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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지원법 통과 ‘촉구’…환자 울리는 ‘인식’과 ‘차별’
뇌전증 지원법 통과 ‘촉구’…환자 울리는 ‘인식’과 ‘차별’
  • 최선재 기자
  • 승인 2020.03.12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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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들린 사람’ 취급…이곳 저곳서 ‘해고’
환자들 “일할 수 있는 곳이 없어 서럽다”

최근 국회에서 발의한 ‘뇌전증 지원법’의 통과를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눈길을 끌고 있다. 뇌전증에 대한 인식 개선과 차별 방지를 위한 법안으로 환자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복지부에서는 다른 질환과의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국회에서는 법안 통과에 무리가 없을 것이란 예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에 가해진 전기 자극으로 일시적인 경련이나 발작이 나타나는 질환이다.국내 뇌전증 환자는 약 36만명이다. 치매(70만명), 뇌졸중(60만명) 다음으로 많은 뇌질환이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뇌전증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2010년 28만 7,129명에서 2018년 29만 7,635명으로 환자 수 역시 매년 증가 중이다.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전증 증상은 매우 다양하지만 의식을 잃는 발작 또는 경련을 동반한 대발작이 가장 대표적이다”며 “간혹 온몸의 힘이 빠져 쓰러지거나 근육이 튕기는 증상이 나타나는 발작도 있다.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 돌연사가 발생하는 비율이 높을 정도로 심각한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에서 ‘뇌전증 지원법’이 발의된 배경이다.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7월 대표발의한 ‘뇌전증 관리 및 뇌전증환자 지원에 관한 법률안’의 줄임말이다. 뇌전증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뇌전증 환자에 대한 국민 인식개선·차별방지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것이 법안의 골자다.

하지만 복지부는 검토보고서를 통해 “뇌전증 환자 지원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질병마다 개별 입법을 진행한다면, 행정부담 가중 등 비효율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개별 입법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뇌전증 지원법’이 통과될 경우 다른 질병에 대한 ‘형평성’ 문제는 물론 재정 소요가 클 수밖에 없다는 것. 환자들 사이에서 복지부를 향한 성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뇌전증 환자 A 씨는 “복지부가 다른 질병과 뇌전증을 같은 관점에서 보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크다”며 “뇌전증은 정신질환이 아닌데도 환자들은 정신질환자 취급을 받는다. 치매나 다른 질병처럼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를 ‘귀신들린 사람’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에 걸려 자살하는 환자들이 많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다른 환자 B 씨 역시 “다른 질병들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은 ‘질병’ 그 자체다”라며 “하지만 뇌전증은 다르다.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얘기할 수조차 없는 질환이다. 일단 말을 해도 주변 사람들조차 ‘갑자기 발작을 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한다. ‘아픈 사람’이 아닌 ‘이상하다, 꺼림칙하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뇌전증을 향한 인식개선을 위해서라도 해당 법안의 통과가 절실하다는 것.

의료계 의견도 다르지 않다. 앞서의 홍승봉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뇌전증으로 치료받고 있는 환자 수만 대략 36만명”이라며 “그런데도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보건 정책 수립 과정에서 소외된 대표적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발작이 발생했을 경우 일반인들은 대처 방법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 환자 증상이 발생했을 때 당황하고, 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정지 상태로 오인해서 불필요한 심폐소생술을 시행해, 골절 등의 심각한 외상이 초래된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뇌전증 환자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촉발된 ‘편견’은 심각한 형태의 ‘사회적인 차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앞서의 뇌전증 환자 A 씨는 “저는 회사 업무를 수행하는데 크게 문제가 없을 정도의 경증 환자”라며 “하지만 일할 곳이 없다.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를 하고 싶어 보건의료 쪽 실습을 나가려고 했는데 뇌전증이란 이유로 거절당했다. 일반 회사들은 물론 학교도 뇌전증이란 이유로 일단 거부를 당했다”고 밝혔다.

B 씨 역시 “출판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왔는데 뇌전증 환자라는 사실을 부장이 알게됐다”며 “바로 ‘미안하지만 이제는 받아줄 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회사가 산업재해 등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는 이유였다. 회사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시에는 차별받았다는 느낌이었다”고 덧붙였다.

최근 청와대 게시판에서 뇌전증이 화두에 오른 배경이다. 6일 청원인 A씨는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을 통해 “뇌전증 환자들은 사회적 편견 때문에 많은 차별을 받고 있다“며 ”뇌전증 환우의 권익 신장 및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뇌전증 지원법’ 통과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청원에 대한 추천수가 1만건을 돌파할 정도로 이목을 끌고 있다.

국회에서 뇌전증 환자들의 관심이 청와대 청원을 통해 촉발된 것을 계기로 ‘뇌전증 지원법’ 통과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들리고 있는 배경이다.

국회 관계자는 “청와대 청원 내용을 알고 있다. 청원에서 언급했듯이, 그동안 치매 등 다른 뇌질환에 비해 뇌전증에 대해서는 국가가 환자들을 방치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를 계기로 여론이 모인다면 법안 통과에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보건복지위 여야 간사의 이견도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차기 국회에서도 흐지부지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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