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는 영업환경 악화와 경쟁 격화에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업계는 이를 돌파할 개선책이 연구개발(R&D) 투자라고 한목소리 내고 있는 상황. 하지만 여전히 R&D 투자에 목마르다는 지적이다. 실제 제약사 10곳 중 4곳은 지난해 R&D 지출 비중이 낮춰졌다. 특히 영업이익이 급감한 중소제약사들은 R&D 비중이 3%를 넘기지 못한 채 제약사간 양극화 현상도 심화됐다. R&D 확대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준비해야 하는 제약사로서는 전략적 선택에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3일 팜뉴스는 사업 보고서를 토대로 국내 주요제약사 55곳의 최근 3년간(2017년~2019년) R&D 투자규모를 분석했다.

우선 한미약품과 유한양행 등 대형제약사들의 R&D 투자비율은 평균 8.6%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 유유제약, 신일제약, 고려제약 등 중소제약사들은 지난해 보다도 투자 규모가 같거나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R&D 투자비율은 평균 4.9% 수준이었다. 중소제약사들은 투자액의 절대적인 금액을 떠나 투자비율 마저도 대형제약사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빅파마들이 쏟아 붓는 R&D 지출 규모와 상당히 대조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기준 주요 글로벌 제약사 10곳의 평균 경상연구개발비(R&D) 투자비율은 20%였다. 실제로 이들 빅파마들이 한 분기만에 지출한 R&D 비용도 수 조원 대다. 국내 대형제약사와도 비교 불가한 수치.

대표적으로 존슨앤존슨(연간 13조4,000억원, 매출대비 R&D 비중 13.7%), 화이자(10조3,100억원, 16.7%), 머크(10조5,800억원, 19%), 애브비(6조4,100억원, 16.2%), 암젠(4조9,000억원, 17.7%), 길리어드사이언스(10조8,500억원, 40.6%), 일라이릴리(6조6,700억원, 25.1%), 바이오젠(2조4,900억원, 16.4%)의 R&D 투자비는 국내 상위 제약사 연 매출액보다도 많은 수준이었다.

 

국내 주요 대형제약사 중에서 매출 대비 R&D 비중이 20%가 넘고 투자비가 1,000억원을 넘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으며, 셀트리온만 26.9%(3,031억원) 수준으로 글로벌과 맞먹는 규모로 확인됐다. 제약사 중에서는 한미약품이 18.8% (2,098억원) 규모로 체면을 세웠다.

국내 1,500억원 이상의 매출 상위 제약사 중 매출 대비 R&D 투자비중이 높은 곳은 한미약품(18.8%), 대웅제약(14%), 부광약품(12.8%), 종근당(12.8%), 동아에스티(12.6%), 삼천당제약(11.5%), 일동제약(11.1%), 녹십자(11%), 삼진제약(10.8%), 안국약품(10.1%), 유한양행(9.3%) 순으로 집계됐다. 반면, 광동제약은 매출에서 1.3%, 제일약품은 3.5% 정도만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수준이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R&D에 가장 많은 돈을 들인 한미약품은 지난해 2,098억원을 연구개발에 쏟아 부었다. 이어 GC녹십자(1,507억원), 대웅제약(1,406억원), 유한양행(1,382억원), 종근당(1,380억원), 동아에스티(770억원), 일동제약(574억원) 순으로 R&D에 투자를 많이 했다.

