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 김진규 (param123kr@naver.com)

이번 출장은 여정이 제법 길다. 샤르드골 공항을 통하여 프랑스 파리로 유럽에 들어가서 파리시내에 위치한 플래그쉽 매장에서 프랑스팀과 비즈니스 모델에 관하여 미팅을 하고 본사가 있는 이탈리아 베니치아로 향한다. 글로벌 커머셜 미팅을 마친 후 독일 프랑크프루트에서 마지막 일정을 소화하는 일정이다.

이번 호에 다룰 내용은 프랑크푸르트에서의 일정을 마친 후에 비행기 스케줄까지 남은 시간을 이용하여 다녀온 하이델베르크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 보고자 한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는 일반적으로 초저녁 시간에 있다. 저녁 일정까지 마치고 나니, 다음날 오후까지는 특별한 일정이 없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좀 쉴까 하다가 하이델베르크에 관심이 간다. 호텔에 짐을 맡겨두고 움직여야 하니 다시 호텔로 돌아와서 공항으로 가야하고, 비행기 시간 2~3시간 전에 공항 체크인을 해야 하니,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그렇게 길지는 않다.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차로 50분 거리. 기차역까지 가고 기다리는 시간을 합하면 왕복 약 3시간은 걸릴 것이다. 그러면 나머지 시간은 얼마나 될까? 아침을 일찍 먹고 움직이면 그래도 좀 여유로운 점심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여정의 마지막 날이라서 그런지 쌓인 피로가 상당하지만 잠은 비행기에서 충분히 자는 것으로 하고, 서둘러 하루를 시작한다.

네카 강가의 언덕에 위치한 도시 하이델베르크는 1386년에 루프레흐트(Ruprecht I)에 의해 설립된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하이델베레크 대학이 있어 16세기 종교 개혁의 보루가 되었으며, 멋진 자연과 중세의 풍경이 더해져서 예술가들을 매혹시켰을 만큼 낭만과 사랑이 넘치는 곳이다.

괴테는 이곳을 8번이나 방문해 빌레머 부인과 사랑에 빠지기도 했고, 법학도인 슈만은 음악가로서의 인생 전환을 결심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하이델베르크에는 1225년대부터 성이 있었는데, 1619년에 완공된 호르투스 팔라티누스(왕의 정원들)로 인하여 당시 세계 8번째 불가사의로 불렸다고 한다.

하이델베르크는 하우프트거리(중앙로), 하이델베르크대학, 학생감옥, 카를테오도르 다리, 철학자의 길, 하이델베르크성 등이 유명한데, 이러한 볼거리들은 중앙역에서 20~30분 거리에 있는 구시가에 모여 있다.

중앙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구시가로 향한다. 이 곳에서 꼭 봐야하는 곳인 하이델베르크성으로 올라가는 푸니쿨라를 타는 곳에서 내린다. 이른 시간이지만 줄이 제법 길다.

독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르네상스 양식의 건축물을 보기 위한 관광객들이다. 다른 곳을 먼저 보고 왔다면 긴줄로 시간 소모가꽤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성에 도착하니 낭만과 아름다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곳곳이 파괴된 과거의 슬픈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1618년 시작된 신교와 구교간의 30년 동안 이어진 종교전쟁과 17세기말 프랑 스군의 공격으로 많은 부분이 파괴 되었고 아직 그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눈 앞에 펼쳐진 멋진 풍경으로 마치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에 취해 있다가 문득 발견한 괴테의 동상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파우스트 등으로 유명한 독일의 대문호인 요한 볼프강폰 괴테(Johann Wolfgang van Goethe, 1749~1832)는 아내 불피 우스가 죽은 뒤에 알게 된 빌레머 부인과의 사랑으로, 그녀를 사모하여 읊은 <서동시집(西東詩集) Westöstlicher Divan>을 내고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이곳에 “여기서 나는 사랑을 하고, 그리 하여 사랑을 받으며 행복 했노라”고 기념 비석을 세우기도 했다.

그는 문학 뿐 아니라 화가, 정치가 그리고 과학자로도 이름을 떨쳤으며, 그의 대표 저서 중 하나인 파우스트는 23세에 집필을 시작하여 그가 죽기 한해 전인 1831년(당시 82세)에야 완성한 세계문학 최대 걸작의 하나다. 그가 남긴 말들 중에서 “사람이 여행을 하는 것은 도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행하기 위해서이다”,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그러나 그것이 배의 존재이유는 아니다”, “맛없는 와인을 먹기에 인생은 짧다” 라는 문구를 좋아한다. 특정 목적지에 이르기 위하여 목적지까지 가는 모든 과정을 즐기지 못하는 또는 인증샷하나를 위하여 나머지 모든 것을 간과하고 여행 자체를 즐기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보아왔기 때문이고, 거친 바다가 유능한 뱃사공을 만들 듯세상이라는 곳은 도전하고 경험을 해봐야 비로소 그 가치를 알수 있다는 것 그리고 현재에 집중하고 미래의 행복을 위하여 현재를 저당 잡히기 보다는 현재 그 자체에 의미를 두자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곳 하이델베르크 성의 또다른 명소는 1751년 만든 높이 8m 의 거대한 크기로 22만L의 술을 담을 수 있는 그로세스 파스 (Grosses Fass)가 있다. 전쟁때 식수가 부족할 것을 대비해서 와인을 채워 놓던 것이라고 하는데, 현재는 술통에서 뽑은 와인을한 잔씩 판매하고 있다.

성의 이곳 저곳을 구경하며 걷다 보면 어느새 배꼽 시계가 울린다. 출장으로 먹은 유럽음식들을 넘어 한번쯤 한국 음식 생각이 간절할 때이다. 다행히 하이델베르크 성을 내려오니, 눈 앞에 한국식당이 있다.

한국인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그래서 여행의 피로를 한번에 날릴 수 있는 제법 전통 한국 요리를 판매한다. 한국말로 주문 가능하니, 고국의 요리가 생각나면 추천한다.

식사를 하고 카를 테오도르 다리(Karl Thodor Brukcke)를 산책 하며 중세의 풍경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하이델베르크를 감상한다.

성 위에서 볼 때와는 또다른 느낌이다. 철학자의 길 입구까지 걷고는 비스마르크 광장까지 이어진 하우프트 거리(Haupt Strasse, 중앙로)를 따라 슈퍼마켓, 각종 상점, 레스토랑, 갤러리 등을 구경하며 걷는다. 작은 상점들과 아기자기한 상품들이 많아서 구경하는 재미가 제법 있다.

비스마르크 광장에 도착해서 동상을 보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기차를 타고 프랑크푸르트로 향한다. 이번에는 깨끗한 2층 객실에 자리를 잡는다. 호텔로 돌아가 짐을 찾고 공항에 도착하니 거의 시간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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