 결정이다”며 “환자들의 손해 입증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효과성 문제라도 나와야 환자 권리구제가 되는데, 식약처가 이 부분을 비공개했다. 향후 환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서라도 현재 시판 취소된 메디톡신주의 효과성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손해 입증이 대단히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의료진, 약사 사회, 법조계 등 각계 각층에서 ‘환자 패싱 논란’이 갈수록 달아오르고 있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환자 패싱 논란’을 적극 반박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데이터 조작 등 범법 행위들이 다시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재발 방지대책에 방점을 찍은 것”이라며 “환자 안전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 이유다. 중앙약심도 안전성과 시급성을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판단을 내렸다. 메디톡신의 효과성 관련 약심 비공개 결정에 대해서는 답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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