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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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날씨가 코로나19를 퇴치할 것이라는 사람들의 기대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백신 개발 이후 이를 보급하는 데, 더운 날씨가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했다. ‘더위의 배신’이다. 앞으로 코로나19 사태 해결에 개발도상국 내 백신 보관·운송 시스템 확보가 관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최근 상황은 코로나19의 기세를 더위가 꺾어줄 것이라는 사람들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우리나라는 이번 달 초 35도를 넘나드는 무더위를 기록했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지역 감염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일일 확진자 수가 50명을 넘기는 날도 종종 있었다. 일각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다시 시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왔다.

세계로 시야를 넓혀도 더위가 코로나19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통계에 따르면 11일 4시 21분 기준(한국시간) 전 세계에서 2번째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은 국가는 브라질(77만2416명)이다. 브라질은 상대적으로 더운 남아메리카에 있는데도,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736만239명)의 10%가 넘는 인원이 쏟아져 나왔다.

이외에도 인도(27만6583명)나 페루(20만8823명), 이란(17만7938명), 터키(17만3036명), 칠레(14만8456명), 멕시코(12만9184명), 파키스탄(11만3702명), 사우디아라비아(11만2288명) 등 기후가 더운 여러 국가들이 코로나19의 마수를 피하지 못했다.

결국 코로나19와의 전쟁을 끝내려면 ‘백신’이 마무리투수로 등판해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연구진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한국화학연구원이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 10일 HK이노엔에 기술이전을 진행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백신 개발만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을 끝내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백신의 전 세계적인 보급 또한 중요하다는 것. 관건은 ‘콜드 체인(Cold Chain)’이다. 백신의 안정성과 효용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백신의 온도를 차갑게 유지하는 것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면역 체계를 활성화할 항원인데, 항원은 기본적으로 단백질이다”라며 “너무 더우면 항원 단백질이 변질해 효과가 떨어진다. 백신을 운반·보관할 때는 2~8도의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백신도 다르지 않다.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개발에 참여한 김성준 한국화학연구원 CEVI융합연구단 바이러스예방팀장은 “코로나19 백신의 항원도 기본적으로 단백질로 구성된다”며 “차후 온도 민감성을 확인해봐야겠지만, 대다수 백신이 온도에 민감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 백신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크다. 콜드 체인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백신 보관 문제는 백신 보급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체 백신 생산량 중 절반은 보관·운송 중 변질해 써보지도 못하고 폐기된다. 2018년 필수적인 백신을 접종받지 못한 영유아는 전 세계 1940만 명에 육박했는데, 이들 대다수는 아프리카, 중동 등에 있는 개발도상국 소속이다.

김 교수는 “백신 보관에는 성에 방지 및 정전 대비 시설을 갖춘 냉장 시스템이 필요하다. 운반할 때도 마찬가지다. 차량에도 냉장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개발도상국의 경우 콜드 체인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령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돼도 이들에게는 언감생심인 격이다.

물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해외 연구팀이 콜드 체인 없이도 백신을 보급할 방법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영국·프랑스·미국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무기물질을 이용한 새로운 백신 내열성 기술을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 6월 9일자에 발표했다.

이들은 백신의 항원 단백질을 인체에 해가 없고 온도 저항성이 있는 ‘실리카’라는 무기물질로 코팅하는 방법으로 상온에서 3년 보관할 수 있는 백신을 제작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현재 사용 중인 파상풍 백신에 적용했다. 영국 배스에서 약 482km 떨어진 뉴캐슬로 실리카로 코팅한 백신과 일반 백신을 일반적인 우편으로 보낸 뒤, 생쥐에 접종해 면역 활성화 여부를 관찰했다. 배송은 이틀에 걸쳐 이뤄졌고, 백신은 그동안 실온에 노출됐다.

그 결과, 코팅한 백신을 접종한 생쥐는 항체를 형성했지만, 일반 백신을 접종한 생쥐는 항체를 형성하지 않았다. 콜드 체인 없이도 백신을 보관·운반하는 데 성공한 것.

하지만 이 연구는 아직 동물 실험 수준으로 기술의 상용화에는 다소 시간 걸린다는 한계가 있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을 끝낼 마지막 열쇠는 결국 개발도상국의 백신 보관 문제가 걸린 ‘더위와의 싸움’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린 셈이다.

김 교수는 “감염병 퇴치에는 전 세계적인 집단 면역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설령 백신이 개발돼도 개발도상국에 보급이 이뤄지지 않아 집단 감염이 계속 발생한다면, 해외 유입 등으로 코로나19 사태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백신 개발 이후 코로나19를 완전히 종식하려면, 전 세계가 개발도상국의 콜드 체인 구축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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