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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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연구팀이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스테로이드제 ‘덱사메타손’이 중증 코로나19 환자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영국은 덱사메타손이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데다 가격도 저렴한 만큼 진정한 의미의 첫 치료제가 될 것으로 자화자찬 중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임상적으로 덱사메타손의 효과가 입증된 것은 사실이나, 스테로이드제 특성상 장기적으로는 면역반응을 억제할 수 있어 중증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써야한다고 권고했다.

16일(현지시간) 가디언·BBC 등 영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수천 명 단위의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덱사메타손이 중증 증세를 보이는 코로나19 환자의 회복에 효과를 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덱사메타손은 1957년에 개발된 코르티코스테로이드 계열 약물의 일종으로, 류머티즘성 관절염 같은 자가 면역질환부터 알레르기, 피부병, 천식, 만성 폐쇄성 폐질환 등 여러 질병의 치료에 광범위하게 쓰인다.

연구팀은 임상시험 참여를 희망한 입원환자 2000여 명에게 소량의 덱사메타손을 치료제로 투약했다. 이후 일반적인 치료를 받은 4000여 명의 환자와 회복 경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덱사메타손이 산소 호흡기에 의지하던 환자의 사망률을 28~40%, 기타 산소 치료를 받는 환자의 사망률을 20~25%까지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중증 환자의 사망률을 개선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다만 경증 환자에게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를 주도한 피터 호비 옥스퍼드대 의대 감염학과 교수는 “덱사메타손은 널리 쓰이는 매우 일반적인 약이면서, 가격 또한 매우 저렴하다”며 “코로나19로 인해 호흡에 어려움을 겪은 환자 8명에게 약을 사용하는데 드는 비용이 겨우 40파운드(한화 약 6만원)”라고 설명했다.

영국 정부는 임상시험 결과를 자축하는 분위기다. 보리즈 존슨 영국 총리는 “영국 과학자들에 의해 가장 큰 돌파구가 마련됐다는 점이 기쁘다”며 “앞으로 국민보건서비스(NHS)에서 이 약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원칙적으로 덱사메타손이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중증 증상을 잡는 데는 효과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의사는 “덱사메타손 등 코르티코스테로이드는 림프구의 활동을 억제한다”며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림프구가 폭증하면서 사이토카인 등 염증물질을 만들어낸다. 이런 물질들이 과도하게 많아지면 온몸에서 염증성 증상이 발생하는 사이토카인 폭풍이 발생하는데, 코르티코스테로이드 계열 약물이 사이토카인 폭풍을 잡는데 효과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증 바이러스 감염에 코르티코스테로이드를 주사하는 것은 정립된 치료 방식 중 하나”라며 “지금도 현장에서는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에 코르티코스테로이드가 쓰이고 있다. 내가 근무하는 병원에서도 코로나19 환자에게 투여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덱사메타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코르티코스테로이드 계열 약물이 가진 태생적 한계 때문에, 오히려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덱사메타손 등 코르티코스테로이드는 아라키돈산의 생성을 막고 백혈구 등 면역세포의 활동을 막아 염증을 완화한다”며 “즉 코르티고스테로이드가 염증을 억제하는 과정은 곧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과정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이토카인 폭풍 등 중증 염증성 질환이 발생했을 때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를 투여해 급한 불을 끄는 것이 맞지만, 장기적으로 투약할 경우 면역이 약해지면서 코로나19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도 같은 이유로 과거 뎅기열 등 바이러스성 질환에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를 사용하지 말 것을 권유한 사례도 있었다. 코로나19도 바이러스성 질환인 만큼, 덱사메타손이 초래하는 면역력 약화가 장기적으로는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임상으로 효과가 입증된 만큼 덱사메타손을 코로나19 중증환자에 사용을 하는 것이 맞지만, 의료진의 철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의 약사는 “코로나19로 인한 염증 반응이 너무 심해 우리 몸에 해가 될 정도라면, 당연히 덱사메타손 등 코르티코스테로이드를 투여해 염증반응을 줄여야 한다”며 “다만 제한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투여하면 백혈구 생성이 저해돼 면역력이 떨어져, 도리어 다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의 의사도 “덱사메타손은 코르티코계열 약물 중에서도 강도가 센 축에 속한다”며 “일반적으로는 중증 바이러스 감염에 한시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겠지만, 장기적인 고용량 투여는 위험할 수 있다. 의료진의 관리하에 적은 용량으로 단기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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