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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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식품의약국(FDA)가 코로나19에 대한 클로로퀸 긴급사용 승인을 취소했다. 학계에서 클로로퀸의 효능이 의심되고, 부정맥 등 심혈관계 부작용이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FDA가 긴급사용을 성급하게 승인한 것은 맞지만, 부작용이 클로로퀸에 의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 클로로퀸 처방에 섣불리 주홍글씨를 새겨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FDA는 15일(현지시간)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과 유사물질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긴급사용 승인을 전격 취소했다. 3월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 목적으로 긴급사용을 시작한지 78일 만의 일이다.

FDA 측은 이날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믿는 것은 이제 합리적이지 않다”며 “관련 약물이 코로나19 환자들에게 잠재적으로 혜택보다 더 큰 위험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FDA의 긴급사용 승인 취소는 사실상 예견된 결과였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에 대한 FDA의 긴급사용 승인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클로로퀸은 디디에 라울 프랑스 지중해질병연구센터(IHU) 교수가 3월 초 코로나19 환자 24명을 대상으로 클로로퀸을 투여한 결과, 이중 6명의 환자를 제외한 모두가 완치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주목받았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클로로퀸을 ‘게임 체인저’로 언급하면서 대대적으로 선전했고, FDA는 3월 30일 코로나19에 대한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김 교수는 “클로로퀸에 충분한 검증이 필요했다. 실험적으로는 코로나19에 대한 클로로퀸의 효과를 입증한 연구가 있었지만, 임상적으로 증명된 연구는 없었다”며 “프랑스 연구팀의 연구는 실험대상자를 무작위로 선정하지도 않았고, 이중맹검(실험자와 피검자 모두에게 약의 진위를 알려주지 않는 실험법)이 이뤄지지도 않아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는 연구”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클로로퀸의 효과를 실험적으로 입증한 연구는 있었기 때문에, 의학적 판단에 따라 의사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클로로퀸을 처방하는 건 가능한 상황이었다”며 “FDA가 긴급승인을 섣불리 강행하면서, 클로로퀸이 코로나19에 명확히 효능이 있는 것처럼 전 세계가 오인하게 만들었다. 이 부분이 굉장히 의아했다”고 말했다.

또 “개인적인 견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 해결 의지를 보여 지지도를 올리기 위해 FDA에 압력을 넣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정치적 목적이 개입한 것”이라며 “이번 긴급승인 취소는 FDA가 성급하게 결정을 내린 것을 자인한 꼴이다. 긴급사용 승인취소는 이상한 일이 아니라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의료계는 FDA의 클로로퀸 긴급사용 승인 취소 명분에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냈다.

FDA는 클로로퀸 사용승인 취소의 명분으로 심장질환에 대한 위험성을 내세웠다. 클로로퀸이 심장 관련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4월 클로로퀸을 투여한 코로나19 환자 43명에게서 심장 발작이 발생했다는 보고도 있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심혈관계 부작용은 클로로퀸에 의한 것이 아닐 수 있다. 코로나19 자체가 심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바이러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섣부른 판단은 위험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코로나19가 심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도 있다. 휴스턴 텍사스대 보건과학센터 연구팀은 코로나19가 심혈관계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고, 건강한 사람에게도 심장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미국의사협회저널(JAMA) 심장학’ 3월 27일자에 발표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주로 작용하는 ACE2(안지오텐신 전환효소2)는 폐뿐만 아니라 심장에도 많이 분포한다”며 “때문에 코로나19는 폐질환뿐만 아니라 심근염·부정맥·혈전증 등 심혈관계 합병증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ACE2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입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단백질이 들러붙는 수용체 역할을 한다.

이어 “일반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할 때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약에 의한 것이든 아니든 전부 부작용으로 간주한다”며 “심혈관계 이상이 클로로퀸 때문인지 아니면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인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클로로퀸 때문에 심혈관계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FDA 승인 취소 이후 클로로퀸을 마치 몹쓸 약처럼 간주하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며 “하지만 클로로퀸은 원래 적응증인 말라리아나 루푸스 등에 널리 쓰이는 성분으로 적정 용량을 쓰면 안전하다. 일반적으로 고령에 속하는 코로나19 중증 환자에게 고용량의 클로로퀸을 투여했기 때문에 부작용이 두드러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클로로퀸 처방은 현재 상황에서 의료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라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현재 클로로퀸에 대한 마땅한 대안이 없다. 그나마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램데시비르는 아직 국내에 출시하지 않았다”며 “현장에서는 중증환자에게 그나마 치료 가능성이 있는 클로로퀸을 처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클로로퀸을 독극물처럼 매도해버리면 환자들이 거부할 수도 있다. 원활한 치료를 위해서라도 이 같은 분위기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문제는 클로로퀸뿐만 아니라 앞으로 발견할 신약 후보물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며 “신약에 대한 부작용 관련 연구가 나올 때마다 사회와 관계당국이 일희일비하면서 휘둘린다면, 과연 어느 환자가 마음 놓고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겠는가. 과도한 설레발도 문제지만 무조건적인 거부감 또한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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