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키네시아 성분 의약품이 품절됐다. 거의 구할 수 없을 정도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으로 천연성분인 에키네시아 관련 의약품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모양새다. 에키네시아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일부 약사들마저 유튜브를 중심으로 ‘에키네시아’ 예찬론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체계적 문헌 고찰에 의한 메타 분석 결과에 의하면 에키나시아의 예방효과는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국마다 에키네시아 성분의 ‘일반 의약품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에키네시아 성분 의약품이 코로나19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소식이 입소문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들 제품의 판매량이 폭증했다는 후문도 들리고 있다.

약사들도 유튜브를 중심으로 ‘에키나시아 예찬론’을 펼치고 있다.

A 약사는 최근 영상을 통해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는 일반의약품’이란 제목의 영상을 통해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어 걱정이다”며 “바이러스를 방어하는 방법을 공유하고 싶다. 항바이러스 효과가 입증된 에키네시아 성분의 일반의약품 복용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에키네시아는 RNA와 DNA 바이러스를 모두 억제하면서 면역 부분에 관련된 항바이러스 효과를 입증 받았다. RNA 바이러스에 일반감기와 코로나19가 속한다”며 “감기 치료제와 예방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고위험군인 저도 복용중이다”고 에키네시아 제품을 추천했다. 에키네시아 성분 의약품이 코로나19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2014년 2월 메타분석 기관인 ‘코크란’에는 ‘감기 예방과 치료를 위한 에키네시아’란 제목의 연구 논문이 실렸다. 연구팀은 총 4631명이 참여한 24개의 이중 맹검 실험 자료를 분석했다. 그야말로 에키네시아 예방 효과 관련 연구 논문을 전부 모아 메타 분석에 들어간 것.

24개 중 10개의 연구는 에키네시아의 감기 ‘예방’ 효과 입증을 위해 설계됐다. 10건의 연구에서 시행한 13건의 대조시험에서 한 번 이상의 감기(cold episode) 증상을 보인 환자군과 위약군 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에키네시아 복용군이 위약군에 비해 감기 예방 효과를 경험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에키네시아 성분의 일반의약품이 감기 예방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라며 “코로나19는 감기보다 훨씬 치명적인 질환이다. 에키네시아에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없는 것은 더욱 자명하다. 코로나19로 수많은 사람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상황에서 에키네시아를 먹으면 예방할 수 있다는 식의 홍보는 공포마케팅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약사들의 ‘에키네시아 예찬론’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B 약사는 최근 영상을 통해 특정 제약사의 제품을 거론하면서 “2015년 메르스가 우리나라를 강타했을 때 에키네시아 성분 의약품이 급격히 주목을 받았다”며 “당시 수요가 급증하면서 스위스에서 생산물량이 부족해 품절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에키네시아 성분의 일반의약품은 ‘품절’ 사태를 겪었다. 에키네시아가 메르스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입소문 때문이었다. 당시에도 예방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연구가 적었는데도 약국마다 에키네시아에 대한 문의가 줄을 이었다. 약 5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에키네시아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폭발적이다. ‘과학적인 검증’이 부족한 탓이다.

하지만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보건원은 공식적으로 에키네시아의 효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국립보건원은 “감기에 걸린 후 에키네시아 복용이 회복시간을 단축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컨디션이 좋은 상태에서 에키네시아를 복용하면 감기에 걸릴 가능성이 약간 줄어들 수 있지만 증거는 확실하지 않다”다고 밝혔다.

약사사회에서도 코로나19를 계기로 촉발된 ‘에키네시아 구매 폭증 현상’에 대해 경계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다른 약사는 “에키네시아는 일반의약품이다”며 “감기에 치료 효과를 보일 수 있지만 예방과 치료는 엄연히 다른 영역이다. 마치 코로나19에 ‘예방’이 있는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과장광고다. 환자들이 현혹되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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