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들이 직접금융(증권) 시장에서 채권발행 등으로 조달한 자금을 ‘운영비용’에 70% 이상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조달된 자금은 차입금이나 만기 된 채권의 차환 등에 사용됐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증권시장에서 채권발행, 기업공개(IPO), 유상증자 등을 통해 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때 그 사용목적과 용도 등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2019년 사업보고서의 집중 점검[링크참조, 심층분석 사업보고서 공시 현황➀..‘감사위’ 자격 공시편] 대상으로 금융당국이 ‘직접금융 자금의 사용’ 공시에 대해서도 면밀히 검토한다는 의미다.

금감원이 자금 사용에 대한 공시를 집중 검토하게 된 배경에는 기업들이 증권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에 대한 사용내역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8년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주권상장 법인의 직접금융 자금조달 및 사용공시 현황'에서 최근 3년간 자금을 조달하고도 실제 사용하지 않거나, 기재를 누락한 경우가 36%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운영자금을 목적으로 조달한 자금이 실제로 쓰인 돈은 61%에 불과했고 다른 목적으로 자금을 조달한 경우도 실제 사용 내역과 일치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금감원이 조달된 자금사용에 대해 면밀 검토하겠다고 발 벗고 나선 까닭이다.

팜뉴스는 지난 3분기 보고서를 토대로 주요제약사의 18곳의 ‘직접금융 자금조달 및 사용’공시에 대한 부분을 확인했다. 제약사들 대부분이 대체로 양호하게 기재되어 있었지만 몇몇은 사업보고서상에 누락되어 있음이 확인됐다. 조사 대상 18곳의 미사용 금액은 8,835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들 18곳의 자금조달과 관련해 조달된 금액은 1조5,557억 원이다. 이중 운영자금이 목적인 돈은 1조920억 원으로 70%에 해당했다. 나머지 30%만이 연구개발비와 시설투자비 등으로 사용됐다.

휴젤은 과거 연구 개발자금과 운영자금 사용을 목적으로 2015년 코스닥시장 주식 공모로 540억을 조달했다. 이로 인한 외부 연구개발 투자액은 78억 원, 기타 상장수수료 11억 원만이 집행돼 현재 451억원의 잔액은 은행과 증권사 등에 예금 상품에 가입된 상태다. 주목되는 점은 2017년 자금도달 규모로 전환사채 발행과 유상증자 등으로 4,547억 원을 운영자금 목적으로 조달했다는 점이다. 결국 조달된 5,000억 원에 육박하는 거액의 돈은 모두 미사용으로 금융기관에 예치되어 남아있다. 회사는 향후 연구개발 및 운영자금 등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2회에 걸쳐 회사채 1,750억 원을 발행했다. 용도는 차입금 상환 등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회사는 실제로 9월까지 500억 원 규모의 차입금을 상환했다. 나머지 1,250억 원은 한도대출 상환자금 으로 사용된다.

동아에스티와 한독, 대웅제약도 만기상환 공모사채와 차입금 상환에 돈을 썼다. 동아에스티는 작년 400억 원을 만기되는 공모사채 상환에 사용했고 한독은 채권으로 8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해 500억 원은 차입금 상환으로 300억 원은 운영자금으로 쓰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2,0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회사채를 4월과 10월에 발행했다. 회사는 2,000억 원 모두를 앞서의 만기 회사채 차환에 사용했다.

동국제약과 하나제약은 주식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한 사례다. 동국제약은 2018년 전환상환우선주의 발행으로 100억 원이 조달됐다. 회사는 이를 시설자금으로 모두 충당했다. 하나제약은 2018년 9월 기업공개 시 1,040억 원의 자금조달로 시설자금과 연구개발비에 일부 사용했다. 하나제약의 미사용 잔고는 762억 원으로 향후 시설자금 539억원, 연구개발비 124억 원, 차입금상환에 99억 원이 사용될 예정이다.

녹십자는 회사채로 1,200억 원 규모를 조달했다. 이 돈은 작년 5월 만기된 공모사채에 600억 원이 차환 자금으로 사용됐다. 남은 600억 원은 시설투자와 운영자금에 각각 300억 원의 예산이 잡혔다. 이중 시설자금으로 오창공장 W&FF관 신축과 화순공장 탄저백신 원액관 신축 등 으로 282억 원이 지급되며 운영자금 300억 원 중 195억 원이 차입금 상환에 사용됐다. 운영자금 105억 원은 올해 수출입은행 차입금에 사용될 예정이다.

에이프로젠제약은 지난해 1,061억 원의 자금이 조달됐다. 이중 시설자금으로 210억 원이 지출됐고 운영자금으로 110억 원, 타법인 주식 취득에 35억 원이 소요됐다. 향후 453억 원은 시설 투자자금에 사용되고 타법인 증권 취득에도 65억 원이 추가 투입될 예정이다.

삼천당제약과 차바이오텍은 연구개발비로 자금이 많이 사용됐다. 삼천당제약은 2018년 전환사채 등으로 200억 원을 조달해 연구개발비로 140억 원, 시설자금으로 27억 원을 지급해 현재 13억 원의 미사용 잔액이 남았다. 또 차바이오텍은 2016년 전환사채 440억 원을 조달해 연구개발 인건비로 49억 원, 연구기자재 등 구입경비로 138억 원을 사용했다. 3분기 현재 남아 있는 잔액은 253억 원으로 추가적인 연구개발 및 운영자금에 충당할 예정이다.

삼일제약, 경동제약, 명문제약은 시설투자에 눈을 돌렸다. 삼일제약은 전환사채 등 350억 원을 조달해 배트남 안과 CMO공장 투자자금 등으로 사용할 예정으로 3분기까지 60억 원이 집행됐다. 경동제약은 지난해 280억 원을 조달했다. 다만, 회사는 자금을 올해 시설투자에 사용할 예정으로 현재 예금상품에 가입되어 있다. 명문제약도 150억 원을 조달해 시설자금으로 33억 원, 운영자금으로 100억 원을 사용했다.

그런데, 지금까지와는 달리 제약사들은 올해부터 변경된 몇 가지 부분들에 대해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는 사업보고서 제출 시 직접금융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사용목적과 용도를 세분화해 기재해야 한다.

금감원은 직접금융방식으로 조달된 자금의 사용 목적에 따라 시설자금, 영업양수자금, 운영자금, 채무상환자금,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 기타로 구분하고 이에 대한 상세 내용을 기재토록 했다.

한편,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부 기업들이 그동안 ‘증권발행실적보고서’만을 통해서 조달 자금의 사용계획과 집행 실적을 공개한 경우가 있었다”며 “이는 잘못된 것으로 당연히 실적보고서뿐 아니라 사업보고서 안에도 총괄 공시가 명확히 기재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앞으로는 투자자에게 알 권리를 제대로 제공하고 금융당국에서도 자본 조달 목적과 내역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자금의 사용내용 관련공시에 대해서는 자세히 검토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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