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지난해 대형 제약사들은 실적 부진에도 등기임원의 보수가 평균 15.2% 오른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직원들의 임금 인상은 4.2% 수준에 불과했다. 수익성 부진에도 임원들의 인건비가 전반적으로 늘어난 건데, 일부 기업들의 경우 높으신 분을 위한 ‘돈잔치’를 벌였다는 오명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정작 직원들의 몫은 뒷전이고 ‘자기 배 불리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23일 팜뉴스는 지난해 1000억 원 이상 매출을 올린 상장제약사 주요 40곳(지주사 제외)의 사업보고서를 통해 임직원의 인건비를 분석했다. 집계대상 40곳의 1인당 연평균 급여는 급여 총액에서 직원수로 나눈 값으로 각 사별 회사 급여규정상의 인건비와는 다를 수 있다. 또한 등기임원의 보수에는 사외이사를 제외하며 퇴직금 및 성과상여를 포함하고 있다.

우선 작년 영업이익이 늘어난 제약바이오기업은 조사대상 40곳 중 21곳에 불과했다. 주요 제약사 절반이 수익성 부진에 시달렸다는 의미다. 그런데 등기임원의 보수가 늘어난 곳은 24곳에 달했다.

이들 제약사들의 1인당 등기임원 보수 수준은 평균 약 4억3,800만 원이었으며 미등기 임원 연봉은 약 1억6,800만 원이었다. 등기임원의 보수는 1년 전에 비해 2,600백만 원이 늘면서 평균 15.2%가 높아졌다. 미등기 임원은 전년과 동일한 1억6,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직원들의 경우 남직원 6,700만원, 여직원 4,700만 원 수준으로 평균 연봉은 6,100만 원으로 확인됐다.

등기임원과 미등기임원의 차이는 등기임원의 경우 이사회에서 참가해 의사결정권을 가지지만 미등기임원은 이사회에 참석할 수 없고 의사결정권도 없다. 문제는 회사의 실질 지배권을 가진 대주주나 추천인이 등기 임원으로 등재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때문에 실적이 저조해도 당장 급여나 성과급 또는 퇴직위로금을 많이 받아 가는 것에 대해 곱지 못한 시선이 있어 왔던 것.

등기임원의 1인당 평균 보수가 가장 높았던 곳은 삼진제약으로 24억8,400만원이었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12억1,500만원), 셀트리온(10억9,300만원), 동아에스티(7억5,300만원), 환인제약(7억1,500만원), 메디톡스(6억4,000만원), 화일약품(6억200만원), 부광약품(4억9,900만원)순이었다.

등기 임원의 임금 상승률도 천차만별이었다.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곳은 동아에스티로, 등기 임원들은 1인당 평균 전년대비 217% 오른 7억5,300만원을 받아 갔다. 이어 삼진제약(166%, 24억8,400만원), 영진약품(84%, 3억1,500만원), 대화제약(80%, 1억7,600만원), 유나이티드제약(62%, 4억7,000만원), 메디톡스(54%, 6억4,800만원), 대웅제약(30%, 2억5,600만원) 순이었다.

주목할 점은 이들 등기 임원의 보수가 실적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곳이 상당수 존재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삼진제약의 경우 영업이익이 26% 감소한 441억 원의 영업성과를 냈다. 그런데 퇴직한 임원들을 포함해 5억 원 이상 지급된 임원 5인이 보수로 지급받은 금액은 140억 원. 최승주 회장·조의환 회장·이갑진 전 전무·우종무 전 전무가 각각 10억 원씩 고액을 받아갔고 이성우 전 사장이 퇴직금으로만 96억 원을 수령해 가면서 보수 금액이 커진 까닭이다. 조사대상 제약사 중 가장 많은 돈을 받아 갔다.

최근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인보사의 임상 재개를 승인해 기사회생 하게 된 코오롱생명과학도 지난해 265억 원의 영업 손실로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2018년에는 등기임원이 받아간 돈이 1인당 6억1,900만 원으로 제약사중 5번째로 높았다. 그런데 지난해 이보단 작지만 등기임원의 보수로 1인당 3억 원 이상이 지출됐다. 이우석 대표에게 5억1,000만원이 지급 된 것. 이 대표는 지난 2월 인보사의 성분 논란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구속 수감됐다.

