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정점에 이른 가운데 진단검사 비용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의무검사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일반 환자들은 국가로부터 진단비용을 지원받지 못해 코로나19 진단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정부는 대구 지역 거주자이거나 신천지 성도들이 기침 발열 등 경미한 의심 증상을 보일 경우 진단검사 비용을 지원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형평성에 어긋난 대책으로 역차별 논란을 일으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3일 별내에 사는 A 씨는 최근 잠에서 깬 순간 공포를 느꼈다. 마른 기침, 인후통, 전신 근육통 때문에 도저히 방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던 것. 코로나19 의심 증상이었다. 주말 약속을 취소할 수 없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차에 탑승했지만 친구들을 만난 이후 극심한 고열 증세가 시작됐다.

A 씨는 “이런 기분은 난생처음이었다. 코로나19 증상이 확실했다”며 “너무 불안했지만 다시 집에 돌아갈 수 없었다. 외할머니를 포함해 가족들이 전염될 수 있었다.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차 안에서 선별진료소를 계속 찾아봤는데 대기시간이 최소 8시간이 넘었다”고 설명했다. 약 5시간을 차에 갇힌 채로 보낸 A 씨는 결국 선별진료소 방문을 포기했다.

이튿날 인근 병원의 선별진료소를 찾은 A 씨는 ‘코로나19검사비용’이 약 16만원이란 소식을 듣고 ‘아연실색’했다. A 씨는 “결국 독감 진단을 받았지만 코로나19 진단을 받는 것은 포기했다”며 “진단을 받으려면 진료비, 독감 검사 비용까지 포함해 23만원을 내야 했다. 평범한 직장인에게 너무 버거운 비용이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진단비용은 약 16만원이다. 검사는 하기도 1개, 상기도 2개의 2가지 종류의 검체를 채취해 시행한다. 하기도 검체는 멸균용기에 기침을 유도해 가래(객담)를 채취하고 상기도 검체 채취는 구인두(입)와 비인두(코)에서 검체를 채취한다. 각각 8만원으로 총 16만원이 필요하다.

문제는 코로나19 진단비용에 대한 국가 지원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기침, 발열, 근육통 등 의심증상을 보여도, 중앙방역대책본부 지침에 따라 ‘의사환자’나 의료진의 소견에 의해 ‘유증상자’에 분류되지 않는다면 A 씨의 사례처럼, 일반 환자들은 본인부담금 약 16만원을 전부 지불해야 한다.

역학조사 의무검사 대상이 아닌 일반 환자에게 ‘16만원’이란 비용이 코로나 진단을 위한 일종의 ‘허들’로 작용하는 것. 고통을 호소하면서 선별진료소를 방문했는데도 진단 비용에 부담을 느껴 진단을 포기한 환자들의 ‘후기’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배경이다.

더욱 큰 문제는 최근 보건당국은 대구 지역 거주자나 신천지 신도일 경우에는 기침 발열 등 경미한 증상만 보여도, ‘코로나19 진단 비용’이 ‘무료’라는 점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해외 입국, 확진자 접촉 등의 이력이 없다면 진담검사 비용은 본인 부담이다”며 “다만, 대구 지역 거주자나 신천지 신도는 기침 발열 등 증상을 보이면 무료진료를 받을 수 있다. 신천지 명단이 정부에 제출됐기 때문에 그 명단 안에 있으면 검사 비용이 국가에서 지원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구발 집단감염’이 퍼진 이후, 정부는 신천지 측으로부터 전체 신도명단을 제공받아 전체 신도들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동시에 정부는 대구시 모든 유증상자에 대한 진단검사 계획도 전했다. 의료계에서 정부를 향한 날선 비판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상급종합병원의 한 간호사는 “코로나19 진단 비용은 일반 환자들에게 굉장한 큰 부담이다”며 “서울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확진사례가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지역 감염이 상존하는데 검사비가 비싸다는 이유로 검사받을 기회가 없다면 확진자들은 더욱 늘어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천지 신도나 대구 지역 거주자에 확진자가 많이 나온 것을 명분으로 정부가 일반 환자들을 역차별하는 느낌이다”이라며 “의사환자나 유증상자가 아니더라도 정부가 진단비용의 일정 부분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각기 다른 ‘검사비용’ 역시 일반 환자들이 불만을 터트리는 요인이다. 팜뉴스 취재 결과, 서울의 한 대학병원은 코로나19진단을 위해 ‘상기도 검사’만 시행하고 있어 환자의 본인부담금은 약 7만원에 불과했다. 반면, 다른 종합병원은 상기도와 하기도 검체를 전부 채취해 검사하기 때문에 약 16만원이었다. 또 다른 종합병원은 약 13만원이었다.

앞서의 A 씨는 “방역 시스템이 엉망이다”며 “독감 판정을 받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와 증상이 비슷해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 신천지 성도와 대구 거주자는 조금의 증상만 있어도 지원을 해준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고열이 있으면 어느 정도 지원을 해줘야 지역 감염 전파를 막을 수 있다. 이래서 누가 선별진료소를 가겠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묵묵부답’이다. 팜뉴스 측은 25일 ‘코로나19진단비용 역차별 논란”에 대해 중앙방역대책본부에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으나 “우리 관할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최근 통합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도 수차례 질의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