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라 대표 (시네오스헬스)

지난해 제약바이오 업계는 환호성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임상 3상 결과 공개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공보다는 임상 중단과 실패가 업계 전반에 나타나면서 신약개발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고 급기야 임상과정에서 주성분중 하나가 바뀐 인보사 사태 등은 사회적 이슈로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로 인해 시장 참여자와 환자뿐 아니라 온 국민이 임상에 관한 관심을 끌게 됐고 신약개발에 있어 임상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계기도 마련됐다.

사실 한국의 임상시험 역량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없을 정도로 빠른 발전을 이룩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해 확고한 신약 개발국으로 한 발자국씩 나아가고 있다. 신약개발을 위한 최신의 임상 트랜드는 임상을 진행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나침판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최근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인 시네오스헬스가 2020년 트랜드에 대한 새바람을 전격 공개했다.

시네오스헬스(https://www.syneoshealth.com)는 전 세계 110여 개국에 진출해 24,000명 이상의 직원 규모를 가지고 있는 글로벌 톱 3 CRO(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 임상시험수탁기관)로서, 아이엔씨리서치(INC Research)와 인벤티브헬스(inVentiv Health)가 2017년 8월 합병해 탄생했다. 회사는 임상 연구개발에서 마케팅, 영업에 이르는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일본, 중국과 함께 전략적 ‘Key Country’로써 최근 5년간 180여 건의 많은 임상연구를 진행하며 한국의 임상 연구개발에 기여하고 있다. 시네오스헬스에서 한국총괄을 담당하고 있는 이소라 대표를 만나 2020년 글로벌 헬스 트랜드에 대해 들어봤다.

사진=시네오스헬스 이소라 대표
사진=시네오스헬스 이소라 대표

급격한 변화 속 ‘새로운 10년’을 준비해야

이소라 대표는 “신약개발의 시장적인 측면에서 보면 과거 신약개발은 대형 규모의 빅파마 중심으로 개발되던 것이 현재는 소규모 회사 또는 바이오텍의 임상의 늘어나는 추세다”며 “회사도 이에 맞춰 글로벌 시장 진출에 적극 지원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임상개발을 할 때 허가이후 시장 상업화 성공에 대한 부분까지 큰 그림을 보고 개발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생명과학과 의료기술의 변화 속도는 우리의 체감보다 빠르게 진행 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10년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향후 임상 개발과 상용화 및 치료를 변화시킬 여러 트랜드 중에서 몇 가지 핵심 트랜드를 공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Better, by design

기술의 진보가 ‘환자중심’의 임상시험 형태로 바꿔

기술의 진보와 환자중심의 컨셉이 ‘임상시험 수행 형태’를 바꾸고 진화시키고 있다. 과거 전통적인 임상시험 과정은 환자들이 병원에 가서 설명을 듣고 동의서에 서명한 후 병원에서 필요한 모든 과정 속 임상시험 활동을 수행했다. 반면, 현재는 E-clinical tool(전자 임상 툴)을 이용해 환자들이 임상시험에 대해 이해하고 흥미를 갖게 해 자연스럽게 데이터 수집이 되도록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동영상교육을 통해 임상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스마트폰을 이용해 증상기록 등 측정변수 입력과 일부 검사를 측정할 수 있게 변화시켜 과거 무조건 병원에 가야만 하는 환자의 불편함을 개선하고 있다. 이는 임상에 참여한 환자의 편의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임상 참여도가 높아지고 중도 탈락자 역시 적어지게 된다.

한편, 의사나 제약사 입장에서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시간과 비용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결국 기술의 진보가 환자의 임상참여를 의사주도의 수동적 활동에서 능동적으로 바꾸게 하는 결정적 역할을 함으로써 신약개발의 패러다임을 한층 진화시키고 있다.

