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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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제약사들의 올 1분기 대외 수출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훼손 등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양호한 성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년도 평균 수출 비중과 비교해 보니 절반 이상의 제약사가 수출비중이 감소했다. 게다가 제약사별 수출 성장의 격차도 벌어졌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내수 비중은 평균 88%에 달했다. 수년째 수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바이오시밀러 등을 제외하면 제 자리 걸음 수준으로 드러나 내수 한계를 타개하기 위한 수출 비중 확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0일 팜뉴스는 국내 주요 상장제약사 45곳의 분기 보고서를 통해 내수와 수출의 매출 구조를 확인한 결과, 2019년 평균 88.1%였던 내수비중이 올 1분기 87.9%로 소폭 감소하면서 내수시장 의존도는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역으로 보면, 수출비중이 0.2% 증가로 몇몇 기업을 제외하면 수출성장이 전반적으로 미미했다는 의미다.

최근 보건산업진흥원에서 발표한 2020년 1분기 보건산업 수출동향에 따르면 올 1분기 의약품 수출액은 16.7억 달러(약 2조원)에 달해 전년 동기(11.5억 달러) 대비 45% 증가한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로만 보면 엄청난 수출 성장세를 기록한 셈이다.

그렇지만, 의약품 수출액 중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8.7억 달러(약 1조450억원)로 수출 비중이 52%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 해 바이오시밀러가 수출에서 차지한 비중이 41%였던 만큼 1분기 성장세는 바이오시밀러 양대 산맥인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 수출분)과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 수출분포함)가 상당부분 책임졌다는 얘기다.

이렇듯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제외하고 작년 평균과 올 1분기 수출비중 고저의 기업 수를 확인한 결과, 45곳의 제약사 중 전체 매출에서 수출비중이 높아진 곳은 16곳에 불과했다. 반면, 낮아진 곳은 29곳으로 높아진 곳보다 줄어든 곳이 거의 2배에 달했다. 이들 중 수출비중이 10% 이상인 곳은 16개사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조사대상 45곳 중 수출 비중이 전년평균 보다 높아진 제약사는 안국약품 (증가율 13.3%↑, 수출액 66억원), 파미셀(8.6%, 35억원), 휴젤(7.1%, 194억원), 일성신약(4%, 112억원), 영진약품(3.6%, 185억원), 경보제약(3.1%, 243억원), 씨젠(2.5%, 713억원), 신풍제약(2.5%, 117억원), 동성제약(2.4%, 17억원), 비씨월드제약(2.1%, 19억원) 등으로 확인됐다.

반면, 수출비중이 2% 이상 줄어든 제약사는 동아에스티(6.9%↓, 384억원), 대화제약(6.3%↓, 8억원), 유한양행(6%↓, 248억원), 신일제약(3.7%↓, 2억원), 한미약품(3.4%↓,388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또한 수출비중이 높은 제약사를 살펴보면, 코로나19 진단 키트 수출로 주목받은 씨젠이 수출비중 87.2%(수출액 713억원)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보툴리눔 제제를 수출하는 메디톡스(60.6%, 수출액 205억원)와 휴젤(47%, 194억원), 그리고 원료의약품 판매에 주력한 경보제약(47%, 243억원)도 수출비중이 40%가 넘었다.

이 외에도 수출비중이 10% 이상인 곳은 파미셀(36.9%, 35억원), 영진약품(32.5%, 185억원), 신풍제약(23.9%, 117억원), 동아에스티(19.1%, 384억원), 안국약품(17.5%, 66억원), GC녹십자(14.6%, 450억원), 한미약품(13.5%, 388억원), 비씨월드제약(12.9%, 19억원), 동국제약(11.4%, 154억원), 일양약품(10.8%, 77억원), 유나이티드제약(10.5%, 56억원), 일성신약(10.4%, 12억원)순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보면 정통 제약사는 아니지만 씨젠의 수출 경쟁력이 무엇보다도 두드러졌다. 회사는 독자적이고 경쟁력 있는 기술로 글로벌 분자진단 시장을 타깃으로 삼아 총 매출액 중 수출 비중이 연평균 80%를 넘어갔다. 올 1분기 수출비중도 전년(2019년) 평균 84.6% 보다 2.6% 높아진 87.2%를 기록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코로나19 진단키트인 ‘올플렉스’의 힘이 작용해 수출실적이 더욱 높아졌다. 이로 인해 회사의 실적 역시 덩달아 좋아지게 됐다. 회사는 올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무려 3배(197%) 성장한 818억 원 기록해 조사대상 중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영업이익 역시 전년 58억 원에서 올해 398억 원으로 훌쩍 뛰어 올랐다.