영업이익이 70%나 줄어든 메디톡스도 임원들의 보수가 절반 이상 커졌다. 최근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톡신 ‘메디톡신’ 파장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회사는 등기임원 3명이 지난해 1인당 평균 6억4,000만원을 챙겼다. 조사대상 중 6번째로 많은 돈을 지급한 것. 2018년 4억1,500만원에 비해 54%가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직원들 급여는 정작 하위권 수준(뒤에서 3번째)인 4,600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단단한 실적을 자랑하는 유나이티드제약도 영업이익이 345억 원으로 9% 가량 줄었다. 반면 등기임원의 보수는 62% 늘었다. 강덕영 대표와 강원호 대표가 각각 9억 원과 7억 원을 받아 간 것. 문제는 직원들의 연봉 수준이다. 직원들의 급여 수준은 하위권인 5,100만 원 인데다 심지어 전년대비 4% 가량 줄어들었다.

신풍제약과 명문제약은 수익성 부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신풍제약은 영업이익이 반 이상 줄면서 25억 원에 불과했고 명문제약은 143억 원의 영업손실로 적자를 냈다. 하지만 신풍제약의 경우 등기임원의 보수가 16% 증가했고 명문제약은 7% 높아진 4억1,000만 원을 기록했다.

반대로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은 등기임원진도 존재했다. 바로 일동제약, JW중외제약, 제일약품, 영진약품, 대웅제약, 동화약품, 부광약품, 경보제약으로, 이들은 영업이익이 줄어들면서 보수도 전년대비 각 사별로 많게는 20%에서 적게는 7% 내외 수준으로 깎였다.

아울러 직원 급여가 가장 많이 지급된 곳은 유한양행으로 직원 1인당 8,800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7,500만원), 일동제약(7,400만원), 삼진제약(7,300만원), 종근당(7,000만원), 한미약품(6,900만원), 셀트리온(6,900만원), 이연제약(6,700만원), 일양약품(6,700만원), 한독(6,600만원)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매출 상위 제약사들이 평균 6천만 원을 넘게 직원들에게 연봉으로 지급하고 있었다.

가장 많은 금액을 지급한 유한양행의 경우 급여 인상률도 가장 높은 17.3%에 달했다. 반면, 등기임원의 보수는 3.5%가 떨어졌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감소했지만 여러 물질의 기술 수출을 성공시키면서 공로가 직원들에게도 배분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2분기 기술수출의 성과를 거둬들이고 있다. 최근 4월 들어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YH25724'의 비임상 독성시험이 완료되면서 계약금의 잔금(약 123억 원)을 받았다. 또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의 1차 기술료(약 432억 원)도 유입됐다.

이 외에도 급여 인상률이 높았던 곳은 셀트리온으로 2017년 5,500만원, 2018년 5,900만원, 지난해 6,9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상승률은 16.9%를 기록했다. 이어 종근당(16.7%), 삼성바이오로직스(15.4%), JW생명과학(15.4%), 국제약품(14%), 코오롱생명과학(14%), 대원제약 (13.5%), 환인제약(13%) 순으로 인상률이 높았다.

이들 기업 대부분은 영업이익 증가에 따른 수익성 호전으로 급여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영업이익은 셀트리온 12.8%, JW생명과학 26.4%, 국제약품 70%, 대원제약 14.2%가 늘어난 만큼 지난해 수익성이 호전됐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반면, 실적이 저조한 일부 제약사들은 직원들의 평균 급여가 깎이는 상황이 연출됐다. 영업이익이 85% 감소한 안국약품은 직원 급여가 24% 줄어들었다. 영업이익이 8.5% 줄어든 유나이티드제약도 3.8% 줄어들었다. 이 외에도 종근당바이오(-12.7%), 휴젤(-8.5%), 광동제약(-4.4%), 대화제약(-4.3%), 동아에스티(-1.6%), 대웅제약(-1.5%)이 감소했다. 전년과 비슷하게 동결된 곳으로는 메디톡스, 경동제약, 삼천당제약, 이연제약, 중외제약, 영진약품 등으로 조사됐다.

한편, 직원 연봉이 제일 적었던 곳은 대화제약과 화일제약으로 직원 연봉이 4,500만원으로 최하위권 이었다. 또 메디톡스(4,600만원), 동구바이오제약(4,600만원), 유나이티드제약(5,100만원)도 하위권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여직원의 연봉 수준이 4천만 원을 밑도는 곳은 화일약품, 대화제약, 유나이티드제약, 국제약품, 삼천당제약, 메디톡스로 나타났다. 남직원의 연봉 수준이 4천만 원을 하회하는 곳은 없었으며 5천만 원 미만도 동구바이오제약 단 한 곳만이 존재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