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치료제로 일본 신약 ‘아비간’이 급부상하는 가운데 일본 보건당국(PMDA)의 심사 보고서를 향해 전문가들이 상반된 입장을 내놓고 있다. 보고서에 효과가 떨어진다는 대목이 있어 아비간의 국내 도입에 대한 ‘신중론’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반면 부작용이 비교적 적다는 보고서 내용을 근거로 아비간의 국내 긴급사용을 서둘러 승인해야 한다는 ‘찬성론’도 들리고 있다. ‘같은 보고서’를 향한 엇갈린 시선이다.

정부가 코로나 19에 대응하기 위해 아비간(성분명:파비피라비르) 도입을 시사했다. 이의경 식약처장은 25일 “수입특례를 통한 아비간 도입 여부를 임상위원회와 계속 논의 중이다”고 밝혔다. 중국과 일본 보건 당국이 최근 자국 내 코로나19 환자에 대해 아비간을 투약했다고 전해지면서 식약처가 ‘긴급도입’ 제도를 통한 수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

아비간은 일본 후지필름의 자회사인 후지필름도야마화학이 개발한 신종 인플루엔자 치료제다. 타미플루(성분명: 오셀타미비르)가 바이러스가 복제되더라도 외부로 퍼져 나가지 못하도록 차단한다면, 아비간은 RdRP라는 유전자에 작용해 아예 복제가 이뤄지는 과정을 막는다. 코로나19의 새로운 치료옵션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배경이다.

하지만 약사 사회에서는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코로나19에 대한 아비간의 효과성이 과도하게 부풀려지고 있다”며 “심사보고서를 보면 효과성에 의문이 든다.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마땅히 없는 상황에서 제약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약을 허가했다는 의심까지 들 정도다. 우리 역시 무리하게 도입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본 보건당국(PMDA)은 2014년 3월 4일에 발표된 ‘아비간 심사 보고서’에서 “계절성 인플루엔자 A나 B 바이러스 감염 환자에 대해 아비간의 효능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2009년 대유행했던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포함한 계절성 인플루엔자 치료에 대한 효과성이 떨어진다는 임상 3상 연구를 근거로 내린 결론이었다.

앞서의 약사는 “효과가 떨어지는데도 공중보건위기 의약품으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며 “코로나19에 대한 치료 옵션으로 도입하기 위해 임상 연구에 들어가는 것은 찬성하지만 당장 우리나라 환자들에게 쓰이기 위해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아프리카 기니에서 진행된 에볼라 바이러스 임상에서도 실패한 약물”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보건당국도 아비간 심사 보고서에서 “아비간은 다른 인플루엔자 항바이러스제가 효과가 없거나 충분히 효과적이지 못했을 때 치료옵션으로 고려할 수 있다”며 “새롭게 부상하는 대유행성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 환자들에게 아비간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허가를 내준 이유”라고 밝혔다. 아비간이 일본에서 엄격한 요건하에 투약 가능한 ‘극약 처방전 의약품’으로 분류된 까닭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4년 11월 후지필름도야마화학은 일본 정부의 허가 이후 아프리카 기니에서 대규모 임상 시험에 돌입했지만 아비간에 대한 효과성을 증명하지 못했다. 과학·의학 학술정보 전자저널 ‘사이언스 다이렉트’에 게재된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을 치료하는 방법, 현장에서 얻은 교훈’이란 연구 논문에 따르면, 에볼라 출혈열 환자 111명을 대상으로 아비간이 투약됐지만 환자들의 상태는 전반적으로 개선되지 않았다.

반면 의료계에서는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치료옵션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식약처가 아비간의 긴급사용 승인을 반드시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코로나19에 쓸 수 있는 약이 칼레트라(성분명: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뿐인 상황이다”며 “아비간 도입에 시간을 지체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심사보고서를 보면 오히려 일본 정부의 통찰력이 그대로 묻어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기존 치료제 대비 효과가 없다고 해서 약을 죽이지 않고 새로운 바이러스 전염병이 생길 때를 대비해 약을 살려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계가 주목한 점은 아비간에 대한 ‘안정성’ 데이터다. 심사 보고서에 기재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 환자의 글로벌 3상 연구’에 따르면, 아비간을 투여 받은 378명 중 일부 환자가 설사(24명), 구토(2명), 구역질(3명), 중성지방증가(7명), 혈액상의 요산증가(21명)이 부작용 반응을 보였다.

타미플루를 복용한 380명 중 설사(23명), 구토(10명), 구역질(19명), 중성지방증가(8명), 혈액상의 요산증가(1)를 나타냈다. 치료 중단으로 이어진 이상 반응은 6명의 환자들로부터 2건(습진 등) 6건이 발생했지만 전부 개선됐다. 심각한 부작용 사례 역시 아비간 그룹과 타미플루 그룹에서 각각 1건씩 발생했지만 약물과의 인과관계는 입증되지 않았고 결국 해결됐다. 사망 사례도 없었다.

앞서의 전문의는 “설사와 요산 증가는 심각한 부작용이 아니다. 아비간이 비교적 안전성이 입증된 약물이란 뜻”이라며 “중증의 코로나 감염환자들에게, 앞서 언급된 부작용이 지금 가진 질병의 위험보다 더욱 높으면 쓸 필요가 없다. 하지만 중증도가 아비간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보다 크면 약이 쓸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효과성은 확인할 수 없지만 일단 중증도 환자들에게 약을 써야 한다”며 “칼레트라 외에 한가지 옵션이 추가되는 것은 환자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코로나 19환자들이 갑자기 사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런 환자를 한 명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당장 아비간을 수입해야 한다. 환자 중심적으로 생각하면 지체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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