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인천국제공항 등 외국인 관광객으로 가득 차야 할 관광지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다. 코로나19 사태 때문이다. 명동 내 약국들은 직격탄을 맞아 휘청거리고 있다. 인천공항 내 약국은 그나마 공사의 구제책으로 숨통을 돌리고 있지만, 명동 내 약국들은 하나둘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모양새였다.

사진=폐업 중인 A약국(왼쪽) 및 그 내부
사진=폐업 중인 A약국(왼쪽) 및 그 내부

“폐업했습니다.”

팜뉴스 취재진은 15일 오후 2시경 서울 명동 일대 약국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제보를 통해 최근 명동 내 약국들이 어려워지면서 폐업을 준비하는 약국이 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명동에서 폐업을 준비 중이거나 이미 폐업한 약국이 내가 아는 약국만 여러 곳”이라며 “일부 약국의 경우 몇 달째 새 약을 주문하지 않고 있다. 일부 약국의 경우 주문했던 약들을 죄다 반품하기도 했다”고 제보했다.

취재 결과, 제보 내용은 사실이었다. 이날 마침 명동의 A약국이 점포를 정리 중이었다. A약국은 제보자가 폐업을 했다고 알려준 2개 약국 중 1곳이었다.

A약국의 내부는 거의 불이 꺼진 채, 약국 내 여기저기에 박스가 어지러이 쌓여있었다. 밖에서는 차량이 짐을 대기하고 있었다. 대낮의 서울 번화가 내 약국이라기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다.

A약국의 약사는 폐업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자세한 사정은 말해줄 수 없다”며 “다만 현재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폐업을 위해 짐을 정리하고 있다는 말만 해줄 수 있다”고 답했다.

B약국의 경우 취재를 거부했다. 제보에 따르면 B 약국은 아직 영업하고는 있지만, 폐업을 준비 중으로 신규 추가 주문이 몇 달째 이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사정이 어려운 건, 비단 두 약국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주변 약국들은 최근 상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명동의 한 약국에서 근무 중인 직원은 “최근 장사가 거의 되지 않고 있다”며 “공적마스크나 일회용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들른 손님만 가끔 있다. 이들 빼면 매출이 거의 제로(0)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은 명동 내 약국 영업난의 가장 큰 원인으로 명동의 지리적 특성을 꼽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하늘길이 막히고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손님들의 씨가 말랐다는 것.

명동 내 다른 약국을 운영 중인 약사는 “명동 내 약국들의 경우 명동을 찾는 외국인과 이들을 상대하는 상인들이 주요 고객인데, 코로나19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자 상인들도 가게 문을 닫아버려 올 손님이 없다”며 “다른 약국들의 경우 마스크를 찾는 주변 거주민 덕분에 형편이 나은 편이지만, 명동은 지역 거주민이 많지 않아 ‘마스크 특수’도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지역 상권은 거의 ‘고사’ 상태였다. 익명을 요구한 관광 안내원은 “5~6월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시즌인데, 보시다시피 현재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긴 상황”이라며 “명동에 거주 중인 중국인·조선족 일부를 제외하면 거의 전멸 상태라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높은 임대료 또한 원인으로 꼽혔다. 명동 내 다른 약국의 약사는 “정확한 액수는 알려줄 수 없지만, 최근 수입으로는 월세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며 “지금은 영업하는 것 자체가 손해다. 다른 지역은 ‘착한 임대인’이라고 월세를 감면해주는 사례도 있다고 들었는데, 이 동네는 해당 사항 없다”고 말했다.

앞서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명동 내 점포 시세는 천차만별이겠지만, 최근 폐업한 A 약국의 경우 한 달 월세가 2000만 원대로 알고 있다”며 “마스크만으로는 수천만 원에 이르는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대료 문제는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인천공항 내 약국들과 비교했을 때 더욱 두드러진다. 인천공항 내 약국도 국내·외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겨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 내 한 약국의 직원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공항 내 직원들도 휴식 중인 상황”이라며 “그나마 공적 마스크 덕분에 죽을 고비는 넘긴 수준이다. 마스크로 인한 매출을 제외하면 매출액이 진짜 10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인천공항 내 약국들은 명동 내 약국과 달리 ‘월세 걱정’은 하지 않는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공항 내 약국을 상대로 임대료 감면 조치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앞서의 직원은 “공항공사에서 월세를 75% 감면해주고, 기한도 최대 6개월까지 유예해주는 조치가 나왔다”며 “월세가 4분의 1로 줄어든 데다, 월세를 마련할 시간도 벌어 그나마 한숨을 돌렸다”고 설명했다.

명동 내 약사들은 임대료 지원 등 약국에 대한 구제책이 국가적 차원에서 나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앞서의 약사는 “그동안 약국들은 공적 마스크의 원활한 보급을 위해 많은 어려움과 희생을 감수하면서 코로나19 방역에 공헌했다”며 “정부가 묵묵히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힘써온 약국들의 공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관광객과 병원 방문객들까지 끊긴 상황이다. 임대료 지원 등 정부 차원의 구제책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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