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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바람 등대 그리고 속초바다 … 그 옆에 ‘사랑’이 있었다
하늘 바람 등대 그리고 속초바다 … 그 옆에 ‘사랑’이 있었다
  • 이서하 기자
  • 승인 2020.05.11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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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자의 전국 여행기 1탄
정암해변, 속초 홍게, ‘맛과 멋’이 어울어진 ‘바다’

에디터 I 최선재 (remember2413@pharmnews.com)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라지만 서울 시민들은 바다를 누리기 쉽지 않다. 가장 가까운 바다는 서해이지만 서해는 동해와 달리 푸른빛이 약하다. 황해와 동해의 감성이 남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인천 앞바다가 가장 가깝지만 자동차로 1시간 30분을 달려야 겨우 도착할 수 있다. 바다를 보고픈 연인들의 ‘가성비’가 떨어진다.

동해를 가려면 3시간 이상 차를 타고 가야 한다. 1박 2일 이상의 여행이 아닌 이상, 바다를 누리기에 쉽지 않은 걸음이다. 때문에 서울이나 수도권 연인들은 기껏해야 양평의 두물머리나 춘천에 흐르는 소양강댐으로 위안을 삼는다. 푸른 바다를 바라보면서 연인과 함께 사랑을 나누기가 힘들고 어려운 일인 까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닷없이 바다를 가고 싶을 때가 있다. 수많은 드라마의 명장면 속 극적인 사랑이 해변의 백사장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인들이 언제나 바닷가 로맨스를 꿈꾸는 이유다. 심지어 바다는 뻥 뚫리는 쾌감을 선사할 만큼 매혹적이다.

빌딩나무 숲에 사는 커플들이 바다를 지향하고 푸른 빛 가득한 바다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면서 대리만족을 하는 까닭이다.

더구나 바다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첫 번째 옵션이다.

그렇다면 수도권 커플들이 바다를 어떻게 손쉽게 누릴 수 있을까. 일단은 바다를 가겠다는 ‘결심’이 중요하다. ‘바다를 언제 갔다가 언제 오나’, ‘운전을 하면 피곤할 텐데’, ‘바다를 가면 여행 비가 많이 들텐데’라는 생각들을 당장 접어두어야 한다.

그런 생각들이 들었을 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바다를 누리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acting’ 즉 행동에 돌입해야 한다.

그런 마음이라면 어느 날이더라도 동해 바다를 갈 수 있다. 물론 ‘거리’를 생각해야 한다. 당일치기 여행인데 갔다고 돌아오지 못하면 무슨 소용인가,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동해 바다는 바로 ‘속초’다.

서울 양양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단 2시간 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토요일에 연인을 만났는데 느닷없이 바다를 가고 싶다면 차량 네비게이션에 ‘속초’를 찍으면 된다. 강릉은 멀고 동해는 아득하기 때문이다.

필자도 그랬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필자는 연인과 함께 바다를 보러가고 싶었는데 망설였다. 하지만 야근으로 일상을 보내는 연인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바다를 가자’고 했다. 물론 그 전날까지 속초 바다에 비가 내린 다는 기상청의 예보가 있었지만 믿지 않았다. 기상청은 틀렸다.

속초 바다로 운전을 시작했다.

출발한지 한 시간이 지났을 무렵 가평휴게소에 도착했다. 휴게 소의 백미는 통감자다. 노릇노릇한 통감자를 연인과 함께 먹는 것은 축복이다. 가평 휴게소 야외 테라스에서 통감자와 떡볶이를 사서 먹었을 때 필자에게 이미 바다는 중요하지 않았다. 속초에 도착하려면 또 다시 운전을 해야 했지만 ‘휴게소 갬성’에 피로가 사그러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바다를 가는 과정마저도 데이트의 일부이기 때문에 즐길만 하다는 뜻이다.

가평 휴게소를 출발한 순간 수십개의 터널이 등장했다. 터널 사이에 보이는 하늘과 구름은 장관을 선물했다. 차 안에서 흘러나 오는 음악들이 하늘과 구름을 향해 손짓을 보내는 것처럼 보였다. 터널을 건너고 건넌 순간 창밖으로 바다가 보였다. 바다가 보인 순간은 지금도 생생하다. 하늘색 이불이 끝없이 펼쳐진 그곳에 솜사탕 구름들이 넘실거렸다.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들이 청량감을 안겨주었다. 필자가 도착한 곳은 정암해변, 아기자기한 바위들 있는 정감 넘치는 해변이었다. 인파도 수십명에 불과할 정도였다.

미리 준비한 돗자리를 펴고 하늘을 향해 누웠다. 하늘을 향해 누워 파도가 백사장에 부딪치며 ‘철썩’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밤은 선생이다’의 황현산 교수는 어린 시절 백사장에 누운 느낌을 ‘자신의 인생을 살랑살랑 뒤흔들어버릴 정도의 행복감’ 이라고 표현했는데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속초 바다는 해운대 바다와 ‘결’이 달랐다. 해운대 바다는 여름 바다였지만 초봄의 바다 내음은 향긋하기 그지없었다.

속초 바다는 단순하지만 묘했다. 하늘과 바다와 등대는 각각 하늘색 푸른색 빨간색이었다. 다른 색깔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오색빛깔이 아니었는데도 하늘과 바다와 등대는 서로가 만났다.

바람이 불면 바다를 보았다. 바람이 또 불면 바람 위 하늘을 바라 보았다. 바람이 다시 불면 바람 밑 바다가 보였다. 바람과 하늘과 등대 바로 옆에 사랑하는 연인이 있었다. 그렇다. 속초 바다는 사랑을 살찌우고 애태우고 충만하게 할만큼 아름다웠다.

 

속초에서 놓칠 수 없는 백미는 대포항이다. 대포항 홍게의 부드러운 살결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단 여기서 조건이 있다. 가성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게보다는 홍게를 추천한다. 어차피 대게든 홍게든 위속으로 들어가면 똑같다고 정약용 선생이 말씀하셨다. 대게는 비싸다. 하지만 홍게는 좀 더 싸다. 횟집에 들어가서 홍게를 시키면 조선시대 임금의 수라상과 비견할만한 정찬이 나온다. 여기에 광어, 물회, 멍게, 해삼이 전부 나온다.

연인들이여 바다를 보고 싶은가. 수십개의 터널을 지나 속초를 가라, 속초에 가서 바다와 하늘과 등대를 만끽하고 홍게의 부드 러운 살결로 연인의 배를 채우라, 그러면 그대들의 사랑이 속초를 타고 더욱 깊어지리라,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결심’이다.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바다를 일단 가서, 생각해라! 주저하면 10년이 지나도 동해를 가지 못한다. 필자도 그랬다. 거대한 결심이 없었다면 지금도 주말마다 ‘바다 가고 싶다’를 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이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연인에게 보여주어라, 그대의 불타오르는 용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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