Patient Value

환자의 목소리, ‘신약개발과 상업화 전과정 반영해야’

환자중심과 관련해 환자의 목소리, 의견이 신약개발과 상업화까지 전 과정에 반영되는 추세다. 특히 임상단계에서 환자 및 환자단체의 의견반영은 폭넓게 확대되고 있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우리나라 보건당국에서도 권장하는 사항이다.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의 예를 들면, 해외에서 글로벌 제약사가 희귀질환 소아환자를 대상으로 임상디자인을 계획하고 환자입장에서 가장 불편한 점을 물어보았다. 소아환자는 학교를 가야 하는데 학교를 빠져야 하고 부모님도 동행해야 하는 등 가장 힘든 점을 병원 내방으로 꼽았다. 이에 제약사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환자가 병원에 오는 것이 아니라 간호사가 집으로 찾아가 수행하는 방식으로 개선했다고 한다. 물론 이는 한국에서는 어려운 부분이지만 환자의 목소리를 듣고 임상과정을 개선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수 있는 점이다.

임상시험에서 유효성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측정 지표뿐 아니라 임상적으로도 유의미해야 한다. 유의미하다는 의미는 질환에 대한 효과가 있는 것은 당연하고 환자의 삶의 질 개선 측면에서 환자가 생활하는 것이 얼마나 개선이 됐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폐질환 환자에게 당신에게 몇 분의 편안한 시간이 필요한가라고 질문을 던져보자. 그 환자는 6분의 시간이 필요하다 했다. 나 혼자서 침대에서 일어나 세수하고 양치질하고 우유에 콘프로스트를 타서 내 침대로 다시 갖고 오기까지의 시간이 소중하다는 것이다. 이 6분을 실제로 반영하기 위해 제약사가 환자의 소리를 듣고 측정하고 개발에 적용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제약사인 노바티스, 로슈, 머크 등은 환자 가치에 중점을 둔 역할(patient-value lead)이 개발 기본과정에 포함돼 있다. 주목되는 점은 임상개발의 초기 단계부터 의료시장과 환자 삶의 질 가치 제고에 대한 의견반영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며, 이를 위해 과거에는 상업화 과정에 주로 관여했던 부서들의 참여가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의학부서(medical affairs)가 초기 임상(2상) 단계부터 관여해 환자들의 의견을 임상 디자인에 반영하고 환자에게 의미 있는 지표를 측정, 결국 환자에게 소중한 것을 신약에 반영해야 허가 및 보험 적용에서 유리할 수 있다.

Answering to real world

RWE를 활용하기 위한 효과적인 시스템 구축 ‘시급’

RWE(Real World Evidence)는 RWD(Real World Data)의 분석에서 유래된 의약품 등의 사용 및 잠재적 이익이나 위험에 대한 임상적 증거를 의미한다. 현재 FDA나 보험사들도 RWE를 권장하고 있으며 이에 약가, 보험, 허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RWE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때문에 권장 및 규제 사항의 변화를 빠르게 파악하고 반영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오바마 정부는 2016년 ‘21세기 치유법’ 제정을 통해 RWE를 활용하고 있다. 이 법은 신약개발의 효율성과 속도를 개선해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근 추세는 임상시험을 할 때 위약, 대조약에 대해 RWD/RWE를 활용해 평가지표를 산출하고 있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신속한 개발과 비용절감, 그리고 환자는 임상에 따른 부작용 위험성에서 회피가 가능하고 신약 접근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RWD/RWE가 확대 될 것으로 점쳐진다. 실제로 로슈의 폐암 신약 알레센자(Alectinib)는 대조약으로 RWE를 활용해 미국에서 보험 급여를 받는 것에 성공했고 이를 대조 임상했을 경우와 비교하면 18개월을 당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다양한 측면에서 RWE가 중요하다는 것은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점은 이를 잘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 유관 부서들 간의 정보 공유나 협업이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효과적인 시스템의 필요성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은 이런 부분에서 미흡한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기술의 진보와 환자중심의 컨셉이 ‘임상시험 수행 형태’를 바꾸고 진화시키고 있는 과정에서 보다 환자 중심적이고 효과적인 임상시험이 되기 위해서는 시스템 구축의 보완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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