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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가래(객담)검사’ 굳이 고집해야 하나?
코로나19, ‘가래(객담)검사’ 굳이 고집해야 하나?
  • 최선재 기자
  • 승인 2020.02.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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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의료진 ‘진단검사’ 고충 토로...환자 대기시간 ‘급증’ 이유
“중국, 상기도 검사 확진 전환... 객담 채취 과정에서 의료진 감염 우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을 돌파한 가운데 일선 의료진들 사이에서 보건당국이 권고한 진단 검사 방식에 대해 성토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전염성이 높은 상황인데도 가래(객담) 채취를 위한 ‘하기도 검사’를 고집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심지어 최근 중국 의료진이 내놓은 역학 조사에선 코로나19 진단이 상기도 검사를 근거로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과 달리, 질병관리본부 등 보건당국이 진단 검사 관련 역학조사 데이터를 적시에 제시하지 않아 의료 현장에서는 혼란이 일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질병관리본부 ‘의료기관 대응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코로나19 진단검사는 하기도 1개, 상기도 2개의 2가지 종류의 검체를 채취해 시행한다. 하기도 검체는 멸균용기에 가래(객담)를 채취하고 상기도 검체는 구인두(입)와 비인두(코)에서 채취한다.

특히 가이드라인은 하기도 검체 채취에 대해“선별진료소 또는 의료기관 내 다른 공간과 분리된 검체 채취 공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며 “에어로졸 발생 가능성 있기 때문에 객담 유도를 금지한다”고 쓰여있다. 객담 유도 과정에서 코로나19의 공기 중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일선 의료진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실질적으로 코로나19 의심증상자는 객담 증상이 없는 환자들이 대부분이다”며 “객담을 유도하지 않고 하기도 검사를 시행할 수 없다는 뜻이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억지로 객담을 내뱉는 순간 코로나19 균이 퍼질 수 있다는 것”이라며 “분리된 공간에서 하더라도 의료진 감염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하기도 검체 채취를 굳이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중국 연구진들은 최근 상기도 검체를 채취해 확진판정을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세계적인 의학저널 ‘란셋’에 최근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코로나19 환자들은 상기도 검사를 기준으로 확진을 받았다.

중국 진인탄병원 의료진이 지난달 30일 게재한 코로나19 폐렴 99 건의 임상적 특성’에 관한 보고서에서 우한 최초 확진환자 99명은 전부 면봉으로 상기도(upper respiratory tract)로부터 수집된 검체에 따라 코로나19로 진단됐다.

이는 진인탄병원 의료진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연구 결과와 차이가 있는 대목이다. 당시 코로나 확진환자 41명 대부분은 하기도(lower respiratory tract) 검사로 코로나19를 확진받았기 때문이다.

의료계에서는 같은 병원의 중국 연구진들이 ‘하기도 검사’에서 ‘상기도 검사’로 전환해 확진 판정을 내린 배경을 주목하고 있다.

앞서의 전문의는 “코로나19 진단을 위한 수요가 폭발하는 상황에서 중국 연구진들도 점차 객담 체취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라며 “음압검체채취실 같은 분리된 공간을 갖춘 의료환경도 부족할 뿐더러 의료진 감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제대로 채취됐을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정확성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더욱 큰 문제는 질본이 ‘하기도 검사’에 대한 코로나19의 양성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지 않고 상기도와 하기도, 즉 양쪽의 검사 시행을 일괄적으로 권고해왔다는 점이다.

앞서의 전문의는 “이렇게 되면 선별진료소의 효율성이 떨어져 환자들의 대기시간, 비용이 두배로 늘어난다”며 “검체 특성을 이해하는 전문가가 있는 병원은 유연성 있게 판단하지만 가이드라인 준수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보건소들은 다르다. 환자들이 미어터지는데도 효율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일선 보건소들은 질본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상기도와 하기도 양쪽의 검체 채취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어린이는 객담 채취가 어렵기 때문에 상기도 검사만 진행 중”이라며 “하지만 성인은 질본 가이드라인에 따라 양쪽의 검사를 전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질본의 연구 역량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들리고 있다. 다른 전문의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검체의 민감도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양쪽 호흡기 검체 전부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지만 확진 환자가 충분한 상황에서 상기도와 하기도 검체 중 어느 쪽에서 양성률이 높았는지를 알려주면 굳이 객담 검사를 진행할 필요가 없다. 금방 분석이 가능한 부분인데도 질본이 굉장히 소극적이다. 중국 연구진과 역량면에서 차이가 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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