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염효소제 의약품 시장의 판도가 변하고 있다. 기존에 관련 시장을 제패하던 스트렙토키나제·스트렙토도르나제 의약품에 대한 적응증이 한정되며 그로 인한 실적이 급감한 것이다. 이에 대해 모든 염증 및 부종 적응증에 처방 가능한 ‘브로멜라인’ 제제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18년 11월, 식품의약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스트렙토키나제·스트렙토도르나제 제제 의약품 38개 품목에 대한 건강보험 항목을 비급여로 변경했다. 다만 임상재평가를 통해 급여가 가능한 범위를 ▲발목 수술 또는 발목의 외상에 의한 급성 염증성 부종의 완화 ▲호흡기 질환에 수반하는 담객출 곤란 등 2가지로 한정했다.

이로 인해 스트렙토키나제·스트렙토도르나제 제제 의약품의 처방률은 급감했고, 매출액은 곤두박질쳤다.

업계에 따르면, 스트렙토키나제·스트렙토도르나제 의약품에 대한 원외처방액은 2017년 589억, 2018년에는 577억원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288억원으로 수직 하락했다.

[도표-1. 2017~2019년 스트렙토키나제·스트렙토도르나제 시장 원외처방액]
[도표-1. 2017~2019년 스트렙토키나제·스트렙토도르나제 시장 원외처방액]

또한 해당 성분의 대표 제품인 한미약품의 ‘뮤코라제’와 SK케미칼의 ‘바리다제’는 2018년 대비 2019년 매출액이 반토막이 난 것으로 확인됐다.

[도표-2. 2017~2019년 뮤코라제‧비리다제 원외처방액]
[도표-2. 2017~2019년 뮤코라제‧비리다제 원외처방액]

이 두 제품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브로멜라인(Bromelain)’ 제제가 새로운 대안으로 각광 받고 있다.

브로멜라인은 파인애플 줄기에서 추출한 단백질 분해 효소제다. 이 성분은 각종 염증 질환을 일으키는 단백질 작용을 억제하고 단백질 분해를 촉진해 혈액 내 섬유소와 불순물을 분해한다. 이를 통해 염증과 부종을 감소시키고 통증 경감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목할 점은 최근 발표된 연구 논문을 통해 이러한 효과를 입증했다는 것.

지난 2018년에 발표된 치주질환 관련 논문에 따르면, 브로멜라인은 만성 치주염 환자에게 위약 대비 우월한 효과를 나타냈다.

이란 타브리즈(Tabriz) 의과대학 의료진은 중증의 만성 치주염 환자 80명을 대상으로 비수술적 치주 치료에서 브로멜라인이 갖는 효능을 평가했다. 우선 연구진은 실험군과 대조군을 각각 40명씩 나누어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 대조군 연구를 진행했다.

[그림-1. 브로멜라인 치주질환 연구결과]
[그림-1. 브로멜라인 치주질환 연구결과]

그 결과 만성 치주염 환자에서 치석 제거(scaling)과 치근 활택술(root planning) 등과 같은 비수술적 치료 후 브로멜라인을 복용한 실험군은 위약군 대비 치주질환 지수가 유의하게 감소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브로멜라인이 상처 치유와 통증 완화에 대한 효과를 입증한 연구 논문도 있다.

이란 아미랄모메닌(Amiralmomenin) 병원 연구진은 지난 2016년, 이란 적십자 저널에 ‘초산 여성에서 회음절개 후 통증과 상처 치유에 대한 브로멜라인의 효과 평가’라는 제목의 연구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진은 초산 시 회음절개술을 받은 여성 82명을 대상으로 2주간 실험군에는 1일 3회 브로멜라인 300mg을 투여했다.

출산 14일이 경과한 후, 통증이 없는 환자 비율은 실험군(브로멜라인) 78%인 반면에 대조군(위약) 53.2%로 나타났다. 또한 상처 치유에 대한 환자 비율도 브실험군은 51.2%, 대조군은 19.5%로 확인됐다.

[그림-2. 회음절개술 브로멜라인 통증 경감효과]
[그림-2. 회음절개술 브로멜라인 통증 경감효과]
[그림-3. 회음절개술 브로멜라인 상처 치유 효과]
[그림-3. 회음절개술 브로멜라인 상처 치유 효과]

저자는 논문을 통해 “브로멜라인은 회음절개(episiotomy) 후 통증과 상처 치유에 위약 대비 우월한 효과를 나타냈다”며 “수술 후 단계에서 통증을 줄이고 상처 치유 속도를 높이기 위해 브로멜라인의 사용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논문을 바탕으로 한 브로멜라인 성분의 제품은 최근 1년 새 시장에서 원외처방액이 급상승한 배경으로 해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브로멜라인 성분 의약품의 원외처방액은 지난 2017년과 2018년 기준으로 각각 2억원과 4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작년에는 약 24억원을 기록하며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게다가 모든 염증‧부종에 대한 적응증으로 처방이 가능해 다양한 분야에서 통용될 수 있고, 급여대상에 포함된 일반의약품이란 점도 주목할 점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브로멜라인 제제는 지난 2005년에 출시됐으나 급여 소염효소제 시장에서 스트렙토키나제 성분 의약품의 점유율이 높아 빛을 보지 못했었다”며 “하지만 최근 해당 제제의 적응증 축소로 인해 ‘대안 효소제’로 주목받아 작년부터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전체 시장 규모는 약 2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브로멜라인 제제는 기존에 허가받은 적응증 외에도 다양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항암 효과나 항염 작용, 소화 보조제 등 여러 가지 분야에서 동물 및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고 말했다.

한편, 브로멜라인 성분의 대표 제품으로 조명받고 있는 ‘영진브로멜라인장용정’은 기존에 시판되는 제품 대비 제형을 개선해, 복약순응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진약품은 이번 출시를 통해 향후 소염효소제 시장으로의 영역 확장과 더불어 매출 증대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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