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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들이 무엇을 잘못했나 “한번 따져 봅시다”
제약사들이 무엇을 잘못했나 “한번 따져 봅시다”
  • 최선재 기자
  • 승인 2020.03.2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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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인터뷰] ‘약사법 전문가’ 성균관대 약대 이재현 교수
약가 ‘구조조정’, 과연 제네릭 경쟁력 높일 수 있나
NDMA 검출=‘질 떨어지는 제네릭’…“과거지침 따른게 죄”

이재현 교수(성균관대 약대)

2018년 업계의 화두는 발사르탄 사태로 촉발된 발암물질 ‘NDMA’이었다. 지난해 역시 라니티딘에서 검출된 NDMA 이슈가 라니티딘, 메트포르민까지 이어지면서 제약업계는 몸살을 앓았다. ‘NDMA’ 포비아가 업계를 휩쓸었던 배경이다. 보건당국의 발걸음은 점점 빨라졌다. 발사르탄 사태를 계기로 부각된 NDMA 검출의 원인을 ‘제네릭 의약품’ 난립으로 지목했다. 보건당국이 NDMA 문제를 해결하고 제네릭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제네릭 약가 제도 개선안’을 내놓은 배경이다. 제네릭 개선안은 올해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기존 ‘동일제제-동일가격’ 원칙에서 ‘차등 가격 원칙’으로 개편하는 게 핵심 골자다. 새로운 제도가 몰고올 파장에 대해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는 까닭이다. ‘제네릭 개편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면, 제네릭 의약품 난립이 사라질까. NDMA와 ‘완전한 이별’을 선언할 수 있을까. 팜뉴스 취재진은 그 해답을 찾기 위해 특집 기획으로 이재현 성균관대 약대 교수를 만나 제네릭 개편안의 문제점과 대안을 들어봤다.

 

≫ 과거엔 ‘적합판정’…이젠 NDMA 검출=‘질 떨어지는 약’ 프레임 씌우기

이재현 성균관대 약대 교수는 1985년부터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 의약분업 담당 사무관으로 17년간 재임하면서 약무정책의 밑그림을 설계한 장본인이다. 국내 최초로 약사법 해설서를 집필한 ‘약사법 전문가’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2018년 7월 발사르탄 사태가 촉발된 이후 줄곧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를 주목해왔다. NDMA는 세계보건기구의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인체 발암 추정물질이다.

그는 “의약품에는 불순물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자연과학적으로 100% 깨끗한 의약품은 없다. 심지어 증류수 안에도 미량의 미네랄과 유기성분이 녹아있다. 순수한 것이 과연 무엇이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불순물에 대한 사회적인 가이드라인을 정립해온 것이 불순물 혼입의 역사”라며 “‘이정도면 괜찮다’라는 잠정관리기준이 등장한 이유다. 약학적으로 불순물은 이물, 유연물질, 잔류용매로 구분한다”고 설명했다.

이재현 교수는 “A 원료와 B 원료를 화학반응하면 C-를 거쳐 C가 된다. 우리가 원하는 건 C이지만 A가 남거나 B 또는 C-가 남은 경우가 있다. 그게 유연물질이다. 포도주스에 포도껍질이 남아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과거에 NDMA에 대한 관리기준이 없었다는 점이다. NDMA는 물론 NDEA(N-니트로소디에틸아민), NMBA(N-니트로소엔메칠아미노부틸산) 등의 의약품 불순물 문제가 향후에도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까닭이다.

이전에는 몰랐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불순물 생성을 인지하고, 검출 방법과 허용 기준 등을 정립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현 교수는 이점을 주목했다.

그는 “NDMA는 유연물질이다”며 “NDMA가 검출된 약들이 이전에 규정된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약들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새로운 가이드라인에 따라 NDMA가 초과로 검출된 것이다. 그렇다면, 구법을 소급해 적용하는 방식으로 제약사들에게 무조건적으로 수급 금지나 폐기하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런데도 식약처는 그 책임을 제약사에 떠넘겼다”고 덧붙였다.

≫ 약가 ‘구조조정’이 제네릭 경쟁력을 높인다?

식약처는 ‘원료의약품 불순물 안전관리 대책’을 통해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전체 합성 원료의약품에 대한 NDMA 발생 가능성 평가 결과를 올해 5월까지, NDMA 검출 시험 결과를 2021년 5월까지 제출하도록 지시했다. 제조물 책임의 관점에서 업체별 자체평가 및 시험을 통해 제약사 스스로 NDMA 발생 가능성을 선별하라는 것.

이재현 교수는 “품질관리를 위해서 노력해달라는 정책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NDMA 문제의 당사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상태에서 충분히 의견을 교환하고 이 같은 정책이 결정된 것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식약처는 NDMA가 검출됐다는 이유로 제약사들에게 질이 떨어지는 약을 만들었다는 논리를 폈다”며 “그 이후로 제약사들은 ‘시키는 대로 해’라는 식의 정책에 따라야 했다. 하지만 아이들을 교육할 때도 시험을 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매일 화장실 청소를 시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원료의약품 불순물 안전관리’는 단기적인 대책이다. 보건당국이 NDMA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꺼내든 회심의 카드는 ‘제네릭 약가 제도 개편안’이다. 무너기로 등재된 제네릭 의약품 난립이 NDMA 검출 사태의 근본 원인이란 이유에서다.

