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이 긴급재난지원금 덕분에 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전통시장 내 일부 상인들이 ‘생활 속 거리두기’나 ‘마스크 착용’ 등 코로나19 관련 방역 지침을 준수하지 않아 논란이다. 사람이 몰린 전통시장이 자칫하면 신천지 대구교회나 이태원 클럽처럼 집단감염의 온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망원시장
사진=망원시장

“크로켓 하나 주세요.”

팜뉴스 취재진은 28일 오전 11시경 전통시장의 방역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서울 마포구에 있는 망원시장을 찾았다. 최근 재난지원금 때문에 시장은 활기를 띠고 있었다. 이른 시간인데도 시장 내부에는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사거나 필요한 물건을 구매 중이었다.

문제는 상인들의 ‘마스크’였다. 일부 상인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고객을 응대하고 있었던 것.

설령 마스크를 착용했다고 하더라도, 마스크를 귀 또는 턱에만 걸쳐두거나 코와 입을 완전히 덮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코나 입을 내놓는 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것과 다름없다. 코와 입을 덮는 형태로 마스크를 착용해야 미세한 침방울(비말)에 의한 코로나19 교차 감염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도 있었다. ‘생활 속 거리두기’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가 이번 달 발표한 ‘생활 속 거리두기 세부지침’에 따르면, 일상생활에서 사람과 사람 간에는 최소 2m의 거리를 두어야 한다.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도 최소 1m의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하지만 이날 시장에서는 유명 크로켓 가게를 비롯해 다수의 상점 앞에서 시민들이 줄을 서서 음식을 구매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시민들이 좁은 간격을 유지한 채 바짝 붙어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감염 위험성이 커질 만한 요소 중 하나다.

이날 오후 2시경 방문한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도 다르지 않았다. ‘방역 구멍’은 여전했다. 이곳에서도 일부 상인들은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

심지어 플라스틱으로 된 투명 마스크를 착용한 상인들도 보였다. 투명 마스크는 백화점 시식코너 등에서 주로 볼 수 있다. 입 아래쪽을 가려주기 때문에 음식에 침방울이 튀는 것은 막아줄 수 있지만, 코와 입 위쪽이 뚫려 있어 호흡기를 통한 감염을 막기는 어렵다.

‘생활 속 거리두기’ 문제는 광장시장이 망원시장보다 더 심각했다.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시장답게 먹거리장터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기 때문이다. 유명 꽈배기 가게 등 일부 점포에는 망원시장 크로켓 가게와 마찬가지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더욱 큰 문제는 시장 내부에서 여러 점포가 벤치를 깔아두고 음식을 팔았다는 점이다. 대다수 사람은 다닥다닥 붙어있는 가게에서, 삼삼오오 모여 음식을 먹고 있었다.

금세 수십 명 수준의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측면에서 위험천만한 모습을 보이는 것. 시장 입구에 걸려 있는 ‘우리 시장은 철저한 방역소독으로 안심하고 찾는 클린시장입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무색한 상황이었다.

사진=광장시장
사진=광장시장

전통시장은 코로나19 안전지대가 아니다. 최근 경북 구미시에 있는 새마을중앙시장에선 노점상 및 아르바이트 근무자 등 3명의 상인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다행히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전통시장이 언제든 대규모 집단감염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각 시장 상인회 측은 안일한 태도를 보였다. 망원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아무래도 날씨가 더워지다 보니 마스크 착용에 소홀해진 것 같다”며 “매일 방송 등을 통해 시장 상인들에게 협조를 구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심지어 광장시장 총상인회 관계자는 “시장 내 먹거리장터 관리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정부도 단속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벤처부 전통시장육성과 관계자는 ““생활 속 거리두기는 강제성이 없는 권고 사항이라 강한 제재가 쉽지 않다”며 “또한 1700여 개에 달하는 전국 전통시장을 정부 차원에서 전부 순찰·관리하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최근 재난지원금으로 인해 사람들이 전통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더구나 수도권 지역감염이 현실화된 형국이다. 향후 전통시장에서 코로나19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한다면 방역당국이 책임을 회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오늘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79명 발생했다. 이는 지난 4월 5일 81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53일 만에 최다 확진자 규모를 기록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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