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대중들 사이에서 이어폰을 통한 음악 감상이나 동영상 시청 등이 증가하면서 청력 보호에 효과가 있다는 ‘골전도 이어폰’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골전도 방식이 청각신경 보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무선이어폰 보급과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늘어나면서 청력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10대 청소년기부터 이어폰으로 음악 감상과 동영상 시청을 하는 비중이 커져 소음성 난청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난청으로 진료받은 환자 수는 지난 2012년 28만 명에서 2017년 35만 명으로 연평균 약 4.8%씩 증가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청력 보호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증가하는 추세다.

얼마 전 ‘골전도 이어폰’을 장만한 직장인 A씨(31세·여)는 매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직장인이다. A씨는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이 2시간이 넘는다”며 “긴 시간 동안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핸드폰으로 동영상 시청을 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 들어 귀가 아프고 소리가 먹먹하게 들리는 경우가 잦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속 방치하면 청각에 이상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던 중, 골전도 이어폰이 청력 보호에 효과가 있다는 글을 접했다”며 “골전도 방식은 소리가 고막을 거치지 않아 장시간 사용해도 청각에 무리가 없다는 설명에 구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골전도 이어폰이 청력 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광고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사진=온라인 상의 골전도 이어폰 광고]
[사진=온라인 상의 골전도 이어폰 광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사실에 과학적인 근거가 전혀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낙준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유튜브를 통해 “일반적으로 사람이 소리를 들을 때는 귓바퀴에서 소리가 모여 귀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며 “모여진 소리가 고막에 부딪혀 이소골을 진동시키고 이렇게 만들어진 진동이 달팽이관으로 이동한다. 이 과정을 ‘기도전도(air conduction)’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골전도(bone conduction)은 이소골까지의 전달 과정을 전부 생략하고 귀 뒤에 있는 뼈를 진동시켜 소리가 달팽이관에 바로 들어가게 된다”며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골전도 이어폰을 사용하면 청력이 보호된다고 믿는 것 같다. 하지만 골전도가 결코 청력을 보호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실제로 소음성 난청의 경우, 발생하는 위치가 고막이나 이소골이 아닌 달팽이관이다. 결국 골전도 이어폰을 사용하더라도 달팽이관에서 소리를 들어야 하므로 청력이 보호될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중에 있는 광고만 믿고 소리를 크게 들을 경우, 오히려 청각신경이 더욱 빨리 손상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골전도 이어폰은 귀에 직접 꽂는 방식이 아니라 청각 손상이 없을 것처럼 보이나, 고막의 부담을 줄여줄 뿐이지 청각신경의 부담을 줄여주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리 신호를 듣는 원리는 고막이나 골전도나 같으므로 음량을 크게 듣다 보면 오히려 청력이 손상될 가능성이 크다”며 “또한 골전도 방식은 내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므로 멀미에 민감한 사람의 경우, 두통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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