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산업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곤경에 처했다. 전염 우려로 환자들의 병원 내방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영업사원 조차도 병원에 찾아가기 힘든 상황이다.

국내 첫 확진자(1월20일) 발생 이후 제약사들의 2월 원외처방 실적이 대폭 감소했다. 하지만, 향후 업계에 미칠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팜뉴스는 가장 최근에 발생했던 지난 2015년 메르스 감염병 발생 사례를 토대로 당시 제약업계 내수실적과 증시 상황 등을 살펴보고, 코로나19로 인한 향후 제약바이오 업계의 손실 규모를 예측해봤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는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견된 뒤 중동지역에서 집중 발생했다. 당시 국내에서는 발병이 되지 않았지만 이후 바레인에서 귀국한 첫 번째 감염자가 2015년 5월20일 메르스 첫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유입이 확산됐다. 결국 7개월간에 걸친 사투 끝에 12월13일 정부의 종료선언으로 메르스 사태는 일단락 됐다. 메르스는 국내에서 확진자 186명과 38명의 목숨을 앗아가면서 20%가 넘는 치사율(전세계 치사율36%)을 기록했다.

5년여가 흘러 2020년에 불어닥친 코로나19 사태는 현재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확장된 상태로, 메르스 때보다 훨씬 높은 파고가 예상되고 있다.

과거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확진자가 발생한 5월과 6월의 제약사 전체 원외 처방액은 각각 7.2%와 3.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독감약과 진해 거담제의 처방은 급감했다. 주요제약사들의 2분기 실적은 일부 정체됐지만 3분기 들어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심각한 타격을 받지는 않았다. 당시 의약품지수는 메르스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가파른 상승일로였지만 확진자가 발생한 후 2개월간 주가가 14% 급락하는 등 변동성이 커진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올해 2월 처방액은 2.9% 줄어든 상태다.

≫ 2015 메르스, 제약사 10곳 중 8곳 ‘마이너스’ 성장

 

2015년 제약사들의 5월 원외처방 실적은 조사대상 233곳 중 191곳이 전월보다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즉 10곳 중 8곳이 메르스로 인해 내수 부진에 시달렸다는 뜻이다.

6월 들어서도 하락세는 이어졌다. 5월보다 처방실적이 줄어든 곳은 175곳 이었고 성장한 곳은 59개에 불과했다. 5월, 제약사 233개 중 전월대비 10%이상 성장한 곳은 19곳, 10%미만 성장한 곳은 23곳에 불과했다. 또한 10%이상 마이너스 성장한 곳은 49곳이었으며 10%미만 역성장한 곳도 142곳으로 확인됐다.

메르스 직격타를 맞은 제약사들의 5월 처방액은 총 8,77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비 -3.4%, 294억원이 줄어든 규모다.

6월 처방실적 역시 전반적으로 호전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규모가 큰 만성질환 치료제가 성장에 기여해 5월 보다는 9.8% 성장(9,301억원), 회복과정을 거쳤다. 이는 4월의 원외처방 실적 9,449억원에 조금 못 미친 결과다.

≫ 주요제약사, 2015년 2분기 영업실적 다소 ‘부진’

3분기 들어 회복 넘어 성장 ‘가시화’

 

제약사들은 2015년 5월 메르스 확진자 발생에 내수가 위축되긴 했지만 심각한 타격을 받지는 않았다. 실제로 주요 제약사들의 당시 2분기 매출을 살펴보니 대웅제약, 유한양행, 한미약품의 경우 1분기 보다 각각 5.5%, 12.3%, 13.9% 매출이 성장한 결과를 나타냈다.

반면, 동아에스티의 매출은 0.1% 증가에 그쳐 주춤했고, 종근당은 오히려 5% 역성장 했다. 하지만 3분기 들어서는 주요제약사 모두가 내수 부진을 회복했다. 대웅제약과 유한양행, 한미약품은 10%를 넘는 매출 성장률로 고공행진을 했고 종근당과 동아에스티도 7% 성장으로 정상 궤도에 진입했다.

한편 최근의 코로나19사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약 업종에 이 같은 결과를 대입해 보면, 첫 확진자가 발생(2월20일)한 1분기 실적은 부진할 것으로 예측진다.

하지만 2분기 회복 과정을 거쳐 3분기 본격적인 성장세로 재돌입할 것이 점쳐진다. 다만 코로나19사태가 2015년 국내에서 발생한 메르스 사태보다 파고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1분기 실적은 조금 더 타격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 제약업종 주가, 확진자 발생 이후 ‘냉탕과 온탕’ 오가

 

메르스는 당시 제약 업종의 주가에도 파장을 몰고 왔다. 2015년은 한미약품 등 기술수출 소식이 호재로 제약주가 급등하던 시기. 때문에 제약업종의 대표적 지수인 코스피 의약품 지수와 제약지수가 4월(16%↑)에 이어 5월도 급등했다. 하지만 확진자 발생이후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제약지수는 5월 중 최고인 10.15%가 상승하기도 했지만 이후 오름세가 꺾여 2.54% 상승에 만족해야 했다. 의약품지수도 월간 26%의 놀라운 성장을 기록한 후 17.8% 상승에 멈췄다. 이후 7월과 8월은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세부적으로 보면 의약품지수는 확진자 발생부터 (5월 20일) 2개월간 14.4% 하락했다. 하지만 2달간의 하락이후 메르스가 종료(12월13일)되는 시점까지 9.1%가 상승됐다. 이는 메르스 사태 이전보다 5% 이상 올라 마무리된 것.

