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연 예비후보(정의당)

정혜연 예비후보(정의당)
정혜연 예비후보(정의당)

4년마다 찾아오는 ‘총선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수많은 약사들이 앞 다퉈 선거에 뛰어 들었다. 이들 대부분은 약국을 운영한 ‘지역’을 기반으로 성공을 거둔 이후 현실 정치에 뛰어든 50대 이상의 중년약사들이었다.

하지만 21대 총선에서는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한 약사가 있다. 서울 중구 성동갑에 도전장을 내민 정혜연 예비후보(정의당)가 그 주인공이다. 불과 32살의 젋은 나이에 불과하지만 “국민들의 미래를 되찾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총선에 출마했다. 서울 성동구 행당동 인근에서 그의 포부와 계획을 들어봤다.

사진=한양대에서 출마선언 모습
사진=한양대에서 출마선언 모습

“가난과 빚의 굴레는 구조적 문제”

정혜연 후보는 이화여대 약대를 졸업했다. 그는 "약대에 입학한 이후 21살 초반까지는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며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것이 정부의 당연한 의무다. 하지만 2009년 용산 참사와 쌍용차 사건을 통해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앗아간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진보정당에 가입했다”며 “그 이후 구체적인 정치적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했다. 우리 가정이 겪은 가난과 빚의 굴레가 개인 책임이 아닌 구조적 문제였다는 사실을 진보정당 활동을 하면서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약대 졸업 이후 정혜연 후보는 정치 활동과 약사를 병행했다. 특히 약국은 정혜연 후보에게 아픈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에 대한 정치적 문제의식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는 “저는 약대 마지막 졸업생”이라며 “24살 때부터 일을 시작했다. 휴학 한번 없이 졸업했고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약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다”며 “부모님은 농사 지어서 형편이 녹록치 않았다. 원래 의약학 계열에 관심이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는 몰랐다. 하지만 취업문제, 가정환경 때문에 최선의 선택을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진통제는 통증을 참는 것일 뿐, 정치로 해결해야”

약국에서 손님(환자)을 응대하는 모습
약국에서 손님(환자)을 응대하는 모습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약국에서 환자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기쁨이 쌓여갔다. 정혜연 후보는 “원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했다”며 “환자들은 병원보다는 약국에서 좀 더 편하게 자신의 사정을 토로했다. 어떻게 다쳤는지를 듣다보면, 무엇 때문에 힘든지를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종 복약지도를 하면서 위로의 말을 전했다”며 “수없이 많은 ‘아픈’ 삶들의 이야기 속에서 정치적 문제의식이 점점 자리를 잡았다. 진통제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삶의 문제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고 밝혔다.

정혜연 후보는 “점차, 우리사회가 진통제만으로 안 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통증을 참는 것 일뿐, 근본적인 문제는 정치로 해결 가능하다는 사실을 차츰 인식했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젊다’고 칭하는 나이인 ‘32살’이지만 그는 국민의 삶을 바꾸기 위한 ‘진짜’ 정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고민해왔다. 정의당 청년 모임 진보너머 대표, 정의당 부대표 등을 거치면서 숱한 정치적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소명으로서의 정치’을 실현하기 위해 뚜벅뚜벅 걸어온 것.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총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렇다면 정혜연 후보가 중구 성동갑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성수동에서 약사로 일했다”며 “약사로 일하면서 수많은 직장인들을 만났다. IT 산업단지가 성수동에 들어오면서 엄청 늦게까지 ‘일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곳에서 장사를 하시는 자영업자분들의 처지도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없는 사람일수록 더 많이 일해야 하고 더욱 아픈, 삶의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에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성수동 지역민들의 아픔 치유할 것”

정혜연 후보가 쓴 책 ‘북 콘서트’
정혜연 후보가 쓴 책 ‘북 콘서트’

그러면서 “제가 일했던 성동구 성수역 주변은 핫플레이스로 불린다”며 “하지만 그곳에서 대한민국이 아픔마저 불평등한 나라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화려한 불빛 아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이들이 있었다. 이틀 밤을 새우고 밤을 또 새우기 위해 각성제를 사러 약국에 왔다”고 덧붙였다.

정혜연 후보는 “이들은 병원에 갈 틈이 없어 진통제로 고통을 쫓아내며 하루하루를 이어간다. 가진 것도 없어서 더 많이 일해야 하는데 자신을 돌볼 여유도 없는 것이다. 이들의 아픔을 치유할 정치가 필요하다고 결심한 배경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혜연 후보는 또 성동갑 지역이 대한민국의 불평등의 문제를 ‘있는 그대로’ 마주할 수 있는 곳이라고 밝혔다.

그는 “성수동은 최근 부동산 가격이 가장 상승한 지역”이라며 “서울의 비싼 아파트는 여기 모여 있다. 반면 집값이 너무 높아서 고가의 아파트에 살 수 없는 평범한 시민들이 사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사람들의 박탈감과 격차의 문제가 심각한 곳이 바로 성동갑 지역이다. 이들의 미래를 되찾아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공간’을 보면 ‘메시지’가 보인다. “우리의 미래를 되찾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쓰인 대형 현수막이 정혜연 후보의 선거사무실 곳곳에 걸려있는 이유다.

