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1월20일)가 나온 이후 국내 제약회사들의 2월 원외처방 실적이 급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요 제약기업들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줄곧 처방 실적이 늘어나면서 실적 성장을 지속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직격타를 맞은 2월 전반적인 원외 처방실적은 줄어들면서 업계의 침체가 수치로 확인됐다. 실제로 국내 제약사 절반 이상은 지난 2월 처방 실적이 1월 보다 급감했다. 3월 매출 감소도 사실상 확실시 되고 있다. 실적부진은 주식시장에도 바로 영향을 미쳐 제약업종에서 주가폭락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가시화 된 만큼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영업부진과 수익성 악화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민에 처하게 됐다.

≫ 2월 코로나19 ‘직격타’, 제약사 10곳 중 7~8곳 ‘역성장’

업계에 따르면 제약사들의 2월 원외처방 실적은 조사대상 235곳 중 176곳의 처방 실적이 1월보다 감소했다. 10곳 중 7~8곳이 내수 부진에 시달렸다는 의미다.

특히 대다수 제약사들이 시판하고 있는 감기약과 독감약 타미플루(오셀타미비르) 시장의 타격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제약기업 235곳 중 전월대비 10%이상 성장한 곳은 14곳, 10%미만 성장한 곳은 45곳, 10%이상 역성장한 곳은 39곳, 10%미만 역성장한 곳은 137곳으로 확인됐다.

제약회사들의 2월 처방액은 총 1조2,177억원으로 전월대비 -2.9%, 368억원이 줄어들었다. 9,413억원을 기록했던 전년 2월 처방액과 비교하면 29%가 올라온 성장이다.

 

≫ 제약사 1분기 실적 ‘경고등’…3월 원외처방 ‘먹구름’

일단 국내 제약사들의 성장률을 전월과 단순하게 비교해 보면,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국내 첫 사망자가 2월20일, 정부의 심각단계 격상이 2월23일로 본격적인 영향이 2월 중순 이후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제약사들이 작년 12월 처방실적(1조2,390억원, 전월비 7.6%↑)에 이어 올해 1월(1조2,545억원, 1.3%↑)까지 성장세가 이어진 것을 감안하면 그 피해정도는 ‘위기’ 경고 단계에 도달했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다.

더욱이 작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매출 성장이 7%를 밑도는 경우 10곳 중 8~9곳이 영업이익이 줄어들거나 적자로 돌아섰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참고 기사. 심층분석 7%에 ‘숨겨진 비밀’, 제약바이오 ‘생사’ 갈랐다‘]

때문에 올 1분기 성장 침체는 수익성 부진 측면에서도 기업에 부담을 줄 것으로 여겨진다. 원재료와 인건비 인상, R&D 투자비 증가 등에 따라 어느 일정기준 이상 성장이 담보되지 않는 한 수익성 부진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사실 제약사들의 작년 1분기 성적표도 좋지는 못했다. 전반적으로 제약사들의 외형은 커진 모습이었지만 수익성 부진을 보이며 침체분위기가 업계를 압박했다.

실제로 본지가 2019년도 1분기 상장제약사 120곳의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1분기 매출규모 400억원 이상의 상위 제약사 32곳 중 17곳만 수익성이 호전됐다.

반면, 100~400억원 미만의 중견사는 50곳 중 22곳만이 수익성이 나아졌다. 또 100억원 미만의 소형사의 경우 36곳 중 단 9곳만이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분기, 업계가 실적 부진을 겪었다는 의미다. 다만, 하반기 주요 제약사들의 내수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상반기 보다 나아진 성적을 내 업계에 안도의 숨을 내쉬게 했다. 수익성이 호전됐다는 것은 전년동기 대비 영업이익 확대, 흑자전환, 적자축소를 의미한다.

문제는 올 1분기다. 이 기간 지난해 보다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2월 실적 부진은 3월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달 들어 확진자수가 1만 명에 육박하는 데다 사망자수도 100여명으로 늘어나면서 공포가 우리 사회를 지배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환자들이 코로나19 공포로 병원 내방을 기피한 만큼 외래 환자수도 그 만큼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곧 처방실적 감소로 이어져 올 1분기 기업들이 피부로 느낄 체감 온도는 영하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 코스피 의약품 지수, 2월 이후 10조원 ‘증발’

 

제약업종의 주가에도 악영향은 고스란히 반영됐다. 실제로 코스피 의약품 지수는 2월만 해도 전월 대비 3% 하락에 불과했다.

하지만, 3월 들어 지난 23일까지 10% 급락하면서 하락폭은 더 깊어지고 있다. 2월 이후 지난 23일 기준 의약품 지수에 포함된 한미약품 등 제약사 43곳의 시가총액은 66조7,788억원으로, 10조원에 육박한 9조8,082억 원이 증발됐다.

≫ 고혈압·고지혈증·당뇨약, 판매고 증가에 ‘웃고’

거담·진해 감기약·독감약 처방 부진에 ‘울고’

원외처방 질병 중 인플루엔자 치료제와 거담·진해제가 가장 큰 폭으로 처방실적이 감소했다. 이와 함께 항생제인 페니실린계와 세팔로스포린류도 판매고가 줄어들었다. 반면, 고혈압약과 당뇨약, 고지혈증 치료제 등 만성질환 치료제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2월 들어 독감치료제 타미플루(오셀타미비르인산염) 시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는 점. 실제로 독감약 시장은 작년 12월과 올 1월 각각 67억원과 76억원의 처방실적을 기록했지만 2월 처방액은 전월비 90%가 줄어든 7억원에 머물렀다.

