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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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단시간에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혈장 치료제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개발 및 생산을 위한 완치자의 혈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혈장을 제공할 완치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지난 3월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부산 온천교회 내 완치자들이 혈장 단체 공여에 나서면서 ‘가뭄에 단비’가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혈장 치료제는 코로나19 회복기 환자의 혈장을 채혈한 뒤 혈장 속 항체(면역글로불린)를 농축해 환자에 투여하는 형식의 치료제를 말한다. 

전문가들도 혈장 치료제가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혈장치료제는 회복기 환자의 혈장 속 항체를 농축해 투입하는 치료 방식으로, 중증 환자 회복에 특히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혈장치료제는 ‘공장식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현재 기술로는 혈장치료에는 필요한 회복기 환자의 혈장을 복제할 수 없다”며 “치료에 필요한 혈장치료제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완치자들이 꾸준히 혈장을 제공해야 한다. 완치자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혈장치료제를 개발 중인 GC녹십자 측은 최대한 빨리 혈장을 확보해 개발에 서두르겠다는 입장이다.

GC녹십자 관계자는 “공여를 통해 완치자들의 혈장을 모아 7월 중 임상시험에 돌입할 예정”이라며 “빠르면 올해 내로 혈장치료제 개발을 완료해 상용화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혈장치료제 개발을 위한 혈장 공여는 아직 현저히 모자란 상황이다.

팜뉴스 취재 결과, 9일 현재 혈장 공여를 신청 완료한 완치자 수는 총 62명이다. 혈장 치료제를 개발 중인 GC녹십자 측에 따르면 혈장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에 최소 완치자 100명분의 혈장이 필요하다.

또 환자에게 직접 투여해야 한다는 특성 때문에 B·C형 간염이나 매독·HIV 등에 감염된 경력이 있는 완치자의 혈장은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혈장 치료제 개발에 쓰일 100명분의 혈장을 확보하려면, 더 많은 혈장 공여자가 필요하다. 62명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것.

GC녹십자 관계자는 “임상시험뿐만 아니라 향후 생산을 할 때도 완치자의 혈장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는 치료제가 유지되려면 완치자 혈장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혈장 공여에 걸림돌이 되는 건 무엇일까.

공여 과정의 복잡성 문제는 아니다. 전문가에 따르면 혈장 공여 과정 자체는 혈액검사에 혈장헌혈 과정을 더한 수준이다. 그리 복잡하지는 않은 것.

앞서의 김신우 교수는 “먼저 병원에 방문해 코로나19 항체가 충분히 형성됐는지 여부와 감염병이 있는지 등을 확인한다”며 “1~2주 뒤 혈장 공여가 가능하다는 검사 결과가 나오면 재차 병원에 방문해 500cc정도의 혈장을 채취한다. 이를 농축해 혈장치료제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장애물은 모든 완치자가 혈장을 제공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임상시험 접수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콜센터 측 관계자는 “실제로 콜센터를 통해 혈장 공여에 대한 문의가 450건 가량 들어왔었다”며 “하지만 마약 투여나 기저질환, 감염병 여부 등을 통해 공여 대상자를 걸러야 해, 실제 접수까지 이어진 것은 문의에 비해 적었다”고 설명했다.

혈장 공여가 가능한 병원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현재 코로나19 혈장 치료제 개발을 위한 혈장 공여는 고려대 안산병원과 계명대 동산병원, 경북대병원, 대구파티마병원 등 4개 병원에서 신청받고 있다. 지역 분포를 보면 서울(고려대 안산병원)과 대구(계명대 동산병원, 경북대병원, 대구파티마병원)에 몰려 있다. 따라서 다른 지역에 사는 확진자의 경우 공여를 위한 검사를 받으러 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앞서의 콜센터 관계자는 “자격이 되더라도 거리 때문에 공여를 포기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았다”며 “혈장 공여를 받는 병원이 더 많아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를 얻어 단체 공여에 나선 이들이 있었다. 지난 3월 부산광역시에서 최초로 집단감염이 발생한 온천교회의 신도들이다.

온천교회 측은 8일 부산시에 혈장을 단체로 공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혈장 단체 공여에 나선 최초의 사례로, 이들은 앞으로 부산시의 협조하에 부산대병원과 부산의료원에서 혈장 공여를 진행할 예정이다.

혈장 공여를 약속한 한 온천교회 교인은 “코로나19 치료를 받으면서 의료진들에 대한 감사함과 함께 죄송한 마음이 컸다”며 “또한 격리된 환자들의 감염병 회복 여부와 사회적 시선에 대한 두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환자들의 회복을 돕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라의 지원과 의료진의 노력으로 회복한 만큼, 완치자 여러분들께서 감사한 마음을 혈장 기부를 통해 표현했으면 좋겠다. 코로나19 퇴치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방역당국은 코로나19 치료제를 연구하는 제약회사 가운데 녹십자가 혈장치료제 개발 플랫폼을 갖추고 있는 만큼 혈장 공여자가 충분히 확보되면 코로나19 치료제 중 가장 빠르게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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