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기세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26일 기준, 국내 확진자는 1,000명을 돌파했고 이에 따라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의 걱정도 함께 늘어가고 있다. 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동물을 통해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전문가는 전염 가능성 경계를 당부하는 한편, 바이러스 종류의 상이성과 생물학적 교류의 차이를 근거로 반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겐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 바로 가정에서 기르는 반려묘‧반려견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염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인수공통전염병’의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것.

인수공통전염병이란 인간과 동물 사이에서 같은 병원체에 의해 전파되고 증상이 발생하는 질병을 뜻한다. 실제로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의 전염병 전문가인 리란쥐안 원사는 최근 중국 CCTV와의 인터뷰를 통해 각 가정에서 키우는 반려견 등도 바이러스 감염에 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반려동물이 바이러스 확진자와 접촉했다면 그들 또한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며 “바이러스는 포유동물 사이에서 전파될 수 있다. 사람뿐 아니라 모든 포유동물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의 걱정이 증가하는 까닭이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반려견을 기르는 A 씨(29세·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가운데, 혹시 바이러스가 강아지한테도 전염될까 봐 걱정이 많이 된다”며 “때문에 최근에는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러 나가는 횟수도 많이 줄였다. 불가피하게 밖에 나가게 될 경우엔, 저녁 늦은 시간에 한해 인적이 드문 곳으로 산책을 한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도권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B 수의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코로나와 관련된 질문을 받는다”며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사람들이 혹여나 자신들이 기르는 동물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염될 수 있는지를 걱정하며 물어보곤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개와 고양이도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이 된다. 하지만 이는 현재 우리를 공포에 떨게 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는 차이가 크다.

우선 반려견이 걸리는 바이러스는 ‘개 코로나바이러스(canine coronavirus)’다. 개가 이 바이러스에 걸리게 되면 구토, 설사, 탈수 등의 증상이 일어나고 품종이나 연령에 관계없이 감수성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병에 걸리는 비율인 이환율은 높은 편이고 전염성도 강하나 치사율은 낮아 위험한 질병으로 분류되진 않는다. 또한 DHPPL(반려견 5종 종합 백신)과 혼합백신도 개발돼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감염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양이의 경우, 개와 유사하게 ‘고양이 코로나바이러스(feline coronavirus)’라고 불리는 바이러스에 감염이 될 수 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고양이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이 된다면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feline infectious peritonitis)이 발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의 수의사는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은 정확한 발병 원인이나 예방법이 알려지지 않았고 아직 이렇다 할 치료법도 없는 상태라 치사율이 거의 100%에 이른다”며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발열,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일어나고 콩팥이나 간 등에 이상이 생기거나 복부나 가슴에 물이 차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복막염의 증상 자체가 항원과 항체 간 복합반응에 의해 발생하므로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난다”며 “ 때문에 여러 장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손상되는 ‘다발성장기부전’이 일어나고 발병 후 수개월~1년 안에 사망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에 더해 “하지만 전세계의 70% 이상의 고양이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갖고 있다”며 “또한 고양이 코로나바이러스는 고양이에 한해 치명적인 질병으로 될 수 있을 뿐이다. 아직까지 사람에게 전염된 사례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생물학적 교류가 높은 반려동물의 경우, 치사율이 높은 변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발전할 가능성이 낮다는 주장도 있다.

반려동물 전문가인 설채현 수의사는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바이러스들은 일반적으로 숙주를 죽이지 않는다”며 “왜냐하면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숙주가 죽으면 자기 자신도 함께 죽어버리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코로나-19를 비롯해 메르스나 사스와 같은 변종 코로나바이러스들은 대부분 사람과 생물학적 교류가 적은 박쥐, 낙타, 사향 고향이 등에서 발생했다”며 “이렇게 예상치 못한 접촉이 이뤄졌을 때,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소나 개, 고양이와 같이 사람과 생물학적 교류가 많은 동물에서 코로나-19와 같이 높은 치사율을 가진 변이는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국제적인 보건 기구 역시 이와 같은 주장에 무게를 싣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9일, “개나 고양이와 같은 애완동물이 코로나-19에 감염되거나 혹은 바이러스를 확산시킨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최근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코로나-19는 관박쥐(horseshoe bat)에서 순환하는 코로나바이러스와 유사성이 있다”며 “아직까지 반려동물이 코로나-19에 걸린 사례는 없고, 이를 사람에게 전염시키지 않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반려동물에 의한 전염 가능성에 대해 완전히 단정 지을 순 없다고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다.

또 다른 수의사는 “메르스의 사례를 봤을 때, 반려동물에 대한 감염 사례가 없었으므로 이번 코로나-19 역시 전염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하지만 아직 반려동물에 대한 연구 사례가 없으므로 절대적으로 단정 지을 순 없다.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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