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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의사 유튜버, 그들이 가진 ‘친절함’이란 무기
[기자수첩] 의사 유튜버, 그들이 가진 ‘친절함’이란 무기
  • 최선재 기자
  • 승인 2020.03.2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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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대하는 ‘현실세계 의사’와 ‘유튜버 닥터’의 차이

“강인구 씨죠? 41세, 술 좋아하시죠? 식사도 제때 못 하셨구요. 당뇨 오셨네요. 혈압도 좋지 않아서 일단 2주정도 약 처방 해드릴게요.”

영화 ‘우아한 세계’의 진료실 장면에서 중년의 의사는 무덤덤한 태도로 강인구(송강호)를 향해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강인구의 얼굴을 단 한 번도 쳐다보지 않고 당뇨병 진단을 내렸다. 강인구는 “다, 끝난겁니까”라며 “아니, 뭘 먹으면 안 되는지, 얘기를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당뇨가 왔다면서...당뇨가 감기야?”라고 소리를 쳤다. 불친절한 의사의 태도에 격분한 것.

물론 영화는 현실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진료실을 담은 장면은 환자들의 의사를 향한 ‘간절함’의 크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제 ‘돈’ 내고 그에 걸맞은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기를 원하는 환자들은 의사들이 자신을 ‘존중’해주기를 원한다. 환자들이 진료실에 들어가기 직전, 의사들에게 무작정 ‘친절을 베풀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닌 ‘충분한 설명’을 기대하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속 현실세계 의사들은 어떨까.

기자는 최근 코로나 19 검사를 받았을 당시 총 두 명의 의사를 만났다. 한 내과의사는 한 번의 진료가 끝났는데도, 수차례 다시 진료실에 들어와서 “최근에 열이 언제 올랐나”, “증상이 언제 시작됐나”를 구체적으로 물었다. 다른 환자들이 대기 중인데도 기자의 질문에 끊임없이 대답하면서 설명을 이어나갔다.

다른 종합병원의 감염내과 교수도 다르지 않았다. “X-ray에 코로나19 의심소견이 보이기 때문에 폐 CT를 찍으셔야 합니다”라며 CT 검사 촬영를 진행하는 이유를 무려 5분 이상 설명했다. 이들 의사는 코로나19 사태의 엄중함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기색을 보였다. 두 의사는 자신의 말 한마디가 가져올 ‘책임감’과 ‘무게’를 알고 있었다. 환자를 존중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반면 일부 ‘의사 유튜버’들의 코로나19를 대하는 방식은 현실의 의사들과 차이가 있다. 미국에 거주하는 내과 의사(한국인)는 최근 영상에서 “마스크를 구하기 어렵다면, 한국에서 이것 쓰고 다닐 것 같다”며 페이스 실드를 추천했다. 심지어 그는 만면에 미소를 띠면서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오토바이 헬멧을 써도 관계없다는 발언을 늘어놓았다.

다른 의사 유튜버도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비타민D를 적극 추천했다. 전염병학적으로 비타민D가 가장 적은 곳인 중국과 중동지역에 코로나19가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우한 시민들이 비타민 D 부족으로 면역력이 낮아 코로나19에 걸렸다는 주장도 펼쳤다. 하지만 페이스실드, 오토바이 헬멧, 비타민D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적이란 주장에 대한 직접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그런데도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의사 유튜버들의 채널을 구독한 시청자는 급증했다. 이들의 무기는 ‘친절함’이다. 의사 유튜버들은 영상 속에서 재밌고 친절하며 위트가 넘치는 농담을 섞어 코로나 19에 대해 조언하는 경우가 많다. 대가를 받지 않고 전문지식을 누구나 알기 쉬운 방법으로 전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진짜 무서운 것은 바로 이점이다. ‘친절하다’는 이유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코로나19 예방법이 곳곳에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의사 유튜버들의 ‘친절함’을 경계해야 하는 까닭이다. 이들의 메시지가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인지, 댓글을 통해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어떤 연구 논문에 근거를 두고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인지, 정말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검증된 영양제가 맞느냐고 물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코로나19사태가 종식하는 그 순간까지 일부 의사 유튜버들은 무차별적으로 우리 삶을 위협할 것이다. 배려 넘치는 자막과 온화한 목소리로 충분한 설명을 곁들여 시청자들을 현혹할 수 있다. 영화 속에서 송강호를 대했던 무례한 의사보다 더욱 우아하고 교묘한 방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진짜 친절이 아니다. 코로나 공포를 이용한 가짜 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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