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 부터 시계방향으로) 치협 마경화 수가협상단장, 이진호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 박인춘 대한약사회 수가협상단장, 박홍준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장.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수가협상 단장
(왼쪽 위 부터 시계방향으로) 치협 마경화 수가협상단장, 이진호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 박인춘 대한약사회 수가협상단장, 박홍준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장.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수가협상 단장

‘2021년도 수가협상이 막을 내린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 수가협상에도 적지 않은 흉터를 남겼다. 코로나19로 인한 피로를 호소한 의료계와 고통분담이 필요하다는 건강보험공단 사이의 의견차가 커지면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등 3개 공급자단체가 협상 결렬을 선언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3개 단체의 협상 결렬은 유형별 수가협상이 시작된 2008년 이래 최초다. 

올해 수가협상에 따른 벤딩폭(추가 소요재정)은 9416억 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1조 원을 돌파한 것에 비해 1000억 원 이상 감소한 수치다.

공단이 제시한 최종 평균 수가인상률도 1.99%로 지난해 2.29%에 비해 0.2% 떨어졌다. 

유형별로는 약국 3.3%, 한방 2.9%로, 대한약사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가인상률 1위를 차지했다. 다만 병협과 의협, 치협이 전부 협상 결렬을 선언하면서, 이들의 수가 인상률은 향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끈질긴 수싸움이 새벽 내내 이어졌다. 공급자단체와 공단은 지난 1일 오후 3시 30분부터 2일 새벽 5시 30분까지 수차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새벽 6시까지 이어진 장기 협상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협상 횟수를 줄이면서, 작년 11차례 협상에 비해서 협상 횟수는 줄었다.  

장기전도 여전했다. 오후 3시부터 진행된 3·4차 협상이 연달아 조기 결렬되면서 협상은 장기전 양상을 보였다. 4차 협상 전후로 열린 재정소위(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 회의는 ‘1박 2일’로 진행됐다. 7시 전후 시작한 회의는 자정을 넘겨 새벽 1시경 마무리됐다. 

이후 밤을 잊은 ‘마라톤협상’이 계속됐다. 5차 협상을 미리 진행한 대한약사회를 제외하면, 각 공급자단체는 새벽 2시가 지나서야 5차 협상을 다시 진행했다. 앞서의 재정소위 회의 이후 정회가 길어진 탓이다. 오전 2시 26분경 대한한의사협회를 시작으로 다시 한 번 공방전이 오갔다. 

대한약사회는 이날 새벽 4시경 3.3% 인상률에 최종 합의하면서 협상을 가장 먼저 마무리했다. 대한약사회는 올해 인상률에 만족했다. 앞선 협상이 결렬된 3개 단체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인상률에서 전 유형 1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박인춘 약사회 수가협상단장은 협상 완료 후 특별한 의견 표명 없이 회담장을 빠져나갔다.

이어 한의협도 오전 4시 30분경 7차 협상 끝에 협상 타결을 선언했다. 이진호 한의협 부회장은 “코로나19로 모두 어려운 환경에서 협상에 임한 공단 관계자와 소위, 공급자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한의사협회와 건전하게 진료해주신 한의사 동료 여러분에게 존경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협상 타결 여부 및 인상률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협상은 타결됐다”며 “하지만 구체적인 인상률을 당장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수 시간 뒤 인상률이 공개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인상률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왼쪽부터 송재찬 병협 수가협상단장, 박홍준 의협 단장, 마경화 치협 단장
왼쪽부터 송재찬 병협 수가협상단장, 박홍준 의협 단장, 마경화 치협 단장

의협, 치협, 병협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공급자단체는 이번 협상 초기부터 코로나19로 인한 손실분을 보장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희생이 적지 않았던 병협과 의협의 경우, ‘K-방역’의 완성에 힘을 보탠 노고를 보상해달라는 입장이었다. 

반면 공단 측은 원칙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손실은 내년 수가 협상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공단 측이 원론적인 자세를 고수한 까닭이다. 하지만 의료진의 노고를 인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면서, 공단은 코로나19로 인한 의료계 손실을 이번 협상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날 3차협상부터 ‘협상 결렬’의 그림자가 보였다. 일단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서로 수치만 확인한 뒤 돌아가 작전 회의에 돌입하는 ‘눈치 싸움’ 형세가 이어졌다. 차수가 올라갈수록 협상 시간은 5~10분으로 급격히 짧아졌고, 3개 공급자단체 수가협상단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의료계 사정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인 것. 

결국 의협을 비롯해 병협·치협은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왔다. 의협은 이날 6차 협상 끝에 오전 3시 40분경 결렬을 선언했다. 이는 2018년 이후 3년 연속 부결로, 2008년~2012년 4년 연속 결렬 이후 최장 기록이다. 

박홍준 의협 수가협상단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의료계의 어려움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며“신의와 성실의 자세로 협상에 임했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과정과 통보를 겪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회원들에게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상대가 진실하게 손을 내밀었을 때 손을 잡아주는 것이 진정한 협상이다. 저희가 내민 손을 내치는 느낌을 받았을 때 어찌할지 모르겠고 가슴이 아팠다”며 “모든 책임은 이 사태를 촉발한 정부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병협과 치협도 7차 협상 끝에 새벽 5시 30분경 나란히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병협은 2016년 메르스(MERS) 사태 이후 4년 만에, 치협은 2019년 이후 2년 만에 협상을 포기한 것.

송재찬 병협 부회장은 “이번 수가 협상에 많은 기대를 했지만, 충분한 만족을 시키지 못해 회원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서로 생각의 간극을 메우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앞으로 의료계의 노력이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치협 수가협상단 측은 입장문을 통해 “공단이 제시한 인상률이 그동안 보장성 강화 정책에 희생을 감수하며 적극 협조하고,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노력 중인 치과계 회원들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단 측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재정 안정성을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을 전했다.  

강청희 공단 급여상임기획이사는 “어려운 협상이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수입 감소를 호소하는 의약단체와 재정 추가 부담을 우려한 가입자단체 사이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특히 코로나19 일선에 있는 병·의원과 치과에서 협상이 결렬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온도차가 너무 큰 상황이다. 합의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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