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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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치료제·백신 후보물질의 임상시험 심사가 간소해진 가운데, 한약·생약제제 도 코로나19 간판만 달면 임상시험에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의료계는 일부 한의원의 악성 상술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지만, 심사를 맡은 식품의약품약전처는 한약·생약제제는 한의원 처방 한약과 상관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으로 일관했다.

식약처는 10일 한약·생약제제에 대한 맞춤형 상담제를 제약업체로 확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코로나19 치료 목적의 한약·생약제제에 대해 ‘고(GO)·신속프로그램’(고강도 신속 제품화 촉진 프로그램)을 통한 상시 상담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고·신속프로그램은 허가심사 및 임상시험 승인에 대한 전문 컨설팅 등을 제공해 신속한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을 지원한다는 일환의 프로그램이다. 코로나19 예방·치료 후보 의약품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자료 제출로 임상시험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임상시험 심사기간을 크게 단축한다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문제는 고·신속프로그램의 문이 일반적인 치료제나 백신후보 외에 한약·생약제제에도 열려있다는 점이다.

의료계에서는 한약·생약제제의 임상시험 심사 간소화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한약·생약제제가 코로나19에 대한 효과가 있으려면, 바이러스를 사멸시키거나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검증이 쉽지 않을 것이다. 솔직히 의심이 많이 간다”며 “만약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생약성분의 특성상 양약성분에 비해 부작용도 클 가능성이 있다. 임상시험 심사에 대한 간소화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의사도 “한약·생약제제가 바이러스에 도움이 된다는 학술적 근거가 빈약하다. 개인적 의견이지만 설령 효과가 있다고 해도 증상 완화 수준이지 바이러스 사멸이나 억제 등의 효과는 없을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어지러운 시국이다. 환자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임상시험 심사가 더욱더 엄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안일한 입장을 보였다.

식약처 관계자는 “고신속프로그램은 코로나19 의약품 허가 절차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도울 뿐”이라며 “한약·생약제제도 다른 치료제·백신 후보물질과 마찬가지로 임상시험 등을 통해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약·생약제제의 무분별한 임상시험 허가가 자칫 일부 한의사들의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의 약사는 “이미 일부 한의원은 한약으로 면역력을 강화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는 광고를 진행 중이다. 한약이 면역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코로나19를 끌어들이는 건 명백한 상술”이라며 “특정 한약·생약제제가 코로나19 효능을 지닌 것으로 알려지면, 일부 한의원들이 해당 한약·생약 성분을 처방할 수 있다고 악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의 의사도 “코로나19 효능을 간판으로 내건 한약·생약제제가 손쉽게 임상시험에 들어간다면, 일부 한의사들이 이를 빌미로 무분별한 홍보를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팜뉴스 취재결과, 의료계의 말대로 일부 한의원에서 이미 ‘면역력을 강화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는 문구로 한약이 코로나19에 효능이 있는 것처럼 광고 중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만약 한약·생약제제가 코로나19 효능을 달고 출시할 경우, 일부 한의원의 상술로 얼룩질 개연성은 충분한 것.

그러나 식약처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한약·생약제제와 한의사가 처방하는 한약은 관계가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으로 일관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일선 한의원이 한약 시판을 위해 허가를 신청하지 않는 이상, 한약·생약제제는 한의원에서 처방·조제하는 한약과는 연관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한의학계에서는 코로나19 관련 일부 한의사들의 악성 상술에 대해 자성을 촉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의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온 국민이 혼란을 겪고 있는 와중에, 한약으로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고 현혹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협회에서도 코로나19 예방·치료 등으로 악성 홍보를 하는 한의원들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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