한편 메르스 사태 기간(15.7.6~15.9.8)중 최고가에서 최저가로 떨어진 낙폭은 38.6%에 달했다. 또한, 최저가(15.9.8~15.11.9) 기록이후 최고가까지 올라간 폭도 47.4%로 컸었다. 이는 주가가 열탕과 냉탕을 급격하게 오간 것을 의미한다. 메르스 종료 이후 의약품 업종은 1개월간 23% 상승의 고공 행진을 이었다.

≫ 메르스, 코로나19와 질환별 처방동향 ‘유사’

만성질환약 판매고에 ‘웃고’, 독감약 처방부진에 ‘울고’

 

메르스가 본격적으로 유행한 5월과 6월에는 대다수 제약사들의 원외처방이 감소했다. 제약회사들이 시판하고 있는 감기약과 독감약 타미플루(성분명 오셀타미비르) 시장도 타격을 받았다.

이는 최근 코로나19 추세와도 비슷하다. 6월 들어서는 당뇨병약과 고혈압약이 다시 성장을 시작했지만 독감 치료제 및 진해제와 거담제시장의 위축은 지속됐다.

5월 처방실적에서 10억원이상 늘어난 질환군은 전신성 항진균약(5월 처방액 17억원 증가)만이 유일했다. 이를 제외하고는 10억원 이상 늘어난 치료제 군은 없었다.

내수시장의 위축은 곧 수치로 반영됐다. 실제로 단일 품목별로도 3억원이상 조제액이 늘어난 품목은 전무했다.

원외처방 실적 중 인플루엔자 치료제는 전월보다 29억원이 줄어들었다.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나타낸 것. 이어 항생제인 페니실린 제제도 27억원이 감소했다. 또한 거담제와 진해제도 20억원이상의 처방실적이 증발했다.

고지혈증약인 스타틴류 제제마저도 5월에 52억원이 감소한 607억원으로 처방 실적이 내려앉았다.

하지만 잠시 주춤했던 고혈압약과 당뇨약, 고지혈증 치료제 등 만성질환 치료제가 6월 들어 다시 회복해 정상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2015년 5~6월 메르스 사태시 처방 동향과 2020년 코로나19 사태시 2월 처방 동향이 유사하다는 것.

실제로 두 사태 이후 거담제, 진해제, 감기약, 독감약 등은 처방부진에 시달렸고 고혈압약 등 만성질환 치료제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메르스 당시, 독감치료제 타미플루(성분 오셀타미르) 시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4월 원외 처방실적보다 무려 93%가 줄어든 것. 이는 코로나19로 독감치료제가 올해 2월 90% 감소한 것과 동일한 측면이 있다. 시장 위축 요인에는 독감유행이 지났다는 점도 있지만 손씻기와 사회적 거리두기, 철저한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독감환자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품목별로 보면, 로슈의 타미플루는 4월에 30억원 이었던 처방실적이 5월에 1억원으로 감소하면서 판매고가 95% 급감했다. 이 외 진해·거담제 감기약인 유한양행 ‘코푸’’(5억원감소, 29%↓), 안국약품 ‘시네츄라’(6억원 감소, 18%↓), 대원제약 ‘콜대원포르테’(4억원감소, 29%↓) 등도 실적이 크게 줄어들었다.

≫ 로슈·화이자·AZ·대웅제약·동아ST, 처방액 감소 ‘타격’

메르스 당시 가장 크게 처방실적이 줄어든 것은 노바티스였다. 항암제 ‘아피니토’와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처방이 줄어 34억원, 11.2%가 감소한 것. 이는 6월에 23억원이 오르면서 제자리를 찾았다.

로슈(33억원, 47.2%↓) 역시 독감치료제 ‘타미플루’ 처방에 타격을 입었다.

이와 함께 화이자(30억원·7.7%↓), 아스트라제네카(28억원·11.6%↓), 대웅제약(25억원·6.6%↓), 동아에스티(24억원·9.4%↓), MSD(23억원·6.7%↓), 유한양행(19억원·10.4%↓), 종근당(19억원·5.5%↓), 한미약품(18억원·5.2%), CJ헬스케어(18억원·8.8%↓), 건일제약(16억원·23.2%↓), 한독(15억원·8%↓), 안국약품(14억원·11.1%↓), 일동제약(14억원·8.9%) 등도 10억원대 이상의 처방실적 감소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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