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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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약 '파모티딘'이 코로나 경증 치료에 쓰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등장한 가운데 업계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중소 제약사는 대용량 포장 확대를 통해 파모니틴의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골몰 중이다.

하지만 대형제약사들은 연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도 연구에 참여한 환자가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제약사들이 섣부른 예단을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파모티딘을 전문의약품으로 취급하는 제약사는 동아에스티 ‘위가스터정’을 비롯해 JW신약 ‘베스티딘정’, 한미약품 ‘한미파모티딘정’ 등이다. 또 일반의약품으로 한국콜마 ‘복합파모시드정’, 종근당 ‘파미딘정’, 고려제약 ‘펩티스정’ 등이 시판 중이다.

4일 업계의 이목을 끄는 소식이 전해졌다. 영국소화기학회(British Society of Gastroenterology) 공식 학술지인 'Gut'에 파모티딘이 코로나19 경증 환자 치료에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실린 것. 중소 제약업계의 분위기가 들썩이고 있는 까닭이다.

익명을 요구한 중소 제약사 관계자는 “라니티딘 퇴출 이후 파모티딘 수요가 증가한 상황이다. 최근 허가 제품도 늘어나면서 대용량 포장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 이슈를 주목하고 있었는데 이번 연구 결과로 인해 대용량 포장을 더욱 적극적으로 검토하게 됐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파모티딘은 라니티딘 판매 중단 사태의 ‘빈틈’을 치고 들어간 위장약이다. 업계에 따르면, 당초 PPI 계열, P-CAB계열, H2RA계열 등이 라니디딘의 대체제로 떠올랐지만 안전성이 더욱 높다는 이유로 파모티딘과 같은 히스타민2(H2) 수용체 길항제의 매출이 급증했다.

파모티딘 시장 규모가 라니티딘 사태 이전, 100억 원대를 기록했지만, 그 이후 현재 약 250억 원까지 성장한 까닭이다.

더구나 식약처가 라니티딘 판매 중단 조치를 내린 지난해 9월 29일 이후, 파모티딘에 대한 제네릭 신규 판매 허가 건수는 총 70건(64개사). 지금까지 허가된 파모티딘 제품이 114개사의 143품목이라는 점과 비교했을 때, 거의 절반에 가까운 제품이 라니티딘 사태 이후 출시된 셈이다.

114개사의 상당수가 중소 제약사다. 중소제약사들이 이번 ‘코로나19발 연구’를 파모티딘의 반사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호재’로 해석하고 있는 까닭이다.

반면 대형 제약사들의 분위기는 다르다. 국내 유력 제약사 관계자는 “파모티딘의 코로나19 치료제 가능성에 대해 관망 중이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정식 임상도 아니고 환자 사례군도 10명에 불과하다. 더구나 파모티딘이 어떤 원리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하거나 면역 반응을 개선하는지 기전이 명확히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파모티딘의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정식 임상시험으로 증명된 것이 아니라는 뜻”이라며 “더구나 경증환자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다. 중증 코로나19 확진자를 대상으로 연구된 결과물도 아니다. 당장 치료제 가능성을 논하긴 어려운 이유다. 회사 차원에서 추가 연구나 마케팅 전략을 선회할 정도라고 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앞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 10명은 하루 3번 80mg 경구용 파모티딘을 복용했다. 그 결과 10명 환자 전부 24~48시간 내 증상 개선을 보였고 14일 뒤 증상이 사라졌다. 연구진은 “모든 환자는 파모티딘 복용을 시작한 후 질병 관련 증상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이번 연구 결과의 ‘환자수’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10명은 너무 적다. 10명이 병에 걸려 7~8명이 사망하는 병이라면 관찰 연구 자체도 도움이 된다. 약이 효과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는 10명 중에 8명 또는 9명이 좋아지는 병이다. 10명으로 경증 증상이 완화됐다는 이야기는 약을 먹지 않고도 할 수 있다. 그만큼 증상 완화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변수가 많이 작용하는 것이 코로나19다. 연구 결과에 의문이 일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연구에 투여된 용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앞서의 업계 관계자는 “이번 연구에 사용된 파모티딘 80mg은 고용량이다”며 “파모티딘 일반의약품 용량은 보통 10mg이고 전문의약품은 20mg전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연구에서는 80mg 1일 3회 요법, 하루 240mg이 쓰였다. 하루에 일반의약품 기준으로 24알을 먹어야 한다는 얘기다. 오남용 우려가 크기 때문에 코로나19 경증 치료제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제약사들이 파모티딘과 관련된 코로나19 이슈를 대하는 과정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앞서의 전문의는 “코로나19 병의 특성상, 소수에 대한 관찰 연구을 기반으로 파모티딘이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다”며 “논문을 살펴보면 약의 작용 기전도 구체적으로 나타나있지 않다. 파모티딘을 향한 중소제약사의 기대감은 이해하지만 제약사들이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 섣부른 기대감은 화를 부를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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