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 ‘가을 부활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코로나19가 가장 높은 전염력을 보이는 최적의 온도가 ‘영상 8도’ 안팎의 날씨란 이유에서다.

코로나19가 북반구에 있는 추운 나라들을 중심으로 ‘지구 한바퀴’를 돌고 온 이후, 가을에 국내로 다시 유입될 것이란 관측이 들리는 배경이다. 의료계에서는 가을에 대비해 마스크 공급 등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중국 중산대 공공위생학원 왕바오 교수 연구팀은 지난 1월 20일부터 2월 4일까지 중국과 26개 국가에서 발생한 2만 4139건의 신종 코로나 확진 사례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의 하루 확진자 수는 평균 기온 8.72도(℃)에서 정점을 찍었고, 기온이 높아질수록 천천히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8.72도에서 가장 전염력이 강하다는 것. 이른바 ‘8도씨의 법칙’이다.

사실 ‘8도씨의 법칙’은 처음에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중국 우한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 중이었고 전 세계적인 ‘팬데믹’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심지어 ‘코로나19’ 유행 초기 더운 나라인 싱가포르에서 확진자 수가 증가하면서 ‘8도씨의 법칙’은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유럽 지역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폭증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15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전국의 누적 확진자 수가 2만4747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확진자 수는 이틀 연속 3000명대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스페인 역시 누적 확진자만 7798명이다. 독일 5795명, 프랑스 4499명 등 유럽 전역으로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이유다.

문제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확산세가 ‘8도씨의 법칙’과 무관치 않다는 점이다. 이탈리아 아침 최저기온은 연일 6~8도 안팎을 기록 중이다. 스페인의 최저기온 역시 5~7도다. 사람들이 급격하게 몰리는 ‘출퇴근 시간대’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염력이 강한 ‘기온대’가 맞물리면서 ‘8도씨의 법칙’이 극대화한 것.

전문가들이 코로나19의 ‘가을부활설’을 제기하고 있는 까닭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코로나19가 북반구 8도씨 라인을 중심으로 지구 한바퀴를 돌고 국내에 다시 귀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지금 국내 상황은 산발적 지역감염으로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가을에 코로나19가 다시 활발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사스와 메르스는 사망률이 높았다”며 “사망률이 높을수록 전파력이 덜한 경향이 있다. 코로나19는 두 바이러스에 비해 치사율이 낮지만 무증상 전파가 가능하다. 추운 지역의 나라를 중심으로 번식하는 상황이 수개월간 이어질 수 있다. 여름에 종식될 수 있어도 해외에서 입국한 무증상 전파자를 막지 못한다면 선선한 날씨가 돌아오는 가을에 부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코로나19 폭증세 역시 ‘8도씨의 법칙’과 무관치 않았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수는 2월 18일 31명에서 19일에는 51명, 20일 104명, 일주일 뒤인 25일 977명에 이어 27일(9시) 1595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기상청 자료상, 대구 집단 감염 확산 이후 대구지역 평균기온(21일~26일)은 섭씨 8도 안팎을 기록했다. 이 시기 대구 지역의 ‘무증상 전파’ 감염이 의심된 사례도 함께 증가했다.

11월에서 12월에 접어들 무렵의 우리나라 월 평균기온이 10도 안팎이다. 이점을 감안하면, 코로나19가 늦가을경에 다시 국내에 상륙할 수 있다는 게 앞서 전문가의 주장이다.

이 전문의는 “가을에 코로나19가 다시 오면 이번과 양상이 비슷할 것”이라며 “한 두건씩 증가하다가 어느 순간, 감염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그때를 대비해서 지금부터 준비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 더구나 백신이나 치료제가 수개월만에 갑자기 나올 수는 없다. 임상시험을 빨리 진행한다고 해도 올해 말이나 내년초에 보급된다면 가을을 대비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스크 착용 등 표준지침이 가을에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그동안 정부의 가장 큰 실책 중 하나는 마스크 공급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다. 그런 상황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여름에 마스크를 집중적으로 만들어서 국민 한 사람이 감당할 만한 마스크 생산량을 비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료계에서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대비하기 위해 산소 치료가 가능한 ‘생활치료센터’를 더욱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다른 전문의는 “코로나19 환자가 경증 상태였을 때 산소공급이 매우 중요하다”며 “산소 부족으로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으로 사망한 노인들이 많았다. 기도가 막히면 에크모를 쓸 수밖에 없는데 에크모로 버틸 수 있는 사람은 젊은 층밖에 없다. 노인들은 에크모를 뒤늦게 달아도 소용이 없다. 기도가 막히기 전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는 게 노인 사망률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음압병실도 단기간에 늘릴 수 없다”며 “산소치료가 가능한 생활치료센터를 각 지자체에 구비하도록 하는 것이 절실하다. 경증 환자가 격리 상태에서 산소 공급을 원활하게 받을 수 있도록 생활치료센터를 늘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코로나 19가 주춤세를 보인다고 해도 가을까지 안심할 수 없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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