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제약 업계의 의약품 개발과 생산 전반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내 제약사들의 원료 수입의존도가 74%에 달하는 만큼, 코로나19 장기화 시 원료 공급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3월부터 계속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됐다. 국내외 정부기관과 제약 회사들이 백신‧치료제 개발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사태가 길어짐에 따라 행해진 조치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원료의약품 수급이 국민 불안을 증폭시킬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정책보고서를 통해 “2월 기준으로 제약바이오기업들은 2~4개월 치의 원료의약품 재고분을 확보한 상태다”며 “그러나 원료 공급의 34%를 담당하는 중국은 다수의 원료공장 생산기지를 폐쇄조치 했다. 10%를 담당하는 인도는 26종의 원료의약품 수출 제한 조치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건일제약의 이뇨제 ‘아미로(성분명: 아밀로라이드)’는 일시적으로 품절이 되기도 했다.

아미로의 원료인 아밀로라이드 중간체 생산처가 중국에 있어 원료 공급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 등에 따르면, 중국 공장이 재가동됨에 따라 오는 11일부터 제품 공급이 정상화 될 예정이다.

주목할 점은 사태 장기화에 따른 원료의약품 공급가액이 상승해 막대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책보고서는 “수입 원료가격이 25% 상승한다고 가정했을 때, 약 1조 655억 원의 비용 증가가 발생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 수치는 한국은행이 지난 2018년 발표한 기업경영분석의 ▲의료용 물질 및 의약품 재료비(5조 7,910억 원)에 ▲원료의약품 수입의존도(73.6%)와 ▲원재료 상승률(25%)을 곱해서 나온 값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들어 국내 원료의약품의 수입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것도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표-1. 원료의약품 국내 자급도]
[표-1. 원료의약품 국내 자급도]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원료의약품 국내 자급도는 26.4% 수준으로 전년보다 9% 낮아졌다. 2014년부터 5년간 집계된 자료를 살펴봐도 전체적인 국내 자급도는 감소세를 보였다.

국내 원료의약품 생산 규모 역시 전년(2017년) 대비 8.7% 감소한 2조 561억 원으로 확인됐다. 다만 수출액은 4.8% 증가한 1조 7,468억 원을 기록했다.

[표-2. 국가별 원료의약품 수입실적(2014~2018)]
[표-2. 국가별 원료의약품 수입실적(2014~2018)]

국가별 원료의약품 수입실적(2018년)은 ▲중국 34% ▲일본 17% ▲인도 10% 순이었고, 이 비중은 매년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원료의약품 비축분이 있어 업계 내에서도 원료 수급에 대한 우려가 크지는 않다”며 “하지만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원료의약품 수급이나 완제의약품 품절 등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만약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제약사들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병원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도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관한 대책회의 자리에서 “주요 원료의약품 수입국인 중국과 인도의 공장 폐쇄, 공항‧항만 봉쇄로 원료 수급이 불안정하다”며 “유럽과 미국 등지의 여객기 결항에 따른 운임 상승으로 단가 역시 인상됐다. 정부 차원에서 원료의약품 수급 채널 다변화와 국가 간 정기적인 수출입 채널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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