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진자가 대구 경북을 중심으로 5000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에 이른 형국이다. 확진자수가 보도될 때마다 시민들이 겪는 불안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기침, 발열, 콧물 등 의심증세가 나타나면, 혹시나 ‘내가 코로나19는 아닐까’하는 두려움 때문에 공포에 사로잡힌 하루를 보내는 것이 대한민국 국민들의 어두운 단상이다.

시민들이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겪을 경우 먼저 방문해야하는 장소는 각 병원이 운영 중인 선별진료소다. 선별진료소는 의심환자와 접촉하는 최일선에서 코로나19 방역을 담당하고 있는 장소다. 이곳이 뚫리면 코로나19 환자들의 확장세는 앞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팜뉴스 취재진이 직접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까닭이다. 그 생생한 후기를 ‘있는 그대로’ 전한다.

3일 아침 7시경, 기자는 일어난 순간 몸에서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몸이 굉장히 무거웠고 목에서는 인후통을 느꼈다. 무심코 기침을 내뱉었을 때 ‘설마, 코로나19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대구 경북 거주자도 아니고 수도권인데 그럴 리 없다’라는 생각 때문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취재 업무에 몰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했다. 몸살과 기침 증상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연일 뉴스로 보도 중인 코로나19 ‘확진’ 또는 ‘사망’이란 키워드가 눈에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선별진료소를 가야 하나’, ‘열이 없는데 굳이 갈 필요가 있나’라는 갖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 순간이다.

결국 질본1339에 전화를 걸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입니다’라는 안내와 함께 상담원과 연결된 순간 기자는 “기침과 인후통, 가끔 가슴도 아프다”고 대답했다. 상담원은 “중국 방문이나 대구 지역에 다녀왔나”라며 “신천지 등 특정 종교의 성도인가”라고 물었다. 기자는 “어느 쪽도 해당되지 않지만 많이 불안하다”라고 대답했다. 상담원은 “그렇다면 일반 병원에 가시면 된다”라고 대답했다.

평소에 다니던 마포구 인근의 A 내과에 방문했다. 간호사가 체온계로 열을 체크했을 당시 ‘36.7’도가 나왔다. 발열이 없었는데도 간호사들은 병원 밖 복도에 있는 곳의 간이 진료실 쪽으로 안내했다. 의자 하나와 가림막이 놓인 공간이었다. 복도로 나온 의사는 기자가 앉은 의자에서 2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진료를 보기 시작했다. ‘복도 진료’가 시작된 것이다.

의사는 “호흡기 증상이 있는 환자들이 많은데 코로나19 여부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복도에 진료실을 마련했다. 죄송하다”고 연신 사과를 했다. 그런데 의사의 옷차림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일반 가운에 N95마스크를 낀 채로 문진을 했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레벨D 개인 보호구’가 부족한 탓이다. ‘수많은 환자들이 찾아올 텐데 너무 위험한 것 아니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의사는 “나라에서 주지 않는다”고 전했다.

결국 A 내과에서 독감 검사를 받은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의사는 “독감은 아니지만 1~2일 내로 상태가 좋아지지 않으면 선별진료소를 방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약을 처방받고 귀가하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혹시나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어떡할까’, ‘코로나19에 걸리면 우리 가족들은 어떻게 될까’, ‘직장은 폐쇄되지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틀날 오전 8시경 잠에서 깬 순간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온몸을 두들겨 맞은 것’과 같은 통증을 느꼈다. 재택근무 중이었기 때문에 업무를 위해 노트북을 켰지만 1시간을 버티다 힘이 없어 결국 침대로 고꾸라졌다. 지독한 몸살 기운이 이어졌다. ‘무조건 선별진료소를 가야겠다’라고 느낀 순간이다.

일반 선별진료소에는 코로나19 확진자들과 접촉할 수 있었다. 온라인을 통해 ‘드라이브 스루 선별 진료소’를 알아본 까닭이다. 하지만 드라이브 스루를 갖춘 보건소 관계자는 “중국, 대구 방문력과 확진자 접촉력이 없기 때문에 이곳에 와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울화가 치밀었지만 ‘드라이브 스루 선별 진료소’ 검사를 포기하고 집에서 가까운 일반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병원 입구에 도착한 뒤 인적사항, 주요증상, 여행력이 포함된 간단한 메모지를 작성했다. 의료진은 체온(36.7)을 체크한 뒤 ‘발열이 없다’는 의미가 담긴 빨간 스티커를 오른쪽 팔에 붙여줬다. 곧바로 병원 밖, 컨테이너 박스 형태의 선별진료소로 향한 이유다.

