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팬데믹 현상으로 전 세계 각국이 감염병의 위험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최근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공짜 여행’ 이벤트 게시글이 무차별적으로 퍼지고 있다. 심지어 이들은 정부 단체를 사칭하는 것도 모자라 과학적인 근거가 빈약한 주장을 늘어놓으면서 호객행위를 일삼고 있다.

사진=여행 페이스북 캡처
사진=여행 페이스북 캡처

11일 한 시민의 제보에 따르면, ‘경기도문화 콘텐츠지원’이란 이름의 계정은 페이스북에 “서울경기도시민 타문화체험, 꽁짜 태국여행 가실분. ★태국여행★ 체험단에게는 전부 여행 혜택을 준다”라는 문구가 가득한 광고 게시물을 올렸다.

해당 글은 누리꾼들이 체험단에 신청하면 선착순으로 왕복 2인 항공권과 최고급 호텔식사, VVIP 여행권 등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 등 개인정보를 요구했다. 현재 태국의 코로나19 확진자수는 3000명을 넘은 상황이다.

심지어 ‘경기도문화 콘텐츠지원’ 계정은 “따뜻한 날씨에는 바이러스 활동이 현격하게 약화된다”는 홍보문구로 동남아 여행이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다고 시민들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더운 기후에서 바이러스 활동이 약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더운 기후의 국가에서도 확산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14일(한국시간) 미국 존스홉킨스대 통계에 따르면 터키나 이란 등 상대적으로 더운 중동 지역에 있는 국가들에서도 현재 10만 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태국에 인접한 인도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의 확진자 수는 각각 7만8121명, 2만5346명, 1만5438명을 기록했다.

대학병원 전공의 A 씨는 “기후가 더운 나라라고 해서 결코 안심할 수 없다”며 “더운 기후에서 바이러스 활성이 떨어진다는 과학적 근거도 미약하고, 설령 그 말이 맞는다고 하더라도 타국의 코로나19 감염 현황을 봤을 때 비행기나 공항 등 외국인과 접촉 가능성이 큰 곳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의 경우에도 해외에서 유입된 무증상 감염자가 최초로 퍼뜨렸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며 “집단감염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 시기에 무료 여행으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것은 옳지 않은 호객행위”라고 지적했다.

시민들도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B 씨는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에도 이와 비슷한 형태의 여행상품 홍보 글을 본적이 있다”며 “개인정보를 빼내기 위해 사람들을 현혹하는 글이 아닌가 싶다. 코로나19로 어지러운 시기다. 정부가 이런 글을 게시한 사람을 강력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심지어 해당 광고 게시물은 ‘지역경제 살리기 운동’이나 ‘경기도문화체험팀’ ‘서울경기문화지원팀’ ‘전국여행사연합회’ 등, 마치 지방자치단체와 여행사가 공동으로 여행 지원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것처럼 오인할 수 있는 문구들도 담고 있었다.

하지만 팜뉴스 취재진이 계정을 추적한 결과, 이 같은 문구들은 전부 정부나 지자체 등과는 관계없는 유령 단체였다. 프로필 사진과 간단한 소개글 외에는 모든 내용을 삭제한 상태다. 취재진이 사실 확인을 위해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해명은 받을 수 없었다.

한편 관계 기관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문화재단 관계자는 “여행경비나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는 문화 사업을 진행한 일이 없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난 시기지만 모두가 조심해야할 시기에 해외여행을 빌미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상술이 SNS상에 돌고 있어 황당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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