한미약품은 매출액의 19%를 연구개발비에 사용했다. 회사는 지난 5년간 R&D에만 1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투자해 5,000억원이 넘는 수익을 거둬들였다. 현재 30개가 넘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신약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비뇨생식기 개량 복합신약(HP1801)을 개발 완료해 올해 ‘한미탐스오디정’을 내 보였다. 이는 국내 최초로 개발된 고용량탐스 ‘구강붕해정’으로 물 없이 복용 가능한 제형 개선 개량신약이다. 올해는 호중구감소증 치료제인 ‘롤론티스’가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녹십자는 작년 1,507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이 회사의 A형 혈우병치료제 ‘그린진에프’는 지난해 5월 중국허가 신청을 완료하고 올해 중국에서 시판허가가 전망되고 있다. 면역글로불린 ‘IVIG-SN’과 헌터증후군치료제 ‘헌터라제’도 각각 미국 진출을 위한 3상과 2상 임상에 진입해 성과가 기대된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지만 오히려 R&D 투자비율은 7.4%에서 9.3%로 확대됐다. 이는 전년도 보다 256억원이나 더 투자된 규모다. 회사는 길리어드사이언스 등과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치료 신약후보물질을 약 1조9,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체결에 성공하는 등 연구개발에 본격적인 결실을 맺고 있다. 얀센바이오테크에 기술수출한 폐암신약 ‘레이저티닙’은 단독요법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으로 상업화에 따른 거액의 로열티 수혜도 예상된다.

연구개발비가 늘어난 곳 중 눈에 띄는 곳은 삼천당제약이다. 2017년 R&D에 100억원을 지출했던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의 11.5%에 해당하는 215억원을 연구개발에 사용했다. 2018년 매출액비중 7.9%(126억원) 에서 3.6%가 늘어난 것. 이 외에도 전년보다 안국약품(2.9%↑), 경동제약(2.2%↑), 유한양행(1.9%↑), JW중외제약(1.6%↑), 경보제약(1.2%↑), 삼진제약(1.1%↑) 등은 매출에서 차지하는 R&D 투자액이 증가했다.

반면, 2017년 R&D 비중이 20.1%에 달했던 부광약품은 지난해 그 비율이 12.7%로 급감했다. 이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73% 줄어들면서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비중이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동아에스티와 영진약품도 같은 기간 R&D 투자 비율이 13.5%, 9.8%에서 올해 12.6%와 7%로 감소했다. 일양약품의 경우 매출 성장은 8.2%, 영업이익은 94.6%나 늘었지만 매출액비중은 7.1%로 전년도보다도 1.6% 줄어들어든 결과를 나타냈다. R&D 투자보다는 일단 수익 올리기에 포커스를 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매출 1,500억원 미만의 중소제약사 30곳의 매출대비 평균 R&D 투자비율은 5%에 불과했다. 중소제약사 10곳 중 4~5곳은 R&D 투자비율이 3%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가운데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0% 이상인 곳은 에스티팜(16.2%), 비씨월드제약(15.1%), 코오롱생명과학(12.2%), CMG제약(11.7%)인 것으로 확인됐다.

에스티팜은 저분자 신약 API(원료의약품) 연구에 가장 공을 많이 들이고 있었다. 회사는 국내 최초의 CDMO(위탁개발생산)업체로서 다국적사인 GSK에 에이즈 치료제인 지도부딘(Zidovudine)을 공급했으며, 디옥시티미딘(Thymidine)은 독점 생산처로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외에도 제네릭 API·자체 신약·올리고 신약 연구를 통해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비씨월드제약은 총인원의 25%가 R&D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중소제약사 중 비교적 높은 매출의 15%를 R&D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 회사는 약물전달시스템(DDS, drug delivery system)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DSS는 기존 의약품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효능 및 효과를 극대화해 필요한 양의 약물을 효율적으로 전단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플렛폼.

반면, 화일약품, 바이넥스, 우리들제약, 한국유니온제약, 에이프로젠제약, 디에이치피코리아, 명문제약, 일성신약, 유유제약, 삼일제약, 신신제약, 조아제약, 진양제약 등은 매출 대비 R&D 투자비율이 3%에도 채 미치지 못했다. 특히 R&D 비중이 3%에 미치지 못한 이들 제약사들 중 절반이상의 제약사들이 영업이익이 적자이거나 대폭 줄어들어 향후 경쟁 악화에서 살아남기 위한 M&A·재무구조개선·사업구조 개편 등 전략적 선택이 시급한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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