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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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을 놓고 신혼부부와 신생아 부모들 사이에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해 혼인신고‧출생신고 등을 미루면서 가구원 산정에 불이익이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의신청을 통해 재난지원금 가구원 산정을 바꿀 수 있지만 심사에 오랜 시간 걸리는 데다 일반적인 가구처럼 신용‧체크카드를 통한 신청이 불가능해 사용에 제한이 생긴다는 것이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A씨는 재난지원금 가구원 산정 때문에 가슴앓이를 했다. 지난 2월 23일 결혼한 A씨는 코로나19 위협에 따른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관공서 방문 자제 등)을 지키기 위해 혼인신고를 미뤘다. 때문에 정부 재난지원금 가구원 산정일인 3월 29일 당시에도 A씨는 혼인 상태로 인정받지 못했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지 않은 것은 아니다. 가구원 산정 기준일(3월 29일) 이후인 3월 30일부터 4월 30일까지 혼인‧출생신고 등으로 가구원 변동이 발생한 경우, 세대주는 자신이 속한 지역 주민센터를 통해 재난지원금 가구원 산정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이의신청에 대한 심사가 늦어지면서 이의를 제기한 국민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A씨의 경우에도 4월 10일 부랴부랴 혼인신고를 하고 이번 달 8일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주민센터에 정부 재난지원금 가구원 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약 2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재난지원금 이의신청에 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아 재난지원금을 수령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A 씨는 “이미 주변 지인들은 대부분 재난지원금의 혜택을 받고 있다”며 “정부 방침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킨 것인데, 재난지원금 혜택에서 소외돼 배신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국민 중 다수는 이미 재난지원금의 혜택을 본 상황이다. 1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온라인 재난지원금 수령이 시작된 이번 달 11일부터 일주일 동안 약 1140만 가구가 재난지원금을 수령했다. 저소득 285만 가구에 지급된 것까지 고려하면 전 국민의 약 3분의 2가 재난지원금을 수령한 것이다.

정부는 이의신청이 몰렸다는 이유로 뒷짐을 지고 있는 상황. A씨가 거주 중인 지역의 주민센터 관계자는 “재난지원금 가구원 이의신청은 지난 18일부터 순차적으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의신청이 몰려 심사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출생신고의 경우 상황이 더 복잡하다. 출생신고일과 실제 출생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충북 충주에 사는 B 씨의 경우 3월 6일 아이를 출산했지만,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피하기 위해 다소 늦은 3월 31일에 출생신고를 진행했다. B씨 부부는 아이의 출생일을 3월 6일로 등록했기 때문에 3인 가구로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재난지원금 조회 결과, B씨 부부는 3인 가구가 아닌 2인 가구로 인정받았다. 현재 B씨 부부는 신용카드를 통해 두 사람 몫의 재난지원금을 수령한 뒤, 이의신청 절차를 밟아 차액분 수령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맘카페 켭쳐
사진=맘카페 켭쳐

B씨 부부를 비롯해 현재 많은 신생아 부모들이 같은 문제로 고민 중이다.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의 지식검색 서비스나 인터넷 카페 등에는 재난지원금 지급을 놓고 연일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주로 “우리 아이가 4월 출생인데 재난지원금 수령이 가능할까요?” 등 신생아 출생으로 인한 가구원 변동에 관한 질문이 주를 이뤘다.

팜뉴스 취재결과 지역 주민센터에서는 출생신고의 경우에도 혼인신고와 마찬가지로 출생일이 아닌 신고일을 기준으로 재난지원금 신청을 받고 있었다. 센터 관계자는 “3월 30일부터 4월 30일 사이 신생아 출생신고를 한 부모님들께서는 이의신청을 통해 추가로 가구원을 신청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출생신고의 경우에도 이의신청이란 절차를 필연적으로 거쳐야 한다는 뜻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의신청을 완료해도 ‘산 넘어 산’이다. 이의신청을 통해 가구원이 변동된 세대는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재난지원금을 수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재난지원금은 자신이 보유한 신용‧체크카드를 통해 수령한다. PC나 스마트폰을 이용한 온라인으로 수령할 수 있고 인근 은행을 방문에 창구접수도 가능해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구원 산정에 대해 이의를 신청한 가구는 재난지원금을 선불카드나 지역사랑상품권으로만 수령할 수 있다. 온라인 신청으로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속한 지역의 주민센터를 직접 방문해야만 수령할 수 있기 때문에 불편함이 크다.

