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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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마약류사범이 ‘역대급’으로 늘어난 가운데 신종마약 ‘러시(알킬 나이트리트)’가 주목을 받고 있다. 여성흥분제나 환각제로 무차별적으로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시가 임시마약류 에 머무르는 등 식약처가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사이, 러시는 밀반입양도 폭발적으로 증가 중이다.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가 지난달 29일 발간한 ‘2019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사범은 1만6044명이다. 대검찰청이 연간 마약사범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0년 이래 역대 최다 인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8년 1만2613명에 비해 27.2% 증가한 수치다.

특히 젊은 마약류사범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로 ‘신종마약’의 증가가 꼽힌다. 지난해 신종마약류 압수량은 82.7kg으로 전년(48.2kg)에 비해 70%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 전체 마약류 압수량이 362kg을 기록했다. 전년(415kg)보다 50kg가량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신종마약류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강력한 환각효과를 얻을 수 있는데다, SNS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어 젊은 층과 외국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최근에는 해외 직구를 통해 수입이 더욱 용이하다는 점도 신종마약의 광범위한 유통 원인 중 하나다.

특히 신종마약류 중에서도 ‘알킬 나이트리트(alkyl nitrite)’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명 ‘러시’로 불리는 알킬 나이트리트는 해외에서 밀반입돼 클럽 등 유흥업소에서 여성흥분제나 환각제, 최음제 등으로 쓰인다.

하지만 알킬 나이트리트는 여전히 ‘임시’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임시마약류는 현행 마약류가 아닌 물질 중 마약류 대신 쓰일 우려가 있어 관리·통제하는 물질을 말한다. 알킬 나이트리트는 2013년 최초로 임시마약류로 분류된 뒤, 올해 5월 29일 임시마약류로 다시 지정됐다.

마약류와 임시마약류는 유해성과 의존성(중독)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지에 따라 분류한다. 익명을 요구한 약대 교수는 “과학적인 근거는 없지만, 사회적으로 오·남용 문제가 불거져 통제가 필요할 경우 임시마약류로 지정해 관리한다.”며 “오·남용 시 마약류와 마찬가지로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시마약류는 1군과 2군으로 나뉜다. 1군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거나 마약류와 구조적·효과적 유사성이 있고 의존성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을, 2군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거나 마약류와 구조적·효과적 유사성이 없어도 의존성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을 말한다. 알킬 나이트리트는 2군 임시마약류다.

임시마약류의 경우 1군과 2군의 처벌 강도가 다르다. 1군 임시마약류에 대한 수출·입, 제조, 매매, 매매알선, 수수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는다. 반면 2군 임시마약류의 수출·입 및 제조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형에, 매매나 매매알선, 수수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상대적으로 처벌이 약한 셈이다.

알킬 나이트리트가 ‘임시마약류’에 머무른 시간 동안, 알킬 나이트리트의 국내 유통량은 폭증했다. 지난해 알킬 나이트리트는 138건, 14.461kg이 적발됐다. 적발 건수는 대마류를 제외하면 단일 품목 중 가장 많았다. 반입량도 메소암페타민(필로폰)과 코카인, 대마류를 제외하면 최대량이었다. 해외 밀반입 양과 적발 건수에서 신종마약류 중 가장 압도적인 수치를 보인 것.

심지어 식약처는 러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2016년 4월 알킬 나이트리트를 공식 마약류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러시가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의 동물 실험도 진행했다.

식약처 산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연구팀은 알킬 나이트리트 7종 중 이소부틸 나이트리트, 이소아밀 나이트리트, 부틸 나이트리트 등 3개 성분이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신경독성과 정신적 의존성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으로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연구팀은 해당 연구에 관한 논문을 국제학술지 ‘뉴로사이언스 레터스’ 2016년 4월호에 발표했다.

알킬 나이트리트가 중추신경계에 작용한다는 연구결과가 있기 때문에 식약처는 당시 적극적으로 알킬 나이트리트를 공식 마약류로 분류했어야 했다.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1군 임시마약류로라도 분류했어야 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여전히 미온적인 모습이다. “알킬 나이트리트에 대한 마약류 재지정을 통한 강도 높은 통제가 필요하지 않느냐”라는 팜뉴스 취재진의 질의에 식약처 관계자는 “임시마약류 또한 마약류와 마찬가지로 식약처에서 관리 중이다”며 “알킬 나이트리트에 대한 마약류 지정은 계속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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