경보제약도 수출비중이 전년 평균보다 3%가 늘어난 47%를 기록하면서 영업이익이 전년에 비해 20%(영업이익 21억원)가 증가한 호실적을 기록했다. 회사는 제약전시회 등의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32개국에 원료의약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다국적제약사와 CMO사업(생산대행)을 진행함으로써 사업영역 확장에 따른 안정적인 매출 창출을 하고 있다. 수출 지역은 일본이 67%를 차지하고 있으며 매출 실적은 세파계 API(항생제 원료의약품)가 155억 원의 수출실적을 올려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그 동안 주요 수출 품목이었던 보툴리눔(보톡스) 제품은 중국에 대한 수출이 반 토막(2,658만 달러 → 1,195만 달러) 나면서 전체적인 수출실적이 1분기 3,600만 달러(약 432억원)에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4%가 감소한 부진을 나타낸 것.

실제로 보툴리눔 수출비중이 높은 메디톡스와 휴젤은 수출액 감소에 따라 전체 매출이 전년 동 분기보다 각각 23%와 16%가 감소하는 실적 부진을 겪었다. 이에 따라 각사의 영업이익도 메디톡스는 적자전환(-99억원) 했고 휴젤도 25%(영업이익 123억원)가 줄어드는 실적 부진을 겪었다. 다만, 매출이 줄다보니 수출비중은 소폭 증가하게 됐다. 

파미셀은 바이러스 진단키트, 감염병 진단시약의 주요 원료인 '뉴클레오시드'의 수출 호조로 1분기 수출 비중이 지난해 평균 비중보다 8.6%가 늘어난 36.9%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매출도 전년 동기대비 16.3% 성장한 것. 여기에 뉴클레오시드가 코로나19 치료제인 길리어드 렘데시비르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어 향후 수출은 대폭 확대 될 전망이다.

한편, 수출비중이 1% 내외의 수출부진 제약사도 속출했다. 삼진제약(수출비중 1.7%, 1분기 수출액 10억원), 동화약품(1%, 7억원), 광동제약(1%, 18억원), 신일제약(1%, 2억원), 대한약품(0.9%, 4억원), 환인제약(0.5%, 2억원), 하나제약(0.3%, 1억원), 경남제약(0.3%), 유유제약(0.2%), 부광약품(0%), 삼성제약(0%)이 여기에 해당했다.

다만, 이들 중 하반기 수출 실적이 급증 할 것으로 기대되는 제약사도 있었다. 실례로 부광약품의 경우 1분기 수출 실적이 없었지만 코로나19 치료와 관련한 긴급의약품 ‘미다졸람주사’가 최근 수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프랑스 보건부 요청으로 약 20만 앰플을 수출했고, 지난 4월에는 주한 룩셈부르크 대표부 요청으로 ‘미다졸람주사’를 긴급 수출했다. 영국과 칠레 정부와도 공급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제약도 지난 4월 룩셈부르크에 긴급의약품을 수출했다. 마취나 수술에 쓰이는 근이완제 '아트라주'와 강심제인 '하나도부타민염산염주사', 마약류의약품인 마취진정제 '바스캄주'로 총 3만 앰플이 수출됐다.

경남제약은 지난 달 넥서스파마를 통해 '레모나'의 영국·호주·필리핀·캄보디아·말레이시아 등 총 5개국에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올 하반기 중국 수출 등을 계기로 턴어라운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는 고함량 비타민류에 대해 중국 식품의약국(CFDA)의 승인을 받아 중국 온라인 시장뿐만 아니라 약국 및 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직접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내수시장이 한계에 봉착한 상황에서 약가인하 압력과 제네릭 위기를 돌파할 대안은 글로벌을 타깃으로 한 수출 확대가 생존방법”이라며 “코로나19 사태를 반전의 기회로 삼아 의약품의 전략적 수출과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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