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I 최선재 (remember2413@pharmnews.com)

 

장범준의 벚꽃엔딩이 아름다운 노래일 수 있는 이유는 따뜻한 봄에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여수밤바다를 즐기려면 날씨가 중요하다. 별처럼 빛나는 밤바다를 연인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춥지는 않아야 한다. 겨울의 첫 눈을 기다리면서도 겨울이 몰고올 추위가 연인들의 풍경과 추억을 앗아갈 수 있는 까닭이 다. 서울에 강추위가 몰아친 요즘 데이트 장소를 찾기가 더욱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맛집과 카페에 머물러 따뜻한 곳만을 찾을 수 없지 않은가. 드라마 속 연인들의 모든 공통점은 걷고 있다는 것이다. 걷고 또 걸어야 사랑을 씹고 즐기고 뜯고 맛볼 수 있다. 추워도 걸어야 할때는 걸어야 한다는 뜻이다. 둘만의 내밀한 이야기들을 남들이 다 듣는 카페에서 할 수는 없다. 차안이라고 다를까. 차안은 조용하고 아득한 공간이지만 그곳은 로맨틱은 없다 그렇다면 연인은 어디를 걸어야 할까. 썸을 타는 이들은 어디서 숨은 이야기를 나눠야 할까. 그 질문에 해답을 줄 수 있는 곳은 바로 남산이다. 여기서 힐링독자들은 기자에게 이렇게 물을 것이다. “얼어죽겠는데 무슨 남산”인가 라고 말이다. 단언컨대. 지금 이 시점에서 연인들이 데이트하기 가장 좋은 장소는 남산이다. 기자가 지난주에 다녀온 경험에 기초하면 남산의 추위는 연인들의 마음을 녹일 정도로 따듯하고 정겹다.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는 단풍이 그 첫번째 이유다. 남산은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에서 올라갈 수 있는데 지금 바로 이순간.

동장군이 찾아온 시점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버스를 타고 남산타워를 올라간다. 하지만 버스를 타고 가지 마시라. 오색빛깔의 단풍을 느끼기 위해서다. 남산타워를 향해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능선을 따라 걸어올라 가다보면 거대한 자연이 선사해 주는 단풍과 마주할 수 있다. 붉은 단풍나무와 샛노란 은행나무의 향연은 연인들을 드라마 속 주인공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걸어 올라가는 길에 사람이 전무하다는 것. 추운 날씨 탓에 관광객이 없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커플들은 손을 잡은 채 자유롭게 사랑 이야기를 속삭일 수 있다. 올라가는길 곳곳에 있는 전망대에선 드넓은 서울하늘을 만끽할 수 있다.

시간은 30분이 걸리지 않는다. 사진으로 서로를 추억하고 이야 기로 하나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남산의 마지막 남은 단풍과 아름다운 능선으로 연인들이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이유다.

남산 타워에 도착하면 수많은 관광객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보통 자물쇠 근처에 몰려있다. 일명 ‘커플 자물쇠’로 자물쇠를 구입해서 매달아놓으면 사랑이 영원히 지속된다는 의미다. 수많은 커플들이 남긴 자물쇠가 지천에 널려있는 이유다. 여기서 상술의 유혹에 견디지 못하고 자물쇠를 산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하지만 자물쇠로 사랑을 약속했던 MBC 예능 ‘우리 결혼했어요’의 커플들이 대부분 이별했음을 감안하면 굳이 비싼 돈을 주고 자물쇠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수많은 관객들이 몰린 그곳이 아닌 다른 장소로 가는 것이 상책이다. N서울타워의 4층 외곽에 도착하면 연인들을 위해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있다. 오후 5시 30분 경에 도착하면 해가 만들어낸 절경이 연인들을 기다리고 있다.

햇볕이 유리창과 부딪치면서 연인의 모습엔 그림자가 진다. 이때, 마치 핀조명을 받는 느낌을 누릴 수 있다. 영화 한편의 포스터처럼. 일몰이 쏟아내는 선샤인이 연인들을 감싸는 순간이 펼쳐진다는 뜻이다.

기자도 그랬다. 흥미로운 사실은 지나가는 아이와 엄마. 그리고 할머니가 기자를 보면서 한편의 그림같다며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준다고 먼저 제안했다는 점이다. 포즈를 취했고 인생에 남을 만한 멋진 사진을 남겼다. 남산의 단풍놀이에 이은 일몰사진이 연인들의 마음을 녹일 수 있는 ‘킬링 포인트’인 까닭이다.

추위를 조금만 참을 수 있다면 남산행은 커플들에게 제격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남산 돈가스도 빠질 수 없다. 하지만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무한도전 등 TV에 출연한 맛집을 피하라는 것이다.

그곳은 사람들이 그야말로 바글바글하고 돈가스 역시 생각만큼의 감동을 선사하지 못한다. 때문에 방송에 나오지 않았던 곳이라면 이유를 불문하고 들어가라. 이렇게 추천하고 싶다.

그래서 기자는 방송에 나오지 않은 곳을 향했다. 그곳은 산채골 돈가스었다. 돈가스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돈가스에 들어 있는 치즈가 한껏 뿜어 나올 때마다 탄성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말랑말랑한 고추를 된장에 찍고 치즈돈가스 한 조각을 입에 베어문 순간 남산의 맛이 느껴질 정도였다. 남산은 어느새 어둠이 드리우고 있었지만 산채골 곳곳에서 돈가스를 먹는 커플들은 재잘거리며 정겹게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다.

힐링 독자들이여 무섭도록 추운가. 이미 겨울 같은데 가을을 흠뻑 느끼고 싶은가. 사랑하는 이와 자연 속에서 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은가. 그렇다면 당장 남산에 올라라. 낙엽은 지고 있지만 사랑이, 가을과 함께 한껏 싹트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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