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처 방안으로 일부 국가에서 도입한 ‘집단면역’이 화제다. 백신이 없는 코로나19의 대응책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질병의 확산을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실화하기 어렵고 위험성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들어 우려의 목소리를 표하고 있다.

코로나19의 무서운 확산세로 전세계가 신음하고 있다. 이에 세계 각국은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대부분의 나라는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봉쇄’ 정책을 추진한다.

하지만 스웨덴이나 영국, 브라질 등 일부 국가들은 ‘집단면역’을 토대로 한 ‘방임’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집단면역이란, 전염병이 유행하는 집단의 구성원 대부분이 병원체에 대한 면역력을 확보하면 자연스럽게 해당 집단 전체에 대한 방역이 이뤄진다는 이론이다.

전염병은 일반적으로 소수의 감염자로 인해 수많은 2차 감염을 발생시킨다. 하지만 집단에 속한 구성원 대다수가 병원체에 대한 항체를 갖고 있으면 집단 평균의 면역력이 올라간다. 면역자가 늘어날수록 질병의 전파력은 약해지고, 종래에는 면역력이 없는 사람도 간접적인 질병 예방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앞서 언급한 국가들은 바로 이러한 점에 착안해 다른 곳과는 차별화된 정책을 펼친 것.

안데르스 텡넬 스웨덴 공공보건청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단시간 내에 사라질 질병이 아니다”며 “따라서 우리는 봉쇄가 아닌 ‘완화 전략’을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염병 전문가이기도 한 그는 “바이러스를 억제하거나 봉쇄하는 정책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며 “학교를 수개월 동안 마냥 폐쇄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방임 정책이 커다란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며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한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스웨덴에서 시행하는 코로나19 정책엔 한계가 있다”며 “코로나19 확산을 방임하면서, 건강한 집단과 고위험군을 서로 격리만 잘 시킨다면 안전하다는 것이 스웨덴 보건당국의 생각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 방법을 시행하려면, 노인이나 환자와 같은 취약계층을 돌보는 의료진과 보호자 및 경찰과 공무원들은 코로나19 백신이 나올 때까지 온종일 방호복을 착용해야 한다”며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확진자 수가 늘어나면 의료기관이나 요양기관으로 바이러스가 손쉽게 퍼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며 “우리나라나 우한, 미국의 사례만 보더라도 의료기관에서의 바이러스는 집단 감염을 유발해 치명적인 결과를 낳게 된다. 방임형 전파는 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밝혀진 바가 많지 않은 ‘신종 감염병’이라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집단면역을 해결책으로 사용하려면 해당 전염병에 대한 충분한 역학조사가 진행돼야 한다”며 “역학조사 없이는 집단면역의 역치값을 계산할 수 없는데, 코로나19는 새롭게 생긴 감염병이라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국의 경우, 코로나19 초기 대응안으로 방임에 가까운 조치를 취했다. 감염 위험이 큰 고령 인구에 한해 크루즈 여행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고 코로나19 유증상자는 7일 동안 자가 격리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임페리얼칼리지 런던의 전문가들은 이탈리아 사례를 분석하며 “7일간의 격리 기간은 국가보건서비스(NHS)의 과부하를 초래할 수 있다”며 “영국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26만 명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는 “불필요한 접촉을 자제하고 모든 여행을 중지할 것”이라고 지시했고 전국 학교에 휴교령을 선포했다. 또한 격리 기간도 7일에서 14일로 늘렸고 기저 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은 최대 12주까지 자가 격리를 권고하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인두법에 기인한 ‘라이브 백신’을 주장한다.

앞서의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과거 인두법의 사례처럼 감염 대상과 시기, 감염을 시킬 사람들의 숫자 그리고 감염 경로를 통제해 집단면역을 취득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며 “보건당국의 엄격한 통제 아래 일반인 내지는 반드시 면역력이 필요한 의료진이나 경찰 등을 대상으로 코로나19에 감염시킨다. 그 후에 이들을 격리하고 예방적 치료법을 통해 중증 감염 확률을 낮춘다면 무차별적인 방임 정책보다 훨씬 안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제, 어떤 경로를 통해 감염됐는지를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다면 코로나19에 전염돼도 사망률을 최소화할 수 있는 메뉴얼을 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라이브 백신’이다”며 “이 방법은 의료시설이나 인력이 부족한 국가에서 효과적으로 질병을 통제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스웨덴이나 영국이 ‘궁여지책’으로 집단면역 방안을 선택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스웨덴에 거주하는 교민은 “한국과 비교했을 때, 스웨덴 의료 환경은 매우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며 “의료 시스템 자체가 공공 분야의 성격이 강하고, 의료진의 숫자 자체가 적어 한국처럼 모든 확진자를 추적하고 검사해 격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스웨덴 내부에서도 이러한 점을 인식하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하지만 지금 당장 시스템 전체를 개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전했다.

실제로 영국과 스웨덴의 병상 수는 OECD 평균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OECD 평균이 4.7개로 영국은 2.5개, 스웨덴은 2.8개다. 또한 스웨덴은 외래환자 위주의 보건 정책을 펼쳐왔고 영국 역시 재정난으로 인해 보건 분야에 대한 투자가 미미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