사진=선별진료소 대기장소
사진=선별진료소 대기장소

문제는 선별진료소 앞에 기침 증상이 심한 환자가 있었다는 점이다. 도저히 줄을 설 수가 없었다. ‘환자들이 나에게 코로나를 옮기면 어떡할까’라는 느낌 때문이다. 발열 증상이 없었던 탓에 ‘발열 환자 대기실’도 무용지물이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때문에 기자와 같은 몇몇 환자들은 추운 날씨속에서 선별진료소 밖에 선 채로 대기했다.

기자의 이름이 불린 순간 선별진료소로 항했다. 선별진료소 안은 다른 세상이었다. 진료소 안 공간은 커다란 유리벽으로 양분된 상태였다. 유리벽 뒤편에는 환자가 앉을 공간과 X-레이 기기가 있었다. 유리 저편에는 담당 의사(소화기 내과 또는 감염내과 교수), 간호사, 검체 채취 전문의 등 4명이 있었다.

유리벽으로 환자와 의사를 가른 공간은 흡사 교도소 접견실처럼 보일 정도였다. 딱딱하고 경직된 풍경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우주복 형태의 레벨D 보호구를 착용하고 있는 의료진은 검체 채취 전문의가 유일했다.

“최근에 중국이나 대구를 방문했나, 증상이 어떤가”라는 교수의 질문에 인터폰을 타고 흘러나왔다. “온몸이 아프고 가슴이 가끔 아파서 괴롭다. 독감 검사에선 음성이 나왔는데 혹시 코로나19일 것 같아 괴롭다”고 답변했다. 교수는 X-ray 촬영 결정을 내렸다.

선별 진료소 밖을 나와 다시 대기했다. 앞서 기침을 심하게 하던 환자가 먼저 X-ray를 찍기 위해 안으로 들어갔다. 약 3분이 흐른 뒤, 의료진들은 그 환자가 안에서 나오지 않고 계속 기침을 해대는 상황인데도 기자에게 ‘X-ray를 찍기 위해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황당한 나머지 “호흡기 환자가 안에서 기침을 그렇게 하는데 어떻게 들어가겠나”라고 항의했다. 그 환자가 나간 뒤 곧바로 흉부 X-ray를 촬영했다. 찝찝했지만 어쩔 방도가 없었다.

X-ray 판독 결과가 나온 이후 교수는 “코로나19를 포함한 의심소견이 보인다. CT를 찍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34년의 세월을 사는 동안 X-ray에 문제가 생겨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아본 경험이 처음이었다. 순간적으로 “우리가족 전부 자가 격리를 해야하나” 또는 “회사가 직장폐쇄를 해야 하나”라는 두려움이 떠나지 않았다.

사진=선별진료소 외관
사진=선별진료소 외관

CT 촬영을 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선별진료소로 들어갔다. 교수는 “결론적으로 말하면 일단 이상은 없다. 코로나19 환자들이 대부분 폐렴 증상을 보이는데 CT 판독 결과에서는 그런 소견이 보이지 않았다”며 “코로나19검사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마음을 쓸어내렸지만 답답한 마음은 여전했다.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폐렴 증상을 보이지 않은 코로나19 확진환자들도 상당수 있었기 때문이다.

의료진을 향해 “마음이 편치 못하다. 코로나19검사를 하고 싶다”라고 말했지만 교수는 “굳이 하고 한다면 자비로 16만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답했다. 숨이 ‘턱’하고 막히는 느낌이었다. 중국이나 대구 지역 방문력이 없거나 신천지 성도가 아니라면 국가 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16만원을 써야 했다. 진료비와 CT 검사 비용을 포함하면 20만원이 훌쩍 넘었다.

서러운 마음에 화가 났다. 실비보험을 청구해도 받을 수 없는 돈이었다. 하지만 ‘혹시나 코로나 19일까’라는 불안한 마음이 떠나지 않았다. 검사 비용의 일부를 지불하고 (가래)객담 검사를 제외한 상기도 검사만이라도 받기로 결정을 내린 이유다.

검체 채취실 문을 여는 순간 레벨D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따라 들어왔다. 의료진은 “좀 아플 수 있어요”라며 기다란 면봉을 콧속으로 집어넣자, ‘으아악’하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곧이어 다른 면봉이 입안을 휘저었다. “대기자들이 밀려있어서 검사 결과는 이틀 후에 나온다”는 말과 함께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마쳤다.

4일 오후 4시 현재 코로나19 진단 검사 결과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병원에서 약 3시간을 대기했다. 그것도 선별진료소 밖에서 추위에 떨었다. 일상을 무너뜨릴 만큼의 시간과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했지만 불안은 현재진행형이다.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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