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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색내기 ‘폐해’ ,‘뻥뻥’ 뚫리는 무늬만 안심병원?
생색내기 ‘폐해’ ,‘뻥뻥’ 뚫리는 무늬만 안심병원?
  • 최선재 기자
  • 승인 2020.04.02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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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성모병원 등 잇단 의료진 코로나 무더기 확진
서류 심사만으로 마구잡이 지정...무증상자 감별 불가

의정부성모병원 등 ‘국민안심병원’의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안심병원의 본래 취지가 무색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선 병원 내부에서는 정부가 세밀한 심사절차 없이 국민안심병원 지정을 ‘남발’했다는 증언마저 쏟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심지어 일부 의료진들 사이에서는 무증상자를 걸러낼 수 없는 국민안심병원의 구조상 향후 병원내 집단감염이 더욱 증가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국민안심병원은 호흡기·비호흡기 환자의 동선을 분리해 국민들이 코로나19 감염 불안 없이 진료를 받게 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2월말부터 현재까지, 약 300개 이상의 병원급 의료기관을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했다. 각 지역의 병원들이 보도자료, 현수막 등을 뿌리면서 ‘국민안심병원’ 홍보에 적극 나선 까닭이다.

하지만 최근 ‘국민안심병원’의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급증했다.

지난달 30일 의정부성모병원에서는 간호사 환자 등 약 10여명의 확진 환자가 쏟아졌다. 별내 베리굿병원도 최근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됐지만 의사와 환자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울산대병원은 국민안심병원 지정 하루 만에 의사 1명이 확진됐고 분당제생병원에서도 의료진을 포함한 9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국민안심병원’의 방역망을 뚫고 코로나19 ‘무더기’ 확진이 쏟아지고 있는 것.

문제는 국민안심병원 내부에서조차 정부의 무분별한 병원 지정이 ‘화’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된 상급종합병원 내부 관계자는 “최소한의 시설을 갖춰 서류만 내면 될 정도로 국민안심병원 지정 절차가 허술하다”며 “호흡기 질환자들과 일반환자들을 어떻게 분리할지에 대한 대책만 세우면 안심병원 ‘타이틀’을 준다. 신청을 하면 무조건적으로 받아줬기 때문에 이름만 허울뿐인 ‘안심’ 병원이 등장했다. 방역망에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라고 증언했다.

실제로 정부는 ‘서류심사’만으로 국민안심병원을 지정해왔다. 병원급 의료기관이 참여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우선 지정서를 교부하는 방식이다. 병원 진입 전 호흡기 증상 발열 해당 여부 확인, 모든 호흡기 환자의 외래 진료구역 분리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된다.

앞서의 병원 관계자는 “서류 심사로 먼저 지정하고 나중에 점검에 나선다는 발상이 문제의 시작”이라며 “코로나19 확진 이전에 호흡기 환자를 구별하겠다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단순히 ‘기침’ 증상이 있다고 해서 코로나19 환자라고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혹시 그럴 수도 있으니, 최소한의 시설을 갖추면 안심병원을 지정했다. 하지만 그 ‘최소한’의 시설을 갖췄기 때문에 ‘안심’이란 타이틀을 준 것은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다. 환자들을 일률적으로 선별할 수 없는 현실을 간과하고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담아 실효성 없는 정책을 시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코로나19 확산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상황을 고려해 ‘서류심사’를 통해 우선적으로 진료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국민안심병원은 ‘무작정 호흡기 환자를 받으라고 할 수 없으니 동선을 구분해서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제도”이라며 “일선 병원의 호흡기 환자 진료 거부 사태가 일어나면서 오갈 데 없는 환자들이 많았다. 서류심사를 통해 일단 지정을 하고 후에 현장점검을 나서고 있는 까닭이다. 워낙 상황이 급박했다. 지정 절차가 미비했다는 점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심평원 관계자도 “3월 10일까지 298개 기관을 대상으로 자율점검을 우선 실시했다”며 “병원이 제출한 자율점검결과보고서 등 제출한 자료상 추가 확인이 필요한 33개 기관에 대해 현장방문 또는 추가 자료 요청을 하고 있다. 11일 이후 지정된 기관에 대해 자율점검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민안심병원을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의료진들 사이에서는 국민안심병원이 코로나19 무증상자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을 전혀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현행 방식으로는 국민안심병원의 집단감염이 더욱 급증할 수 있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종합병원의 한 전문의는 “코로나19 무증상 감염 사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안심’이라는 키워드를 쓸 수 있는지 모르겠다. 용어 정의가 잘못됐다는 뜻이다. 차라리 호흡기 질환자 동선 분리 병원’이라고 불러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름을 잘못 지었다. 국민들이 국민안심병원에 가면 ‘안심해도 되겠구나’라고 오인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현행 방식으로는 안심병원에서 지금과 마찬가지로 무증상자는 비호흡기 질환자로 구분될 것이다. 병원 내 집단감염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환자는 환자대로 병원에 실망하고 지정 병원들은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 구조”고 덧붙였다.

하지만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무증상자’ 구별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한명의 환자라도 보호하기 위해 동선 분리라는 궁여지책을 내놓았다. 물론 국민안심병원이 ‘무증상자’를 구별해낼 수 없지만 동선을 분리하지 않았다면 병원 감염이 더욱 퍼졌을 수도 있다. 국민안심병원의 무증상자 ‘필터링’이 불가능한 부분은 추후 전문가와 협의해 다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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