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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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약이 심장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코로나19 사망 위험성과 관련이 없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에 따라 그간 제기되던 ACE 억제제나 ARB 계열 치료제를 둘러싼 논란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중국 의료진들은 고혈압 치료제로 사용되는 ACE(Angiotensin Converting Enzyme, ACE) 억제제와 ARB(Angiotensin II Receptor Blocker, ARB) 계열 약제가 코로나19의 감염 위험과 중증도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들은 코로나바이러스가 ACE2를 통해 체내에 침투, 확산하는 기전을 갖고 있고, 장기 중에서 ACE2 세포가 폐와 심장에 가장 많으므로 폐‧심장 질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한 근거로 중국 의료진은 코로나19 확진자 중에서 고혈압 환자들의 사망률이 높았고 일부는 심장 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점을 제시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중에서 기저질환이 있던 환자는 48%였는데 그 중 고혈압 환자가 30%로 가장 많았고 사망자 중 거의 절반이 고혈압 환자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안전성 논란을 반박하는 연구 논문이 발표됐다.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팀은 지난 1일, ‘코로나19에서의 심혈관 질환과 약물치료 그리고 사망률’ 제목의 논문을 세계적인 의학 저널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w Englnad Journal of Medicine)’에 게재했다.(DOI: 10.1056/NEJMoa2007621)

연구팀은 심혈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약물치료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률 사이의 연관성을 평가했다.

이들은 우선 아시아와 유럽, 북미 등 11개국에 있는 169개 병원에서 작년 12월 20일부터 올해 3월 15일까지 코로나19 입원 환자 8,910명에 대한 관찰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했다.

[표-1. Covid-19의 생존자와 비(非)생존자 사이의 인구학적 특성 및 공존 조건]
[표-1. Covid-19의 생존자와 비(非)생존자 사이의 인구학적 특성 및 공존 조건]

전체 환자 가운데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 곳은 유럽이었다. 전체의 64.6%인 5,755명이 유럽 환자였고 아시아가 1,619명(18.2%), 북미 1,536명(17.2%) 순이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49세(±16)였고 환자의 16.5%는 65세 이상이었다.

심혈관 위험 인자와 관련한 데이터를 살펴보면 ▲고지혈증 30.5% ▲고혈압 26.3% ▲당뇨병 14.3% ▲흡연경력이 있는 환자 16.8% ▲현재 흡연 중인 환자 5.5%로 확인됐다.

총 515명(5.8%)의 환자가 치료 도중 사망했고 이들의 평균 연령은 55.8세(±15.1)였다. 병원 내 사망 위험 증가에 미치는 요인으로는 ▲연령(65세 이상) ▲관상동맥질환 ▲심장마비 ▲부정맥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현재 흡연자인 경우가 있었다.

주목할 점은 생존자와 사망자에게 사용된 심혈관 약물치료에 대한 결과다.

[표-2. Covid-19의 생존자와 비(非)생존자 중 입원 중 심혈관 약물치료]
[표-2. Covid-19의 생존자와 비(非)생존자 중 입원 중 심혈관 약물치료]

생존율과 ARB 사용 사이에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았고, ACE 억제제와 스타틴 계열 약제는 생존자가 오히려 사망자보다 더 많이 사용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코로나19의 병원 내 사망 원인이 고령과 기저 심혈관 질환, 흡연 여부 등과 관련이 있다는 기존 사례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병원 내 사망 위험 증가가 ACE 억제제나 ARB 사용과 연관이 있는 것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임상적 맥락에서, ACE 억제제나 ARB가 병원 내 사망률과 잠재적 위험 연관성이 있다는 우려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로 심장 관련 학회들이 권고했던 ‘기존 치료요법 유지’에 한층 더 힘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ACE 억제제나 ARB 복용에 대한 환자들의 우려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며 “하지만 유럽심장학회나 미국심장협회 등 여러 단체에선 중요 약품들에 대한 명확한 임상증거 없이 임의로 투약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고 밝혔다.

실제로 대한고혈압학회는 지난 3월, “안지오텐신전환효소 증가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므로, 효과가 증명되고 올바른 적응증에 사용된 ACE 억제제와 ARB를 타 계열의 약제로 교체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혈압약 사용으로 얻는 이득이 중단 및 변경에 따른 위험보다 크기 때문에 해당 성분의 약제를 변경 및 중단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복용할 것을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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