앞서 B 씨 부부 사례처럼, 이의신청 확정 이전 신용‧체크카드를 통해 재난지원금을 수령한 경우에는 이의신청이 완료된 이후 추가된 가구원에 대한 차액분을 받을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차액분은 소속 지역 주민센터를 방문해 선불카드나 지역사랑상품권으로만 수령할 수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이의신청 절차를 밟을 경우 재난지원금을 선불카드나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수령할 수 있다는 내용을 재난지원금 홈페이지(긴급재난지원금.kr)에서 전혀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사진=재난지원금 홈페이지 캡쳐
사진=재난지원금 홈페이지 캡쳐

행안부 관계자는 “해당 방침은 이의신청 접수를 시작한 이번 달 4일보다 9일 뒤인 13일에 결정됐다”며 “이후 각 지역 주민센터에 해당 내용을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주먹구구식’ 행정 탓에 수많은 가구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

재난지원금 절차의 ‘민낯’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가 이의신청 가구에 대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사례도 드러났다. 앞서의 A씨는 “가구원 이의신청 이후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제 몫의 재난지원금까지 수령 했다고 연락이 왔다. 엄청 황당했다”고 말했다.

원칙적으로, 가구원 이의신청 이후 관련 세대원이 포함된 모든 가구의 재난지원금 지급이 중지돼야 한다. A씨 부부의 경우 재난지원금 가구원 산정과 관련해 이의신청을 제기했기 때문에, 정부는 남편과 아내가 포함된 세대의 재난지원금 지급을 중단해야 한다. 하지만 이의신청과 상관없이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것.

A씨는 “아버지가 5인 가구로 접수했다. 우리 가족이 부모님과 3자매이므로 나 또한 가구원 으로 포함된 것이 확실하다”며 “이의 신청 이후 부부로 가구원 인정을 받아도,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할 까봐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역 주민센터 관계자는 “무작정 지급을 중단할 수 없다. 심사 이후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져야 재난지원금 지급을 중단할 수 있다”며 “다만, 이의신청에 대한 승인이 날 경우 이의신청 전 소속 세대의 재난지원금에서 해당 가구원 지분에 대한 환수가 이뤄진다. 다만 A씨 아버지의 경우 5인 가구에서 4인 가구로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금액에는 변동사항이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재난지원금 가구원 산정 문제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행안부가 재난지원금을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기반으로 지급해온 것이 문제의 시작이다.

지난 3월 30일 정부는 소득 하위 70%에 대해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정부는 가구를 기준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소득을 산정한다는 내용을 담은 2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후 4월 29일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한 수정된 추경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2차 추경안을 기반으로 재난지원금 지급을 시행하면서, 지급 기준이 ‘국민 개개인’이 아닌 ‘가구’로 고정됐다. 소득 하위 70%를 가려내기 위해 적용했던 가구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서, 재난지원금 지급 과정이 한층 복잡해진 것이다.

가구원 변동 관련 이의신청에 대한 관리를 부실하게 진행하면서 수많은 국민들이 피해를 겪고 있지만, 정작 행안부는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4월 총선이 겹치고 20대 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추경안을 대폭 수정할 시간이 없었다”며 “국민들에게 최대한 빠르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가구당 지급을 고수했다. 국민들의 너그러운 이해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가구원 변동으로 인한 이의신청으로 지자체 콜센터 및 지역 주민센터에 문의가 폭주하면서, 졸속 행정으로 인한 ‘행정력 낭비’라는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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