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한약사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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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약국가에서 식약처의 의약외품 표시는 물론 KC인증도 없는 일회용 마스크가 ‘여름용’으로 둔갑한 채로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일부 약사는 해당 마스크를 온라인 쇼핑몰 가격의 두배 이상으로 팔고 있는 형국이다.

마스크 유통업계에서는 해당 제품에 대한 약사들의 주문량이 급격하게 늘었다는 증언도 쏟아지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성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식약처는 감독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뒷짐을 지고 있다. 대한약사회도 소극적인 입장으로 일관 중이다.

10일 오전 10시경 기자가 남양주시 별내동에 있는 B 약국을 찾았을 당시 일회용 마스크(H업체 제조)를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고객들이 B 약국 곳곳에 있는 일회용 마스크를 찾을 때마다 A 약사는 “여름용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다”고 홍보했다. 약국 매대 앞에는 어린이용으로 분류된 일회용 마스크 제품이 산더미처럼 쌓인 상태였다.

기자도 마스크 포장지 겉면에 쓰인 “고성능 3중구조필터의 우수한 기능을 갖췄다“는 홍보 문구를 발견한 뒤 2만원을 주고 20매를 구입했다. 더운 날씨 탓에 KF94 마스크 착용이 버거운데다, 5장에 4000원꼴이었기 때문에 판매가에 부담이 없었다. 기자뿐 아니라 다른 고객들도 마스크 구입을 주저하지 않은 까닭이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황당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해당 마스크가 식약처의 ‘의약외품’ 표시는 물론 국가통합인증마크인 'KC마크'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원산지는 “중국OEM”이었다.

구매 당시 B 약국의 A 약사가 단순히 ‘여름용’ 마스크라는 설명만 늘어놓았을 뿐, 국가기관 어떤 곳에서도 인증을 받지 못한 제품이란 사실을 전혀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실제로 팜뉴스 취재결과, 최근 H업체가 생산한 마스크들이 약국가를 중심으로 무차별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납품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다양한 종류의 마스크를 제공하는데 최근 약사들이 H 업체의 일회용 마스크를 자주 찾는 것은 사실이다”며 “마스크에 의약외품 표시나 KC 인증 마크가 없는 것은 맞지만 우리 쪽에서는 원산지, 제조원, 제조일자를 상세하게 확인하고 약사들에게 넘긴다. 문제될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약사사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H 업체의 마스크는 공산품이다. 공산품을 약국에서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며 “다만, 약사들이 국가기관의 인증이 전무한 마스크에 대한 정확한 안내 없이, 여름용으로 판매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 이런 마스크는 질이 나빠서 피부에 예민한 사람들이 쓰면 알레르기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보문구인 ‘3중 필터 기능’도 신뢰할 수도 없다. 더구나 약국에 있는 마스크가 전부 똑같은 마스크가 아니다”라며 “환자들이나 소비자들을 이해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충분하게 안내나 설명이 없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더욱 큰 문제는 해당 마스크 판매가가 온라인 쇼핑몰과 두 배 이상의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대형 포털사이트의 쇼핑몰에서 H업체의 일회용 마스크 판매가는 5매 기준 1890원이다. 앞서 B 약국이 2배 이상의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판매 중이라는 뜻이다.

소비자들이 약국의 이미지를 신뢰한 채로 H업체의 마스크를 비말차단용이나 덴탈 마스크로 오인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온라인 판매가를 훌쩍 뛰어넘는 금액으로 구입하고 있는 것.

하지만 B 약국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B 약국의 A 약사는 “덴탈용 마스크가 아니라 여름용 일회용 마스크로 고객들에게 설명을 했다”며 “얇은 부직포라는 설명을 덧붙였기 때문에 설명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판매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취재진의 지적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대한약사회는 원론적인 입장을 취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덴탈 마스크나 비말 차단용 마스크에 대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일부 약사들이 충분한 설명 없이 일회용 마스크를 여름용으로 판매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하지만 온오프라인의 가격 차이가 상당히 벌어져있기 때문에 일부 약사들이 과도하게 가격을 정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식약처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H업체의 마스크는 공산품이기 때문에 우리 소관이 아니다”며 “식약처에 허가 권한이 없기 때문에 유통 경로조차 파악할 수 없다. 다만, 소비자 피해가 급증할 수 있기 때문에 의약외품이 표시된 마스크를 사용하라는 안내를 지속하고 있다. 가격 문제는 우리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날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C 씨(32)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약사들의 고충을 이해하지만 국가기관의 인증이 없는 마스크를 팔면서 추가 설명을 하지 않은 대목은 무척 아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욱 화나는 것은 오프라인 구매인 점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두 배 이상의 판매가로 팔고 있다는 점이다. 약사들이 폭리를 취한 것이 맞다. 정보접근권이 떨어지는 노년층들은 마스크를 무작정 살 수밖에 없다. 보건당국과 대한약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팜뉴스 취재진은 H업체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소문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만 납품업체는 “약사들이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은 것은 문제지만 가격을 정하는 영역은 우리도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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