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경 (leeheekyoung@hotmail.com)지난 봄, 용산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특별 전시회를 갖기도 했던 에르미타쥬 (Hermitage) 미술관은 러시아에서 유럽문화의 분위기를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해 있다. 프랑스어로 ‘은신처(Ermitage)’라는 뜻을 가진 ‘Hermitage’는 표트르 대제의 딸 엘리자베타 여왕이 수집한 약 225점의 미술품을 귀족들과 함께 감상하기 위해 겨울 궁전 옆에 작은 건물을 세운 것에서 시작됐다. 이후, 1754년에 예카테리나 2세가 유럽에서 수집한 약 400
이희경 (leeheekyoung@hotmail.com)어릴 적 접했던 사회주의 국가 소련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어서 인지 여전히 조금은 낯설고 멀게만 느껴지는 나라, 러시아. 올해 초, 여동생 가족이 주재원으로 발령을 받아 모스크바에 가지 않았다면 나의 여행리스트에는 쉽사리 오르지 않았을 나라이다. 그런 낯선 나라에 살고 있는 동생의 안위를 살피고 정착을 도와준다는 미명 하에 이번 여름, 약 3주간 백야의 나라 러시아를 방문했다.한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알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그 나라의 예술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미술관을 찾는 것이
이희경 (leeheekyoung@hotmail.com)TV를 보다 명태에 대한 기사를 접했다. 앞으로 일 년간 시장에서 자연산 명태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내용이다.몇 년 전부터 명태의 어획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놀랍고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걸 감출 수 없다.명태야 말로 수십년간 다양한 조리법으로 우리 식탁을 풍성하게 해 준 국민생선이기 때문이다.명태는 다양한 조리법만큼이나 식탁에 오르기 전 상태에 따라 여러 가지이름으로 불린다.생태는 얼리지 않은 명태로 주로 찌개,탕을 해서 먹고, 얼린 명태인 동태
이희경 (leeheekyoung@hotmail.com) 여름이다.한낮의 태양에 달궈진 아스팔트와 도심 곳곳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열기로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열섬이 되어 가는 듯 하다.무더운 더위를 피해 실내로 도망가기 쉬운 이 때,건강한 여름나기를 고려해피톤치드 가득한 숲속으로 가벼운 산책 여행을 떠나 보는 건 어떨까.주소상으로는 춘천에 있지만 가평과 가까워 수도권에서도 멀지 않은 제이드 가든(Jade Garden) 에는여러 가지 컨셉의 정원과 휴식처가 마련되어 있어 친구나 연인 혹은 아이와 함께
이희경 (leeheekyoung@hotmail.com) 진관사에 여름이 잦아들었다. 바로 몇 달 전 언 땅을 헤집고 나왔던 연녹색 나뭇잎들은 어느 새 진초록 옷으로 갈아 입었고 삼각산을 시원한 푸른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초록빛 그늘에 서서 굽은 물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시원한 물소리를 듣노라면 나도 자연의 일부였음을 새삼 깨달으며 ‘자연(自然)스러워’지는 느낌에 빠진다. 시간이 갈수록 물질문명은 발전하고 있지만 바쁜 도심을 벗어나 캠핑이나 트레킹을 통해 자연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듯이 식생활에서도 자연 본래의 맛을 느끼려는
이희경(leeheekyoung@hotmail.com) 두 아이가 모두 주말을 끼고 캠핑을 떠났다. 오후 2시에 떠나 다음 날 3시에 도착할 예정이니 꼬박 24시간 남짓의 ‘황금휴가’가 시작됐다. 오랜만에 남편과 단 둘이 남겨진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궁리하다 종로구 원서동에 위치한 ‘아라리오 뮤지엄 in Space’에 가기로 했다. 故 김수근 건축가의 대표작품으로도 유명한 ‘공간(Space)’에 들어선 뮤지엄은 건축물에 관심이 많은 남편과 미술작품을 보고 싶은 나의 욕구를 모두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문화인들의 사랑방
이희경 (leeheekyoung@hotmail.com) 때로는 멋진 경치를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 나에게 있어 기분이 좋아지는 경치 중의 하나는 붉게 물든 저녁노을이 지는 바다다. 잠시 충남 대천에 살던 시절에는 노을을 보기 위해 시간이 날 때 마다 저녁바다를 산책하곤 했다. 마음이 슬플 때면 의자를 뒤로 돌려가며 마흔 세 번이나 노을을 봤다는 어린왕자처럼 기분이 울적하거나 답답할 때 저녁노을을 보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이렇게 소소한 힐링의 순간을 선사하는 것은 멋진 경치 뿐만은 아닐
이희경(leeheekyoung@hotmail.com) “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山)도 자작나무다.그 맛있는 메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그리고 감로같이 단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산 너머는 평안도 땅도 뵈인다는 이 산골은 온통 자작나무다.“ 평안북도 정주가 고향인 백석이 1930년대에 함경도를 여행하며 본 풍경을 그린 시 ‘백화(白樺)’이다. 하얀 나무라는 뜻의 백화는 자작나무를 의미하는데 시인 백석이 살던 평안도나 함경도등의 북부지대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이다. 껍질
이희경(leeheekyoung@hotmail.com) 나의 게으름도 빛을 발할 때가 있으니 요즘이 딱 그런 때인 듯하다. 내일 해야지 내일 해야지 하며 겨울 옷 정리를 미루어 온 덕에 봄철 한 가운데서도 가던 길 되돌아 온 듯한 겨울날씨를 맞아 옷장 속 따뜻한 외투를 다시 꺼내어 입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쌀쌀한 날씨 속에도 겨울과는 다른 훈풍이 느껴지는 걸 보면 봄은 봄이다. 최근 들어 훈풍은 계절과 상관없이 사회에도 부는 것 같다. 정치에는 문외한이지만, 뉴스를 통해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의 기사를 접할 때마다
이희경(leeheekyoung@hotmail.com) 화창한 봄이 무르 익었다. 나에게 봄은 코끝에서 시작됐다.무심코 거리를 거닐다 바람결에 묻어있는 라일락 향기를 느낄 때, 비로소 봄은 시작된다.얼마 전 코끝에서 시작된 봄이 어느새 일제히 쏘아 올린 폭죽처럼 현란한 색상의 꽃망울을 터뜨리며 온 세상을 점령했다. 거침없이 밀려오는 점령군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온전히 그의 포로가 되고 싶은 마음, 나만의 바람일까. 화사한 봄꽃을 집안으로 이름만큼이나 짧은 봄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으뜸은 누가 뭐래도 꽃구경