개편안에 의하면 제네릭 의약품 성분별 20개 내에서 건강보험 등재 순서와 상관없이 2개 기준 요건(자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실시, 등록된 원료의약품 사용)을 충족하면 현재와 같이(제네릭 등재 전) 원조(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53.55%로 가격이 산정된다. 건강보험 등재 순서 21번째부터는 기준 요건 충족 여부와 상관없이 최저가의 85% 수준으로 약가가 산정된다.

약가 ‘구조조정’을 통해 제네릭 의약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향후 의약품 불순물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하지만 이재현 교수는 “발사르탄 사태의 원인은 불순물에 의한 안전성 문제, 원료의약품의 관리체계 부실, 회수 및 추적관리의 허점이었다”며 “제네릭 문제와 발사르탄 사태를 동일 선상에서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물론, 의약품의 품질이 제네릭 난립과 연관관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문제를 접근하는 방식이 잘못됐다. 우리나라에 제네릭이 많아진 것은 하나의 현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제약사는 하나의 기업이다. 신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기업은 살수가 없다. 국내 현실에서 신약을 개발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제약사들은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야 한다. 오지리널 특허가 끝나면 제네릭 신제품이 계속 등장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1980년대에는 제네릭을 5개까지만 허가해주던 시절도 있었다”며 “당시 보건사회부 민원실에 서류를 제출하는 그날 새벽부터 제약사 관계자들이 줄을 섰다. 5번째 안으로 들어오려고 싸움을 하기도 했다. 제네릭 의약품 수의 증가는 인위적으로 막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 政 ‘옳고 그름’ 접근 위험한 발상…“해법은 다른 곳에”

개편안 시행으로 제네릭이 난립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게 이재현 교수의 의견이다.

그는 “제네릭 과당 경쟁이 해소된다고 해서 발사르탄 사태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대외적인 환경이 어려워져도 그동안 제약기업들은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았다. GMP(의약품 제조 품질 관리 기준)를 의무화했을 당시 제약기업이 정리될 것이란 예측이 있었지만 영향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료의약품 등록으로 값싼 원료를 쓰는 회사들은 전부 망할 것이라고 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공동생동도 마찬가지다”며 “이번 제도로 제네릭 약가를 통제한다고 해도 제네릭 난립은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2012년 약가 일괄 인하 때도 제약사는 떨어진 매출을 보충하기 위해 오히려 제네릭을 통해 품목 수를 늘리려고 했다”라고 전했다.

‘약가 개편안’을 통해 제약사들에게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NDMA 등 불순물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은 제약사에게 상당한 부담을 지운다는 것.

그는 “제약사가 무엇을 잘못했나”며 “제네릭을 생산한 것이 죄는 아니다.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다. 제네릭을 생산했는데 NDMA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왜, 욕을 먹고 죽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식약처는 아무 잘못이 없고 모든 것이 제약사 책임이란 프레임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재현 교수는 오히려 제네릭 난립의 원인을 식약처가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같은 제품에 대해 공동생동을 통해 허가를 받아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해준 기관이 식약처다. 자신들이 허가를 해줬기 때문에 제네릭이 늘어난 것이다. 예를 들어, 똑같은 포도주스인데 이름만 바꿔서 소유권을 줬다는 뜻이다”고 밝혔다.

실제로 2006년 ‘생동 조작 사건’이 터졌을 당시 식약처(당시 식약청)는 제네릭 의약품의 난립을 생동조작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생동성시험 참여 업체 수를 2개로 제한하는 공동생동 제한 규제를 2007년 5월부터 시행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2011년 11월 규제를 전면 철폐하고 공동생동을 허용했다. 제약사들이 제네릭 품목 수를 급격하게 늘리기 시작한 계기다.

이 교수는 “식약처가 제네릭 난립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라며 “그런데도 NDMA 검출 등 불순물 문제를 제약사들에게 일방적으로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이재현 교수가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뭘까. 그는 “정부는 지금까지 약가를 인하하는 식으로 제약시장을 통제해왔다”며 “그런데도 제약사는 제네릭 의약품 생산으로 살아남았다. 기업의 생명은 신제품인데 새로운 제품을 지속적으로 낼 수 있는 방법이 제네릭이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메티딘에 이어 라니티딘, 파모니틴 등 미투제품이 꾸준히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이다. 새로운 제네릭을 출시해 시장 흐름을 쫓아가는 것”이라며 “보건당국의 규제 철폐와 제약 기업이 지닌 자연적 속성 때문에 제네릭이 늘어난 것인데 보건당국은 이 문제를 ‘옳고 그름’의 문제로 접근하려고 한다. 이점이 무척 아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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