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강남 인근에 있는 성형외과로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리고 있다. 성형외과들은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문구로 시선을 끌면서 고객들을 유인 중이다. 하지만 최근 강남지역이 코로나19 재확산의 중심지로 떠오르면서 이들의 재난지원금 마케팅에 대한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심지어 유명 성형외과는 모델이 되면 공짜 성형을 해준다고 고객을 불러낸 뒤 갑자기 ‘오리발’을 내밀어 고객을 농락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서울 강남 지역에 있는 대다수 성형외과 홈페이지에서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다는 문구를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너도나도 코로나19가 초래한 재난지원금 시즌을 전략적으로 공략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것.

사진1) 성형외과 재난지원금 광고 – 성형외과 홈페이지 캡처
사진1) 성형외과 재난지원금 광고 – 성형외과 홈페이지 캡처

물론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르면 재난지원금은 강남지역의 모든 성형외과에서 사용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불법이 아니란 뜻이다.

하지만 취지는 다르다. 재난지원금은 정부 및 지자체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서민들을 긴급 지원하고 소비심리를 활성화해 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한 경기부양책이다. 재난지원금을 미용 목적의 시술·수술 등에 사용하는 건 정책의 본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특히 재난지원금을 성형에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술을 받으려는 환자들이 강남 일대로 몰리는 점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더구나 최근 강남 지역 곳곳에서 코로나19의 지역 감염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피해를 보전하기 위해 꺼낸 자구책이 오히려 ‘유인책’으로 작용하면서 국민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것.

하지만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긴급 사안인데다 개인 소비의 선택권도 있어, 재난지원금 사용처를 선별할 때 병원의 진료과목이나 급여·비급여 여부 등을 세세하게 규정하지는 못했다”며 “일선 지자체를 통해 재난지원금 관련 과도한 마케팅을 자제할 것을 요청하고는 있지만,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제재가 쉽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팜뉴스 취재진은 25일 저녁 수원에 사는 시민 A 씨로부터 제보를 받았다. A 씨 증언에 따르면, A 씨는 12일 SNS에 올라온 ‘B 성형외과 모델 모집 광고’를 통해 성형 모델에 지원했다. 광고에는 모델에 선정된 사람은 성형외과 수술을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A 씨는 18일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B 성형외과로부터 “성형모델로 적합한지 확인하기 위해 내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그는 20일 저녁 6시경 B 성형외과를 방문, 의사를 만나 모델로 적합한지 여부에 대해 상담했다.

이후 B 성형외과 측은 21일 A 씨에게 “모델로 선정됐으니 모델 계약을 하자”며 “신분증과 주민등록등본을 챙겨 와야 한다”는 등 계약에 필요한 서류도 안내했다.

하지만 A 씨의 ‘희망’은 ‘실망’을 넘어 ‘황망’으로 바뀌었다. A 씨는 모델 계약을 위해 다음 날인 22일, 성형외과가 며칠 만에 180도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

이날 B 성형외과 측은 A 씨에게 “모델 선정 이벤트가 취소됐다”며 “대신 성형수술에 들어가는 비용을 대폭 할인해주겠다”고 제안했다. A 씨 입장에서는 ‘유인 당했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

사진2) 성형외과 모델 광고 캡쳐

A 씨는 취재진과 전화 통화에서 “이벤트를 가장한 호객행위로 느껴졌다”며 “성형외과에 교통비를 요구했지만, 성형외과는 ‘변호사와 상의한 결과 우리가 교통비를 제공할 이유가 없다’고 말해서 화가 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B 성형외과 관계자는 “모델 선정을 취소한 건 사실”이라며 “다만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을 뿐 방문해주신 고객을 속일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성형외과 측 설명에 따르면, 병원은 홍보 효과를 위해 여러 부위를 한 번에 수술할 성형모델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A 씨는 눈 수술만을 원했기 때문에 성형모델로 선정할 수 없었다는 것.

하지만 A 씨는 “광고에서는 원하는 수술 부위를 선택하도록 돼있었다”며 “광고에서도, 의사와의 상담에서도 여러 부위를 수술해야한다 이야기는 나온 적 없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취재진이 해당 성형외과의 광고를 살펴봤지만 시술의 종류에 관한 내용만 있을 뿐 여러 부위를 동시에 수술해야한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A 씨가 B 성형외과의 행태에 분노한 대목은 이뿐만이 아니다. A 씨가 B 성형외과를 방문했을 무렵 강남 지역의 코로나 19 재확산으로 감염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었다. 최근 이태원 클럽을 시작으로 집단 감염이 확산하는 가운데, 클럽·주점 등이 다수 포진한 강남이 위험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

실제로 이태원 술집을 방문해 코로나19에 걸린 것으로 추정된 확진자 2명이 5월 7~8일 신사역을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B 성형외과의 이벤트가 열흘 가량 앞서 진행됐다면, 이들과 A 씨의 동선이 겹칠 수 있었던 것.

A 씨는 “최근 강남지역에 코로나19가 확산됐기 때문에 더욱 억울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먼 거리에 있는 강남을 방문했는데, 헛걸음을 해서 화가 났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시민들의 분노도 이어지고 있다. 한 시민은 “최근에는 병원 가는 것도 조심스러운 상황인데, 성형모델을 핑계로 사람들을 유인하는 행동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하며, “가뜩이나 코로나19로 나라 경제도 어렵고, 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사례는 ‘재난지원금’이라는 단어를 무색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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