정혜연 후보는 “촛불 혁명 이후 우리는 최고권력자를 끌어내렸다”며 “가슴이 두근거리는 경험을 했지만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더 나은 미래가 온 것 같았지만 미래는 불투명해졌다.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불투명, 불평등 불공정 문제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태안 화력발전소의 25살 청년 김용균 씨는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자신의 일한 대가의 절반을 받았다”며 “2인 1조로 일해야 하는 사업장에 홀로 보내졌다가 사고를 당했다. 물류센터에서도 33살의 하청노동자가 트레일러에 치어 숨졌다. 23살의 상하차 알바노동자도 최근 감전사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돈 많은 부모를 두지 못한 ‘가난한’ 청년이란 이름으로 죽음에 내몰렸다. 미래를 빼앗긴 탓이다. 그런데 제가 미래를 되찾겠다고 하면 ‘누가 뺏어갔어?’라고 질문을 듣는다”며 “하지만 불평등과 불공정이 우리 미래를 빼앗은 것은 사실이다. 그 문제에 맞서 미래를 되찾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대 양당, 소수 기득권과 특권층 대변”

그렇다면, 거대 양당을 포함한 기성 정치권은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왔을까.

정혜연 후보는 “거대 양당은 다수를 대변하지 않고 소수의 기득권과 특권층을 대변해왔다”며 “예산 협상에서 국민의 삶이 나아지도록 복지예산을 확대해야 하는데 짬짜미로 예산을 축소하거나 자신들의 지역구 예산만을 지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불평등과 불공정 문제를 심화시켜왔다. 재벌과 적극적으로 싸우지 않고 탈법을 위한 세습을 용인했다”며 “그 결과, ‘있는’ 사람들의 소득은 더욱 늘었고 ‘없는’ 사람들은 점점 더 없어졌다. 양당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다. 개혁을 한다던 현 정부도 마찬가지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방법론’을 뭘까. ‘부의 상한선’과 ‘시민 기준선’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되찾을 수 있다는 게 정혜연 후보의 해법이다.

정혜연 후보는 “부자는 대를 이어 부유해졌고 가난한자는 대를 이어 갈수록 가난해졌다. 이것이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이라며 “이런 문제에 맞서 우리의 미래를 바꿀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부자들에게 부의 상한선을 두어야 한다. 다수의 시민들은 먹거리, 교통권, 에너지권, 주거권 등 시민으로서 당연히 누릴 권리들을 누릴 수 있도록 ‘시민기준선’을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기축구회 분들과 선거운동을 하면서 찍은 사진
조기축구회 분들과 선거운동을 하면서 찍은 사진

‘시민기준선’ 공약으로 빼앗긴 미래 되찾아야

그는 청년들에게도 ‘시민기준선’ 공약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혜연 후보는 “한양대 학생들은 보통 월세 50~60만원을 부담한다. 그야말로 허덕이고 있다”라며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공임대 주택 확대 등 시민기준선을 도입하면 청년들이 주거문제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청년 문제는 단순히 주거와 일자리뿐만이 아니다. 복합적이다”며 “청년 수당과 배당 정책을 전국적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 동시에 공립 대학교는 무상 등록금, 사립학교는 표준등록금제를 통해 반값등록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학자금이 연체된 학생들을 위해서도 일정 수준이 되면 이를 탕감하는 정책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정혜연 후보는 “청년세대에서 최근 ‘누군가의 미래는 정해져있고 나의 미래는 바뀌지 않는다’ 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며 “시민기준선 공약으로 태어날 때부터 ‘경제신분제’로 정해진 우리의 미래를 되찾겠다는 것이 제 꿈이자 핵심 공약이다”고 강조했다.

청년들뿐만이 아니다. 40대 이상의 자영업자들도 정혜연 후보의 공약에 응원을 보내고 있다. 정혜연 후보는 “유세를 다니다보면 자영업자 분들의 반응이 좋다. 미래를 되찾겠다고 쓰인 명함을 드렸더니 ‘너무 막막하다. 미래를 반드시 되찾아줘”라면서 울먹인 유권자들도 있었다. ’하루 벌어서 하루 살아가는 것도 너무 힘들다“고 토로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저는 이런 분들의 가슴을 다시 두근거리게 하는 정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혜연 후보는 그동안 ‘더 나은 미래를 만들겠다’는 신념을 외쳐왔다. 수년간 그 신념에 걸맞는 공약을 정의당에서, 또는 거리의 한복판에서 다듬고 또 다듬어왔다. 인터뷰 내내 그가 '준비된 후보'라는 느낌을 받은 이유다.

하루하루 통증을 참아가며 어두운 일상을 살아내고 있는 것이 국민 대다수의 현실이다. 이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돌려주기 위해 정혜연 후보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고군분투 중이다. 정혜연 후보의 진심이 유권자들에게 전해진다면 ‘더 나은 미래’는 점점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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