이 같은 시장 위축 요인에는 독감 유행이 12월과 1월을 넘기면서 환자 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최근 독감에 대한 경각심보다는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병원 내방 치료를 주저한 것도 매출 급감에 한 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독감환자 수는 지난해 11월 15일 독감유행주의보 발령(외래환자 1,000명당/7명) 이후, 12월 첫째 주 외래환자 1,000명당 19.5명에 달했다. 2019~2020년 인플루엔자 유행기준은 5.9명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대한 공포가 독감 환자수를 크게 감소하게 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독감 증세를 보인 환자들이 코로나19를 확인하기 위해 선별진료소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병원 내방이 줄어든 데다 감염 우려로 인해 병원 방문을 아예 기피하는 상황까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품목별로 보면, 로슈 ‘타미플루’는 1월 25억원 처방에서 2월 22억원이 감소한 3억원으로 89% 급감했다. 한미약품의 ‘한미플루’도 1월 15억원에서 2월 1억5천만원으로 90% 줄었다. 이 외에도 코오롱 ‘코미플루’(90%↓), 유한양행 ‘유한엔플루’(91%↓), 알리코 ‘타미프로’(90%↓), 제일약품 ‘플루원’(92%↓), 휴텍스 ‘타미인플’(94%↓) 등 인플루엔자 독감치료제의 감소폭이 컸다.

독감 치료제 뿐 아니라 기침가래 등에 효능이 있는 진해·거담제류 감기약도 직격타를 맞았다.

2월 거담제 판매고는 지난 1월 149억원 처방에서 49억원 줄어든 100억원을 기록하면서 월간 25% 감소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안국약품의 ‘시네츄라’가 1월 38억원에서 2월 28억원으로 26%(10억원) 줄었다. 또 대원제약 ‘코대원포르테’(2월처방 24억원, 27%↓), 유한양행 코푸(24억원, 26%↓), 대원제약 ‘프리비투스’(6억원, 37%↓) 등이 매출이 떨어진 대표적인 제품이다.

이 외에도 항생제 및 해열제 제품도 타격을 받았다. 항생제는 대원제약 ‘클래신’과 CJ헬스케어 ‘바난’이 각각 34%, 26%로 4억원씩 감소했다. 이들 품목의 처방실적은 2월에 각각 8억원과 11억원으로 집계됐다. 해열제 제품은 대표적으로 대원제약 ‘펠루비’가 4억원이 감소한 25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고혈압약 등 만성질환 제품들은 높은 성장을 기록하며 코로나19 파장을 피해간 모양새다. 이는 환자들이 코로나19 우려로 인한 병원 방문 횟수를 줄이기 위해 미리 상당기간 복용할 약을 처방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는, LG화학의 DPP-4 억제제 계열 당뇨병 약인 ‘제미메트’가 7.4% 성장한 62억원의 처방실적을 기록했다. MSD의 ‘자누메트’와 베링거인겔하임의 ‘트라젠타듀오’도 각각 66억원과 55억원으로 6.7%, 7.1% 성장에 성공했다.

한미약품의 고혈압약 ‘아모잘탄’(69억원, 5.4%↑)과 종근당의 ‘텔미누보’(39억원,9.7%↑), 베링거인겔하임 ‘트윈스타’(79억원, 3%↑) 등도 선방했으며, 유한양행의 고지혈증복합제 ‘로수바미브’는 45억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하면서 8% 성장했다.

 

≫ LG화학·MSD·셀트리온제약·JW중외·종근당 ‘내수 선방’

수혜주 지목된 ‘대원제약’, 뚜껑 열어보니 타격 ‘심각’

2월 100억원대 이상 원외처방 실적을 기록한 상위권 제약사 중에서는 LG화학이 제미메트의 성장을 바탕으로 2월에 전월비 6.7%(2월처방액 108억원)의 성장을 거뒀다. 다이이찌산쿄(105억원, 4.5%↑), 베링거인겔하임(288억원, 1.5%↑), 노바티스(328억원, 1%↑), MSD(349억원, 0.7%↑), 셀트리온제약(177억원, 1.4%↑), JW중외제약(155억원, 1%↑), 종근당(474억원, 0.2%↑) 등이 성장에 성공했다.

반면, 한미약품(574억원, 5.5%↓), 대원제약(261억원, 11.1%↓), 아스트라제네카(366억원, 4.5%↓), 유한양행(271억원, 4%↓), 한국아스텔라스제약(173억원, 4.8%↓), 삼진제약(162억원, 5.1%↓), 동아에스티(218억원, 3.7%↓), 한국유나이티드제약(162억원, 4.7%↓) 등은 역성장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대원제약은 DS투자증권이 지난 1월말 코로나19(우한폐렴) 최대 수혜주로 꼽았던 종목이다. 당시 목표가를 상향조정한 DS투자증권은 기침감기치료제 시장에서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코로나19와 관련해 실질적인 수혜를 점쳤다.

하지만 이번 분석에서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대원제약은 코로나 19사태로 인해 기침감기치료제 시장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실적이 가장 둔화된 제약사로 기록됐다. 주가는 2월부터 지난 3월 23일까지 36%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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