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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치료제 후보 ‘아타자나비르’ 천기누설한 ‘한국산 AI’
코로나19 치료제 후보 ‘아타자나비르’ 천기누설한 ‘한국산 AI’
  • 신용수 기자
  • 승인 2020.06.01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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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공동연구팀, AI 통해 코로나19 치료제로 ‘아타자나비르’ 지목
브라질 연구팀 “아타자나비르, 코로나19 바이러스 복제 및 사이토카인 폭풍 억제한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AI를 이용한 코로나19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AI를 통해 HIV 치료제 아타자나비르(제품명 레야타즈)가 코로나19에 약효가 있다는 사실을 예측한 연구가 눈길을 끌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AI가 주목한 아타자나비르가 코로나19 치료 후보 물질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29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는 한민족과학기술자네트워크(KOSEN)의 전문가 분석보고서인 ‘코센리포트’를 통해 AI와 COVID-19 분석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한·미 공동연구팀이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통해 현존하는 약물인 HIV치료제 ‘아타자나비르(Atazanavir)’가 코로나19 치료용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것.

그렇다면, AI가 아타자나비르를 코로나19 치료 후보 물질로 선별할 수 있었던 배경은 뭘까.

팜뉴스 취재진이 보고서의 ‘숨은 1인치’를 파헤친 결과, 한·미 공동연구팀을 이끈 주인공이 강근수 단국대 미생물학과 교수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강근수 교수가 주축을 이룬 연구팀은 지난 3월 30일 ‘컴퓨터 및 구조 생명공학 저널(Computational and Structural Biotechnology Journal)’을 통해 “기계학습을 이용해 기존 치료제 중 아타자나비르가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에 치료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아타자나비르는 HIV 바이러스 내 단백질 분해효소인 프로테아제 활성 부위에 결합한 이후 바이러스 단백질이 정상적으로 변성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200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의료용으로 승인받았다.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디어젠이 개발한 딥러닝(deep learing) 기반 ‘약물-단백질 상호작용 예측 알고리즘(Moleculule Transformer-Drug Target Interaction·MT-DTI)’을 통해 FDA가 승인한 2000여 종의 약물을 분석한 뒤, 이들 중 항바이러스제로 승인 받은 약물을 따로 분류했다.

쉽게 설명하면, AI 메커니즘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 복제를 담당하는 ‘복제단백질’과 가장 잘 결합하는 약물을 찾아낸 뒤 이들 중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약물만 선별한 것.

해당 논문의 1저자 백보람 디어젠 연구원은 팜뉴스와 통화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속 단백질과 결합하면서, 바이러스 활성을 억제하는 약물이라면 코로나19 치료제로 활약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연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연구팀은 HIV 치료제 아타자나비르가 항바이러스제 중 가장 코로나19 복제단백질과 강하게 결합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분석 결과, 아타자나비르의 해리상수(Kd)는 94.94nM(나노몰)로 항바이러스제 중 가장 낮았다. 예를 들어 어떤 약물의 Kd가 100nM이라면, 물속에 약물이 100nM이 녹아 있을 때 바이러스 중 절반이 약물과 결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수치는 낮으면 낮을수록 바이러스와 더 잘 결합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놀라운 사실은 아타자나비르의 Kd는 최근 FDA가 긴급사용을 승인한 에볼라바이러스 치료제 램데시비르(113.13nM)보다 낮았다는 것.

논문 1저자 백보람 디어젠 연구원은 “램데시비르는 연구 당시 FDA의 승인을 받지 못했지만, 개발사인 길리어드사가 코로나19에 대한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한 뒤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에 우리 연구진의 분석 대상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램데시비르 역시 다른 약물보다는 바이러스 단백질과 결합력이 월등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AI를 통한 우리 연구팀의 분석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아타자나비르가 렘데시비르와 마찬가지로 향후 코로나19 치료 후보물질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의견이다.

실제로 AI의 예측은 틀리지 않았다. 아타자나비르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논문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티아고 모레노 소우자 브라질 오스왈도크루즈연구원 교수팀은 “아타자나비르가 코로나19 치료제로서 효과를 낸다”는 내용의 논문을 4월 4일 학술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게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아타자나비르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내 단백질 변성효소인 프로테아제 ‘Mpro’의 활성부위에 결합해 효소 활성을 방해한다. Mpro는 바이러스 활동에 필수적인 단백질 생산에 기여하는 효소다. 아타자나비르가 프로테아제의 활동을 억제해 바이러스 복제를 막아, 궁극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활동 전체를 억제한다는 것.

또 연구팀은 아타자나비르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세포사멸과 ‘사이토카인 폭풍’을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이토카인 폭풍이란 면역세포가 분비하는 면역조절제인 사이토카인이 과도하게 분비되는 현상을 말한다. 사이토카인 폭풍이 발생하면, 몸속 면역체계가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까지 공격해 심한 경우 죽음에 이르게 된다.

즉, 아타자나비르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활동뿐만 아니라 사이토카인 폭풍도 막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AI의 천기누설이 현실이 된 순간이다.

신진우 KAIST AI대학원 석좌교수는 “수많은 물질에 대해 일일이 그 효과를 실험하고 분석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AI를 이용한 모델링은 경우의 수를 줄이고 한정된 여건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약물의 경우 임상시험에 드는 시간과 비용 등 위험요소가 많다”며 “AI는 이에 대한 위험부담을 크게 낮춰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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