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영업현장에서 디지털 마케팅이 강화되는 모양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제약사들이 ‘비대면’ 영업‧마케팅 수단을 적극 활용한 것이 그 배경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활성화된 재택근무 분위기가 영업 인력 감축에 단초를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 디지털 마케팅을 추진하는 광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시공간적인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이만한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대면을 중시하던 영업현장에 이를 안착시키는 게 쉽지만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간 제약 회사들은 새로운 전문의약품이 출시되면 런칭 심포지엄이나 제품설명회 등의 ‘오프라인’ 학술행사를 통해 제품 홍보를 해왔다. 또한 각 기업의 영업사원들은 주로 인쇄된 판촉물을 들고 직접 병‧의원을 찾아가서 제품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면대면’ 방식을 택했다.

물론 기존에도 디지털 마케팅이 존재했으나 웹 기반 심포지엄이나 태블릿 PC 및 스마트폰을 활용한 온라인 서비스 정도가 활용됐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로 촉발된 재택근무로 인해 제약 기업들은 강제적으로 디지털 마케팅을 확대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영업직과 내근직 모두가 재택근무를 시행 중인 A 제약사의 경우, 온라인 플랫폼을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 회사의 영업사원들은 의사들에게 이메일로 제품정보가 담긴 URL 링크를 보내 판촉 활동을 한다. 또한 웹 심포지엄이나 해외 연자 초청 강연과 같은 동영상도 해당 플랫폼에 업로드 돼, 플랫폼에 가입한 회원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반복 시청이 가능하다.

이번 기회를 통해 업무 방식을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으로 전면 개편하는 곳도 있다.

B 기업은 지난 1일부터 국내를 포함한 전세계 사업장에 MS 메신저 기반 협업 솔루션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임직원이 단순‧반복 업무에 낭비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챗봇(chatbot) 시스템을 도입했다.

해당 기업 관계자는 “일하는 방식과 연관된 제도는 물론 ‘디지털 전환’의 일환인 업무 시스템까지 혁신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글로벌 인재들이 선망하는 수준의 ‘스마트 워크(smart work)’ 문화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영업 환경의 변화로 매출이 떨어진 것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는 것.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들은 2월 원외 처방 실적 기준, 10곳 중 7~8곳이 1월 대비 실적이 감소했다. 조사대상 235곳 중 176개 기업이 역성장한 것이다. 하지만 전월 대비 10% 미만 성장한 제약사는 45곳이고 10% 이상 성장한 회사도 14개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발표된 증권사 자료에 의하면 C 제약사의 경우, 올해 1분기 실적이 지난해보다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증권사 자료에서 “C 제약사의 별도기준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약 15.6% 증가한 2,705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약 34% 증가한 224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실적 부진 우려와 달리 이 회사는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C 제약사의 매출액 상위 10개 제품은 대부분 당뇨 및 고지혈증, 위식도 역류질환과 같은 만성질환 치료제다”며 “이러한 의약품은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기 어려운 질환의 치료제라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처방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업 입장에선 최소한의 인력 투입으로 최대의 성과를 낸 셈이다. 영업인력 감축에 대한 고민이 나온 배경인 것.

앞서의 증권사 자료에서도 “3월 중순부터 2주간 모든 임직원이 재택근무에 들어간 C 제약사는 판관비 지출이 지난 분기 대비 12.5%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이는 기업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오히려 비용 감소 효과를 누린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상황에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국내 중견 제약사 관계자는 “기존의 대면 영업을 디지털 마케팅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곳은 대형 제약사뿐이다”며 “상대적으로 홍보력이 약하거나 매출 또는 인지도가 떨어지는 중소‧중견 제약회사들은 오프라인 영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형 제약사들은 기존 방식에서 디지털 영업‧마케팅으로 스위칭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최근 들어 규모가 큰 제약 회사들을 중심으로 디지털 영업‧마케팅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는 배경이다”고 전했다.

한편, 이에 대해 국내 대형 제약사 관계자는 “영업인력 감축에 대한 소문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코로나19로 생긴 영업 위축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디지털 마케팅 역량을 강화한 것이다. 내부적으로 인력에 관한 어떠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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