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으로 타미플루 등 독감 치료제의 원외처방액이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국민 마스크 착용 등 코로나19 예방수칙이 판매량 감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들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타미플루(오셀타미비르인산염) 등 인플루엔자(독감) 치료제의 원외처방액이 최근 한달새 수직하락했다. 업계에 따르면 인플루엔자 치료제의 1월 원외처방액은 판매량 75억 8천만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2월 원외처방액은 7억 2천만원으로 떨어졌다. 불과 한 달만에 원외처방액이 90.4% 역성장한 것.

중요한 사실은 독감 치료제 시장의 ‘쌍두마차’인 종근당의 ‘타미플루’와 한미약품 ‘한미플루’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지난 1월 종근당의 타미플루 처방액은 24억 9천만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타미플루의 2월 처방액은 2억 6천만원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한달만에 약 22억, 즉 89.3%에 달하는 처방액이 감소한 것. 한미플루 처방액의 1월 처방액은 14억 5천만원이었지만 2월 처방액은 1억 4천만원이었다. 1월 대비 처방액이 약 13억, 90.3% 하락했다.

중위권 제약사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코오롱제약 ‘코미플루’의 1월 원외처방액도 4억 9천만원을 기록했지만 2월엔 4천 7백만원을 기록했다. 유한양행 ‘유한엔플루’의 처방액 역시 같은 기간 3억 9천만원에서 3천 2백만원으로 급감했다. 두 제품의 처방액이 1월 대비 각각 90.4%, 91.7% 떨어진 것.

그렇다면 독감 치료제들의 처방 실적이 급감한 이유는 뭘까.

한 내과 전문의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 국민들이 손씻기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 예방수칙을 잘 지키고 있다”며 “독감 환자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에 치료제 처방액이 감소한 것이다. 심지어 이번주에는 독감 주의보가 해제될 전망이다. 예년보다 3개월이나 빠른 속도”라고 설명했다.

지난 9일 질병관리본부의 '감염병 표본감시 주간소식지'에 따르면, 2020년도 9주차(2월 23일∼2월 29일)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사환자(유사 증상 환자)는 6.3명. 지난해 독감 유행주의보 발령 기준(5.9명)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는 작년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2019년 같은 기간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는 1,000명당 8.3명을 기록했다.

앞서의 전문의는 “코로나19 때문에 환자들이 병원 방문을 기피하는 중”이라며 “몸이 아파도 밖에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독감은 집단생활을 하면 더욱 잘 퍼지는데 개학도 연기됐다. 독감이 기승을 부릴 수 없는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업계는 엇갈린 분석을 내놓았다.

종근당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 탓도 있겠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다”며 “독감 발생률 자체가 전년도에 비해 많이 낮았다. 더구나 독감은 원래 11월에서 2월까지 지속한다. 때문에 2월이 되면 치료제 처방액이 떨어지는 경향도 보인다. 복합적인 요인이 섞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다른 전문의는 “기초 감염 재생산 지수(R0)를 유지해야 독감이 퍼지는 것”이라며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마스크 착용으로 그 지수만큼 독감의 재생산 속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더구나 코로나19보다 독감은 무증상 감염이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증상이 있는 사람이 마스크를 쓰면 독감 환자가 줄어드는데 지금은 전국민이 마스크 착용 훈련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제약사 입장에서는 힘들겠지만 독감 치료제 처방액 감소는 전적으로 마스크 착용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면 재생산지수가 갈수록 줄어들어 앞으로 매출이 더욱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 일각에서 코로나19를 향한 하소연이 들리고 있는 배경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독감 환자들은 3월달에 몰리는데 지금은 병원에 오는 사람이 없다”며 “여기에 마스크 착용 등 개인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다보니까 매출이 떨어졌다. 시즌 품목인데도 매출이 한꺼번에 빠지면서 분위기가 상당히 좋지 않다. 하루 빨리 코로나19가 진정됐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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