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원 교수 고려대 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사진=신상원 교수
사진=신상원 교수

2019년에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의하면 2017년에 우리나라에서는 232,255건의 암이 새롭게 발생했다. 그중 폐암은 남녀를 합쳐서 26,985건, 전체 암 발생의 11.6%로 3위를 차지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 사망원인통계’에서 2018년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는 ‘암’이었다. 이는 1983년부터 자료를 집계한 이래 36년간 깨지지 않은 기록이다.

이같이 환자도 많고, 사망률도 높은 ‘폐암’은 비소세포폐암(NSCLC)과 소세포폐암(SCLC)으로 구분한다. 비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 환자 중에 80~85%에 해당하며, 원발부위와 인접 림프절 이외의 부위로 전신 전이가 이뤄진 병기에서는 항암 치료가 이뤄진다.

특히 정상 세포는 손상하지 않으면서 종양 세포만 공격하는 ‘표적항암제’는 특정 암세포와 일부 정상 세포의 표면에 발현된 EGFR(상피세포 증식 인자)를 표적으로 하여 종양 세포의 성장을 차단하는 기전을 가진 항암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의 경우 전체 폐암 환자의 약 30~40%에서 EGFR 돌연변이가 발견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EGFR 변이 양성 환자에게 사용이 가능한 표적항암제가 출시되며, 폐암 환자들의 생존율이 크게 개선됐다.

이처럼 표적항암제는 혁신적이고 좋은 약인 것만은 분명하다. 다만, 항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적잖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본지는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의 종양혈액내과 신상원 교수를 만나 표적항암제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 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를 계속 써야 할까?

물론이다. EGFR-TKI 제제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매우 효과적이며 일반적인 화학요법의 주사 항암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하지 않는다. 때문에 장기간 약물 반응을 유지하며 환자에게 최적화된 치료를 할 수 있다.

실제로 2000년대 들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표적항암제가 등장했다. 그에 따라 4기 폐암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이 1993년~1995년엔 11.3%였던 반면에, 2009~2013년에는 23.5%로 2배 이상 높아졌다.

표적항암제는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에게 있어 좋은 약인 것은 분명하다.

≫ 비소세포폐암 치료 중 가장 어려운 점 중 하나가 ‘뇌전이’로 알고 있다

비소세포폐암에서 뇌전이는 빈번하게 발생한다. 5명 중 1명은 초기부터 뇌전이를 동반하고, 치료 도중에 뇌전이가 발견되는 경우도 44%에 이른다. 뇌전이가 발생하면 뇌압이 상승해 항암치료가 어렵고 뇌혈관장벽(BBB, blood-brain barrier)을 통과하지 못하면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라 예후가 나쁘다.

기존에 사용되던 EGFR 표적 항암제들은 뇌혈관장벽(BBB, blood-brain barrier)을 통과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약물이 뇌혈관장벽을 통과하지 못하면, 뇌전이나 뇌척수전이(뇌연수막전이) 환자에게는 항암제의 효과가 없다.

하지만 오시머티닙은 기존 치료제의 단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치료가 어려웠던 중추신경계(CNS, central nervous system) 전이가 있는 환자에게도 표적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오시머티닙의 가장 큰 장점이다.

≫ 그렇다면 오시머티닙은 안전성 측면에서 문제가 없는 것인지

그렇지 않다. 지난 2018년 1월에 발표된 오시머티닙 FLAURA 논문을 해석하던 중, 심장 독성(Cardiac toxicity)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오시머티닙은 EGFR 돌연변이 인자와 사람상피수용인자수용체2(HER2) 모두를 비가역적으로 억제하기 때문에, 심장 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논문에서는 오시머티닙이 심장 독성을 일으킬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지나가는 정도로만 언급이 됐다. 하지만 보충 부록(supplementary appendix)을 살펴보니 심장 기능이 저하되거나 심박수 보정 QT(QTc) 간격 연장이 발생한 사례들이 있었다.

심부전(cardiac failure)은 타그리소에서 12명(4%)이, 대조군인 표준 EGFR-TKI에서는 6명(2%)이 발생했다. 또한 CTCAE(이상반응 평가도구) 3등급 이상의 심장 부작용이 보고된 비율 역시 타그리소 2.2%, 대조군 0.7%로 타그리소가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이를 바탕으로 논문 저자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오시머티닙이 심장 독성에 미칠 영향에 대해 좀 더 장기간에 걸친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는 의견(correspondence)을 보냈고, 해당 내용이 학술적으로 인정받아 ‘Letter’란에 게재됐다.

≫ 하지만 오시머티닙의 효과성은 FLAURA 데이터를 통해 입증된 것으로 알고 있다

타그리소 군의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18.9개월로 대조군이 10.2개월인 것에 비해 약 8.7개월의 개선 효과를 보였다. 또한 전체생존기간도 유의미한 수치를 보였다. 타그리소군의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은 38.6개월로 대조군 31.8개월 대비를 기록했다.

이 수치만 보면 효과가 분명히 있는 것이다.

하지만 타그리소는 아시아인에서 1차 치료제로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 아시아인 환자 347명이 포함된 하위 분석에 따르면, 아시아인의 OS 생존기간 지표 위험비(HR) 0.995로, 1000명 중 5명에서만 OS 개선 효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통계적 유의성이 없는 수치로 임상적 유용성 대비 비용 효과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또한 무진행생존기간(PFS)에 대한 논란도 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PFS의 중요성은 높지 않았다. 즉, 어떤 항암제가 환자의 OS를 증가시키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PFS가 항암제의 효과성을 판단하고 신약 허가의 ‘기준’이 됐는데, 이는 제약업계의 입김 때문이다.

사실 PFS가 전혀 의미 없는 데이터는 아니다. PFS가 증가하면 OS 역시 늘어날 가능성이 올라가고, 이 때문에 주목하는 것이다. 하지만 PFS가 OS를 대체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논란이 많고, 특히 의료계에서는 아직도 FDA가 신약 허가 기준에 PFS를 적용하는 것을 비판하고 있다.

≫ 표적항암제를 ‘최선’의 치료 전략으로 생각해도 괜찮을지

실제 환자를 대하는 의사에게, ‘최고 혹은 최선’의 치료 전략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환자의 상황과 병력, 가족력 등 다양한 요소를 확인한 뒤에, 그에 맞는 약을 사용하는 것이다.

일례로 동료 의사들과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어떤 EGFR-TKI 항암제를 1차 치료제로 쓸지에 대한 토론을 한 적이 있었다.

어떤 선생님은 오시머티닙이 1차 치료제로 효과가 있다는 연구들이 있어 해당 약제를 사용하겠다고 얘기했다. 반면에 다른 선생님은 기존 치료법대로 1·2세대 항암제를 사용한 뒤 EGFR T790M 돌연변이가 발생한 환자에게 오시머티닙을 투여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암 환자를 치료할 땐 항암 효과와 부작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오시머티닙도 마찬가지다. 심장 독성을 고려해 투약에 신경을 써야 하며, 특히 심장질환이 있거나 장기간 투여가 필요한 환자라면 심장질환 발생 여부를 꾸준히 관찰하거나 다른 항암제의 선택도 생각해 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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