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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죽순 쏟아지는 코로나19 후보물질 소식, ‘설레발’은 어디까지?
우후죽순 쏟아지는 코로나19 후보물질 소식, ‘설레발’은 어디까지?
  • 최선재 기자 신용수 기자
  • 승인 2020.05.1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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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적 ‘부풀리기’, ‘넘겨짚기’ 식 과장 보도 백태
국민 혼란, 주가 요동치는데 식약처 ‘강건너 불구경’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의 후보물질 관련 소식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상당수 언론들은 코로나19 후보물질의 ‘장밋빛’ 미래를 암시하는 형태의 과장 보도를 일삼고 있는 상황이다.

무분별한 보도로 인해 국민들이 혼란을 겪고 주식시장이 출렁이고 있지만 이를 계도할 수 있는 정부의 가이드라인마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 후보물질의 과장 보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14일 3000여 종의 기존 의약품을 실험한 결과, 췌장염 치료제 ‘나파모스타트’가 코로나19에 대한 항바이러스 효능이 가장 뛰어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나파모스타트는 상당수 언론의 과장 보도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언론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코로나19에 대한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렘데시비르와 비교해 ‘수백 배 효과가 있다’고 제목을 붙여 보도했다.

통신사와 주요 일간지는 ‘치료효과 입증’, ‘치료 약물 찾았다’이란 기사 문구를 통해 즉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코로나19 치료제를 찾은 것처럼 표현했다. 심지어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코로나19에 대한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렘데시비르와 비교하는 방법으로 ‘렘데시비르에 비해 수백 배의 효과가 있다’는 제목을 붙여 보도하는 언론도 많았다.

전문가들은 아직 동물시험(전임상)도 거치지 않은 후보물질을 과도하게 부풀려 보도하는 행태에 문제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해당 연구는 인간의 폐 세포를 통해 이뤄진 세포 단계의 연구다”라며 “세포 수준에서 확인된 후보물질이 동물시험까지 통과하는 경우는 1%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당장 효능이 입증된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국민을 호도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후보물질은 동물시험과 사람에 대한 임상시험을 거쳐 상용화가 이뤄지는 데 최소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나파모스타트는 기존에 이미 쓰이던 약이므로 개발 기간이 일정 부분 단축되겠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실제 효능을 입증하는 데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유사 성분인 카모스타트는 독일에서 이미 코로나19 환자 치료용으로 쓰이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카모스타트 제네릭(복제약)이 생산 중이다”며 “언론이 보도할 때 이런 관련 정보도 광범위하게 전달해야하는데, 지극히 지엽적이면서 특정 제품만을 강조해 보도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과장 보도가 쏟아지면 주식 시장은 요동친다. 실제로 제일약품‧뉴지랩‧SK케미칼 등 나파모스타트 성분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최근 급등했다. 15일 오후 3시 33분 현재 제일약품은 전날보다 29.96%(1만650원) 상승한 4만6200원으로 폭등했다. 뉴지랩과 SK케미칼도 각각 10.75%(1065원), 2.85%(2700원) 올라 1만7000원, 9만7500원을 기록했다.

앞서의 전문의는 “우리나라에서는 연구의 과학적 성과에 대한 소식을 경제신문들이 전하는 경우가 많아 보도가 시장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 국민들이 혼선을 겪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 이유다”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 백신후보 물질 관련 소식과 관련해서도 일부 언론의 ‘넘겨짚기’식 보도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지난달 3일 국립보건연구원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는 백신 후보물질을 찾아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일부 언론들은 ‘백신 개발, 자급화 기대감’ 등 곧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어줄 만한 문구들을 사용했다.

하지만 연구팀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연구에 참여한 국립보건연구원 관계자는 “현재 동물 실험을 앞두고 있다”며 “동물실험 결과에 따라 후보물질이 될지, 아니면 최적화를 재시도해야 할지 결정될 것이다. 코로나19를 당장 잡는다거나, 자급화 같은 표현을 쓰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또 6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이 재조합 단백질 기반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했다는 소식을 전했을 당시, 일부 언론은 ‘상용화 박차’ 등 시민들에게 백신 개발이 곧 완료될 것으로 오인할 수 있는 표현을 일삼았다.

KRIBB 관계자는 “현재 실험동물을 대상으로 백신 후보물질로서 가능성을 확인한 수준이다”며 “올해 안으로 동물시험을 완료한 이후 내년에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아직 백신 상용화를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더욱 큰 문제는 코로나19 등 비상 상황에서 과장 정보가 담긴 기사들을 계도할 가이드라인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식약처가 2019년 2월 발표한 ‘의약품광고 및 전문의약품 정보제공 가이드라인’은 “약사법 제68조에 따라 의약품 등은 그 효능이나 성능을 암시하는 기사·사진·도안, 그 밖의 암시적 방법을 사용하여 광고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 하지만 이는 광고에 국한한 것으로 기사나 보도자료는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강 건너 불구경’으로 일관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해당 가이드라인은 과장‧허위 광고를 막기 위한 것으로, 제약사 및 연구기관의 보도자료나 기자들이 작성하는 기사의 경우 가이드라인을 따로 마련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식약처의 소극적인 태도를 꼬집는 의견도 들리고 있다. 앞서의 전문의는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관련 치료제 및 백신 개발상황을 각 기업이 아닌 정부가 직접 전달하고 있다”며 “ 왜곡된 정보가 시장과 국민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우리 정부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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